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셀레브리티·CEO의 창의성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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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양진석 사회자로 입담 과시 … 노덕·이원석 감독의 모방과 정공법
이날 행사는 강연문화기업 마이크임팩트가 준비한 ‘슈퍼 크리에이터 시리즈’의 3번째 만남이었다. 4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건축가·영화감독·아티스트 등 이른바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쇼다. 영화감독 강제규를 시작으로 총 8회 진행될 예정이다.
사회는 건축가 겸 싱어송라이터 양진석씨가 맡았다. 인터뷰 쇼를 기획한 마이크임팩트의 인지영 마케팅 플래너는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개성 있고 독특한 생각이 중요해졌다”며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통찰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인터뷰 쇼는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다. ‘연애의 온도’는 사내 커플이 이별하면서 겪는 과정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남녀 주인공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생기는 감정의 변화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풋풋한 감정부터 증오, 유치한 복수심까지 많은 커플이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감정들이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독하다’는 평도 듣는다.
양진석씨가 노덕 감독에게 던진 첫 질문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가?”다. 이에 노 감독은 “인터뷰 할 때마다 듣는 지겨운 질문”이라고 말문을 연 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절대로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고 답했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창작한 내용인데 많은 사람이 경험을 그대로 옮겼다고 생각해 억울하다”며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애는 해봤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이어갔다.
통찰이 절실한 시대‘남자사용설명서’ 역시 연애를 주제로 한 영화다. 연애와 일에 너무나 서툰 여주인공이 우연히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테이프를 얻으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 비디오에서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은 남자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한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영화 전반의 설정에 황당한 게 많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저 황당한 영화는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작 영화를 만든 이원석 감독은 태연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B급 정서를 화면에 담았을 뿐이다”며 “그나마 제작사와 스태프들의 의사를 존중하다보니 평이한 영화가 나와 아쉽다”고 한술 더 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중하는 관객이 늘었다. 이윽고 인터뷰 쇼의 본격적인 주제가 등장했다. 어떻게 크리에이터로서 길을 걷게 됐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대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두 감독이 말한 창작의 원천은 거칠게 요약하면 소‘ 통’으로 정리할 수 있다.
노덕 감독은 고교 시절, 이원석 감독은 대학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많은 영화를 봤다. 노 감독은 “수 개월에 걸쳐 잠도 제대로 안자고 하루에서너 편씩 영화를 봤다”며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 출연작을 모두 섭렵하고, 감독이 마음에 들면 작품을 다 찾아 봤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 프로듀싱을 전공하던 시절 감독수업을 듣다가 영화에 빠졌다”며 “당시 학교 도서관에는 미국에서 제작한 대부분의 영화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중 70% 이상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방이자 과거와의 소통이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끊임 없이 흡수한 게 새로운 걸 창조하는 원동력이 됐던 셈이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인 감독이다 보니 제작사나 스태프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수 개월에 걸쳐 이뤄지는 제작 공정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목표는 같았지만 해결책은 조금 달랐다. 노덕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해 사람들이 따르도록 했다. 믿음이 생기자 손발이 맞기 시작했고 노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이원석 감독의 해결법은 독특했다. 그는 “감독은 절대로 ‘모른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영화판의 불문율인데 난 ‘모르겠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다 보면 예상 밖의 일이 많이 일어나고 감독이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 많다.
그 때 감독이 ‘모른다’는 말을 하면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감독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했다.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 낸 것이다. ‘엉뚱함’이 콘셉트인 영화인 만큼 스태프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더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불문율 깨자 참신한 결과 나와인터뷰 쇼의 마지막은 관객과의 대화였다. 관객들이 궁금한 내용을 묻는 것이 아니라 두 감독이 관객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했다. 두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역시 소통에 관한 내용이었다. 먼저 질문을 한 이 감독은 “첫 작품으로 황당한 영화를 찍었는데 어떻게 하면 흥행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 질문의 취지다. 노 감독의 질문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돈 주고 보기 아까운 영화를 다운로드용 영화라고 하는데, 여러분들이 다운로드용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두 질문에 관객들은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감독의 코멘트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감독은 관객에게, 관객은 감독에게 서로의 영감이 되는 시간이었다.
