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ICON VALLEY - “창조적이려면 부모 말 듣지 마라”
SILICON VALLEY - “창조적이려면 부모 말 듣지 마라”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테디 지는 ‘스타트렉’ ‘미녀 삼총사’ 등 히트작을 다수 냈다. 현재 원조 한류스타 ‘김 시스터즈’에 대한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미디어 콘텐트 사업도 시작했다. 영화·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시스터즈의 스토리는 파란만장하다.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납북된 후 남한 미군부대 밤무대에 섰다. 1959년 10대 나이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했다. 당시 미국서 최고 인기였던 에드 설리번 쇼에 22회나 출연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6위까지 올랐다.
할리우드 인기몰이 히트작 양산“ 김 시스터즈의 맏언니 김숙자 씨는 이제 70대 할머니다. 스토리를 세상에 잘 전달하겠다고 그와 약속했다.” 테디 지는 어떻게 김 시스터즈와 인연이 닿았을까. “김 시스터즈의 저작권은 자리를 못잡고 한동안 여러 사람을 거쳤다. 김숙자씨 아들을 포함해 내 경력을 알고 있는 몇 사람이 나를 추천했다. 행운이다. 책임감도 느낀다.”
테디 지는 30년간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베테랑 영화 제작자다. 올해 55세로 아카데미협회 회원인 그는 협회에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업계에서 비교적 일찍 능력을 인정받았다. ‘스타트랙 6’ ‘미녀 삼총사’ ‘행복을 찾아서’ ‘은밀한 관계’ ‘마이걸’ ‘아나콘다’ 등 히트작을 양산했고 주윤발을 할리우드에 진출시켰다. 그는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을 보고 주윤발을 미국에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선글라스를 쓴 세련된 주윤발의 모습은 당시 충격적이었다”며 “이토록 멋진 동양 남자를 서양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주, 가난한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테디 지는 어떻게 할리우드에 진출했을까. “나는 늘 창의적인 일을 꿈꿨다. 영어를 못하는 부모님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에게 텔레비전은 ‘여권’과 같은 존재였다. 세상을 보게 해줬고, 미국 문화를 배우는 통로였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일한 NBC 방송국에서 꿈의 직장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버드에서 MBA를 하고 돌아와 파라마운트사에 디렉터로 취직했다.”
탄탄대로를 달렸다. 파라마운트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이후 콜롬비아 픽처스로 자리를 옮겨 7년간 상무로 일했다. FOX와 윌스미스 컴퍼니에서도 근무했다. 할리우드 트렌드를 묻자 “여전히 저작권 침해가 가장 큰 화두”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승을 부리는 해적판 때문이다. 또한 콘텐트 유통이 디지털화돼 DVD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제작자들은 흥행과 수익의 압박을 느낀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흥행이 예상되는 고예산 영화와 부담이 적은 저예산 영화라는 결론이다.
한국 영화가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국 영화는 훌륭하다. 한국은 인구 대비 영화 관람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다. 정부의 영화관 제재가 심하지 않아 영화 문화가 꾸준히 발전했다.” 또한 중국에 비해 제작자 환경이 좋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정부 심의가 엄격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가 논란이 된 것처럼 말이다. 테디 지는 “현재 중국의 영화 산업은 내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숙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인 3월 7일, 스파크랩이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 테디 지는 인간의 산만한 행동(distracted behavior)과 콘텐트 전략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간식을 먹듯 짬짬이 비디오를 시청하는 습관(video snacking)이 생겼다고 했다. 덕분에 길이가 짧은 콘텐트가 늘고 있는 추세다.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중독은 인간의 성향 중 하나다. 카카오톡에 중독되는 것처럼 기술은 인간에게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산만해졌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마트폰을 꺼내본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세컨드 스크린(스마트폰·태블릿)을 사용한다. 이용자가 산만한 이유는 콘텐트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생겨서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취향에서 벗어난 브랜드가 등장하면 단 15초도 견디기 힘들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미디어 회사 모자이크(Mozaik)는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는 콘텐트 사업을 한다. 콘텐트 안에 여러 겹의 콘텐트가 존재해 동일한 스크린에서 원하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예컨대 드라마에 등장하는 옷을 터치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로 안내해 준다. 또한 캐릭터의 배경이나 지난 줄거리를 알고 싶을 때도 터치하면 볼 수 있다.
