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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백화점, 옷값은 반값

분위기는 백화점, 옷값은 반값

병행수입에 매장 수수료 낮춰 가격 경쟁력 … 아울렛 이용법도 회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죠. 일단 백화점에서 모델 고르고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오니까요.” 3월 말 찾은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 스와치 매장 직원의 말이다. 이 매장의 상품은 백화점과 판매 시기가 동일한 제품이 50%, 스크래치가 있거나 이월된 상품이 50%로 구성돼 있다.

전자는 백화점 가격과 동일하고 후자는 20~50% 할인해 판매한다. 이 직원은 “인터넷상에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도 있지만 짝퉁일까 걱정스러워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신제품 출시 후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넘어오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이월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리오아울렛 숙녀복 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유은경(37)씨는 “백화점 매장에서 모델을 미리 보고 점 찍어 뒀다가 아울렛에 넘어올 때를 잘 맞춰 방문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구호·구찌·프라다·지방시 등 프리미엄 브랜드 매장이 있어서 마치 백화점 명품관에 온 기분”이라며 “아울렛 상품이지만 최신 스타일의 옷도 많고 백화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울렛이 합리적 소비의 주요 무대로 떠올랐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의 이월·재고 상품을 싸게 팔아 합리적 소비자를 끌어 모은다. 지난해 롯데아울렛이 2011년보다 두 배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롯데의 백화점 매출이 12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아울렛 비중이 백화점의 약 10%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교외형 프리미엄아울렛인 경기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은 연간 550만명이 들른다.

서울 가산동 일대 패션타운은 대·중·소 아울렛의 격전장이다. 마리오아울렛·W몰·하이힐이 경쟁 구도를 형성한 이곳의 연 매출은 총 1조원에 이른다. 마리오아울렛의 박용근 부장은 “아울렛의 성장 배경은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라 소비 트렌드가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나 유행을 중시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실용성·가격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 행태가 늘었다”며 “특히 빠른 트렌드 변화 탓에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상품이 이동하는 기간이 짧아져 가격 못지않게 디자인 등에 대한 상품 만족도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품 이월 기간 갈수록 짧아져과거 아울렛의 제품 구성은 이월 상품 일색이었다. 적어도 신제품 출시 후 6개월은 지나야 백화점 상품이 아울렛으로 넘어왔다. 신제품이 나오고 3개월 정도 팔린 후 남은 상품은 매장에서 정기 세일 등을 통해 팔렸다. 그러고도 남은 상품이 본사에 반품 처리되면서 이월상품으로 바뀌어 아울렛으로 넘어오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 게다가 아울렛 매장도 제품의 약 50%를 ‘신상’으로 구비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유은경씨는 “아울렛의 메리트는 단연 가격”이라고 말했다. 아울렛의 할인폭은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출시된 지 오래된 상품일수록 할인 폭이 크다.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에 따르면 출시된 지 1년 차 이하의 상품은 10~50% 할인된 수준에서 판매되며, 2년 차 상품은 60~70%가량 할인된다.

올 초 신세계사이먼 경기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에서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12년 추동 상품을 최대 40%까지 할인했다. 스왈로브스키 시즌 오프도 진행해 50% 할인하던 11년 추동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했다.

백화점을 끼지 않은 아울렛은 저가의 브랜드부터 명품까지 구성을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해외 명품을 병행 수입해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병행수입은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본사나 국내 독점 수입업자를 거치지 않고 상품을 많이 확보한 해외 중간 도매상 등에게 직접 싸게 들여오는 것이다.

이 경우 백화점에서 119만원에 판매하는 버버리 체스터백은 70만원에, 8만원에 판매하는 불가리 남성용 향수 30㎖은 4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아울렛은 매장 수수료율을 백화점보다 낮게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

최근에는 아울렛 쇼핑법도 회자되고 있다. 시즌에 한발 앞서 1~2개월 전에 쇼핑하라는 것이 고수들의 조언이다. 아웃렛은 일반적으로 백화점보다 먼저 간절기 상품, 본 계절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본 시즌 전에 미리 쇼핑을 하면 물량이 풍부하여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유난희 쇼호스트는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려면 입고일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품이 입고되는 날짜나 요일은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목요일 저녁~금요일 사이에 새로운 제품이 입고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에 드는 상품이 백화점에서 철수했으면 미리 아웃렛 매장에 구매를 요청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부장은 “아울렛 회원으로 가입하면 SMS 문자서비스, e메일 등의 방법으로 상품입고 정보, 상품 안내, 다양한 이벤트, 할인 특가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미래전략센터의 ‘2013 유통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유통업계는 전체적인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백화점의 아울렛 경쟁이 본격화되고, 소비자들의 저가 상품 선호 현상이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명품 소비도 다를 게 없다. 백화점에서의 고가 소비, 아웃렛에서의 알뜰 소비로 나뉘는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유통 업체들은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롯데가 1월 서울역에 오픈한 롯데아울렛이다. 아울렛은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진 외곽이나 교외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지하철 1·4호선이 통과하고, 50여 개 노선의 시내버스가 정차하며 경부선 KTX와 경의선 철도역, 도심공항 철도역이 있는 교통 요지 서울역에 아울렛을 개장했다.

이전 같으면 럭셔리한 백화점을 지었을 입지다. 불황이 부른 역발상인 셈이다. 현재 서울역 롯데아울렛은 인기 패션 브랜드 120여 개를 평균 30∼70% 할인된 가격에 판다.



유통업계 아울렛 출점 경쟁 가열전문가들은 앞으로 아울렛의 성장세가 더욱 뚜렷할 것으로 전망한다. 불황이 심해질수록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이 아울렛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백화점 매출 수치는 2.2% 수준으로 일본(1.4%)·미국(0.4%)에 비해 높았다”며 “GDP 성장률이 둔화된 후 일본과 미국에서 공통적으로 아울렛과 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업이 활성화했다”고 말했다.

이미 유통 대기업은 아울렛 사업에 속도를 냈다. 백화점을 오픈하는 대신 아울렛 사업에 주력한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8월과 10월에 충남 부여와 경기도 이천에 각각 아울렛 매장을 오픈한다. 연말이면 롯데아울렛은 모두 9개로 늘어난다. 신세계그룹은 전국 10곳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짓는다.

경기도 삼송지구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만든다. 대전과 경기도 안성에도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한다. 2010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복합쇼핑몰을 연 현대백화점은 내년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프리미엄아울렛과 일반 쇼핑몰을 겸한 복합공간을 개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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