이날 인터뷰 쇼에는 숨은 주연이 있었다. 사회를 맡은 양진석씨다. TV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건축물을 짓듯이 전체의 이야기를 풀고 매듭 지었다. 노덕·이원석 감독의 두서 없는 이야기나 긴장한 관객의 복잡한 질문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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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강연문화기업 마이크임팩트가 준비한 ‘슈퍼 크리에이터 시리즈’의 3번째 만남이었다. 4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건축가·영화감독·아티스트 등 이른바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쇼다. 영화감독 강제규를 시작으로 총 8회 진행될 예정이다.
사회는 건축가 겸 싱어송라이터 양진석씨가 맡았다. 인터뷰 쇼를 기획한 마이크임팩트의 인지영 마케팅 플래너는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개성 있고 독특한 생각이 중요해졌다”며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통찰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인터뷰 쇼는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다. ‘연애의 온도’는 사내 커플이 이별하면서 겪는 과정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남녀 주인공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생기는 감정의 변화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풋풋한 감정부터 증오, 유치한 복수심까지 많은 커플이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감정들이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독하다’는 평도 듣는다.
양진석씨가 노덕 감독에게 던진 첫 질문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가?”다. 이에 노 감독은 “인터뷰 할 때마다 듣는 지겨운 질문”이라고 말문을 연 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절대로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고 답했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창작한 내용인데 많은 사람이 경험을 그대로 옮겼다고 생각해 억울하다”며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애는 해봤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이어갔다.
통찰이 절실한 시대‘남자사용설명서’ 역시 연애를 주제로 한 영화다. 연애와 일에 너무나 서툰 여주인공이 우연히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테이프를 얻으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 비디오에서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은 남자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한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영화 전반의 설정에 황당한 게 많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저 황당한 영화는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작 영화를 만든 이원석 감독은 태연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B급 정서를 화면에 담았을 뿐이다”며 “그나마 제작사와 스태프들의 의사를 존중하다보니 평이한 영화가 나와 아쉽다”고 한술 더 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중하는 관객이 늘었다. 이윽고 인터뷰 쇼의 본격적인 주제가 등장했다. 어떻게 크리에이터로서 길을 걷게 됐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대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두 감독이 말한 창작의 원천은 거칠게 요약하면 소‘ 통’으로 정리할 수 있다.
노덕 감독은 고교 시절, 이원석 감독은 대학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많은 영화를 봤다. 노 감독은 “수 개월에 걸쳐 잠도 제대로 안자고 하루에서너 편씩 영화를 봤다”며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 출연작을 모두 섭렵하고, 감독이 마음에 들면 작품을 다 찾아 봤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 프로듀싱을 전공하던 시절 감독수업을 듣다가 영화에 빠졌다”며 “당시 학교 도서관에는 미국에서 제작한 대부분의 영화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중 70% 이상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방이자 과거와의 소통이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끊임 없이 흡수한 게 새로운 걸 창조하는 원동력이 됐던 셈이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인 감독이다 보니 제작사나 스태프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수 개월에 걸쳐 이뤄지는 제작 공정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목표는 같았지만 해결책은 조금 달랐다. 노덕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해 사람들이 따르도록 했다. 믿음이 생기자 손발이 맞기 시작했고 노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이원석 감독의 해결법은 독특했다. 그는 “감독은 절대로 ‘모른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영화판의 불문율인데 난 ‘모르겠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다 보면 예상 밖의 일이 많이 일어나고 감독이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 많다.
그 때 감독이 ‘모른다’는 말을 하면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감독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했다.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 낸 것이다. ‘엉뚱함’이 콘셉트인 영화인 만큼 스태프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더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불문율 깨자 참신한 결과 나와인터뷰 쇼의 마지막은 관객과의 대화였다. 관객들이 궁금한 내용을 묻는 것이 아니라 두 감독이 관객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했다. 두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역시 소통에 관한 내용이었다. 먼저 질문을 한 이 감독은 “첫 작품으로 황당한 영화를 찍었는데 어떻게 하면 흥행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 질문의 취지다. 노 감독의 질문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돈 주고 보기 아까운 영화를 다운로드용 영화라고 하는데, 여러분들이 다운로드용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두 질문에 관객들은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감독의 코멘트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감독은 관객에게, 관객은 감독에게 서로의 영감이 되는 시간이었다.
이날 인터뷰 쇼에는 숨은 주연이 있었다. 사회를 맡은 양진석씨다. TV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건축물을 짓듯이 전체의 이야기를 풀고 매듭 지었다. 노덕·이원석 감독의 두서 없는 이야기나 긴장한 관객의 복잡한 질문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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