스타트업(신생업체)이었던 모자이크는 2011년 테디 지가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 창조경영 책임자)로 합류한 후 날개를 달았다. 현재 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걸쳐 다양한 회사들과 협상 중이다. 테디 지는 “콘텐트에 대한 관객의 태도가 수동(lean back)에서 능동(lean forward)으로 바뀌었다”며 “콘텐트를 소통시켜 분산된 집중력을 다시 한곳에 모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하드웨어 성능이 좋아도 콘텐트가 재미없으면 소용없다”며 앞으로 콘텐트 싸움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했다. 또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기술·콘텐트·브랜드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싸이처럼 성공하려면 공식 깨라한국 문화에 인연이 깊은 테디 지는 K팝에도 관심이 많다. 소녀시대·원더걸스·슈퍼주니어·빅뱅 등 아이돌 가수 이름을 다 꿰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에서 그는 관객층을 보고 놀랐다. 동양인이 주류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었다. “예술을 과학으로, 또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SM·YG·JYP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들은 취향의 선도자”라고 했다.
그는 흥미로운 사실을 얘기했다. “사실 6~7년 전에도 미국에서 K팝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당시 한 가수만 빼고 다 별로라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그가 싸이였다. 한국어를 몰라도 그의 캐릭터에 빠졌다.” K팝 스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건 싸이다. “싸이는 거의 안티 K팝으로 보일 정도로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 소녀시대부터 싸이까지 K팝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조용하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한국인 이미지와 정반대인 싸이를 두고 테디 지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말을 꺼냈다. “한국의 스타트업에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부모님 말을 듣지 말라고. 싸이처럼 룰을 깨고 끝까지 가보라고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룰을 깨고 있다. 최첨단을 달리는 삼성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2인자였던 삼성은 단 몇 년 만에 업계의 판도를 뒤집었다.”
테디 지는 스파크랩의 멘토로서 자문이 필요한 국내 스타트업을 도울 예정이다. 그는 자문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젊었을 때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소외감도 종종 느꼈다. 다른 사람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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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스터즈의 스토리는 파란만장하다.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납북된 후 남한 미군부대 밤무대에 섰다. 1959년 10대 나이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했다. 당시 미국서 최고 인기였던 에드 설리번 쇼에 22회나 출연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6위까지 올랐다.
할리우드 인기몰이 히트작 양산“ 김 시스터즈의 맏언니 김숙자 씨는 이제 70대 할머니다. 스토리를 세상에 잘 전달하겠다고 그와 약속했다.” 테디 지는 어떻게 김 시스터즈와 인연이 닿았을까. “김 시스터즈의 저작권은 자리를 못잡고 한동안 여러 사람을 거쳤다. 김숙자씨 아들을 포함해 내 경력을 알고 있는 몇 사람이 나를 추천했다. 행운이다. 책임감도 느낀다.”
테디 지는 30년간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베테랑 영화 제작자다. 올해 55세로 아카데미협회 회원인 그는 협회에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한다. 업계에서 비교적 일찍 능력을 인정받았다. ‘스타트랙 6’ ‘미녀 삼총사’ ‘행복을 찾아서’ ‘은밀한 관계’ ‘마이걸’ ‘아나콘다’ 등 히트작을 양산했고 주윤발을 할리우드에 진출시켰다. 그는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을 보고 주윤발을 미국에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선글라스를 쓴 세련된 주윤발의 모습은 당시 충격적이었다”며 “이토록 멋진 동양 남자를 서양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주, 가난한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테디 지는 어떻게 할리우드에 진출했을까. “나는 늘 창의적인 일을 꿈꿨다. 영어를 못하는 부모님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에게 텔레비전은 ‘여권’과 같은 존재였다. 세상을 보게 해줬고, 미국 문화를 배우는 통로였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일한 NBC 방송국에서 꿈의 직장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버드에서 MBA를 하고 돌아와 파라마운트사에 디렉터로 취직했다.”
탄탄대로를 달렸다. 파라마운트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이후 콜롬비아 픽처스로 자리를 옮겨 7년간 상무로 일했다. FOX와 윌스미스 컴퍼니에서도 근무했다. 할리우드 트렌드를 묻자 “여전히 저작권 침해가 가장 큰 화두”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승을 부리는 해적판 때문이다. 또한 콘텐트 유통이 디지털화돼 DVD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제작자들은 흥행과 수익의 압박을 느낀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흥행이 예상되는 고예산 영화와 부담이 적은 저예산 영화라는 결론이다.
한국 영화가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국 영화는 훌륭하다. 한국은 인구 대비 영화 관람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다. 정부의 영화관 제재가 심하지 않아 영화 문화가 꾸준히 발전했다.” 또한 중국에 비해 제작자 환경이 좋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정부 심의가 엄격해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가 논란이 된 것처럼 말이다. 테디 지는 “현재 중국의 영화 산업은 내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숙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인 3월 7일, 스파크랩이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 테디 지는 인간의 산만한 행동(distracted behavior)과 콘텐트 전략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간식을 먹듯 짬짬이 비디오를 시청하는 습관(video snacking)이 생겼다고 했다. 덕분에 길이가 짧은 콘텐트가 늘고 있는 추세다.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중독은 인간의 성향 중 하나다. 카카오톡에 중독되는 것처럼 기술은 인간에게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산만해졌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마트폰을 꺼내본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세컨드 스크린(스마트폰·태블릿)을 사용한다. 이용자가 산만한 이유는 콘텐트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생겨서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취향에서 벗어난 브랜드가 등장하면 단 15초도 견디기 힘들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미디어 회사 모자이크(Mozaik)는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는 콘텐트 사업을 한다. 콘텐트 안에 여러 겹의 콘텐트가 존재해 동일한 스크린에서 원하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예컨대 드라마에 등장하는 옷을 터치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로 안내해 준다. 또한 캐릭터의 배경이나 지난 줄거리를 알고 싶을 때도 터치하면 볼 수 있다.
스타트업(신생업체)이었던 모자이크는 2011년 테디 지가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 창조경영 책임자)로 합류한 후 날개를 달았다. 현재 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걸쳐 다양한 회사들과 협상 중이다. 테디 지는 “콘텐트에 대한 관객의 태도가 수동(lean back)에서 능동(lean forward)으로 바뀌었다”며 “콘텐트를 소통시켜 분산된 집중력을 다시 한곳에 모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하드웨어 성능이 좋아도 콘텐트가 재미없으면 소용없다”며 앞으로 콘텐트 싸움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했다. 또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기술·콘텐트·브랜드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싸이처럼 성공하려면 공식 깨라한국 문화에 인연이 깊은 테디 지는 K팝에도 관심이 많다. 소녀시대·원더걸스·슈퍼주니어·빅뱅 등 아이돌 가수 이름을 다 꿰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에서 그는 관객층을 보고 놀랐다. 동양인이 주류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었다. “예술을 과학으로, 또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SM·YG·JYP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들은 취향의 선도자”라고 했다.
그는 흥미로운 사실을 얘기했다. “사실 6~7년 전에도 미국에서 K팝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당시 한 가수만 빼고 다 별로라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그가 싸이였다. 한국어를 몰라도 그의 캐릭터에 빠졌다.” K팝 스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건 싸이다. “싸이는 거의 안티 K팝으로 보일 정도로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 소녀시대부터 싸이까지 K팝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조용하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한국인 이미지와 정반대인 싸이를 두고 테디 지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말을 꺼냈다. “한국의 스타트업에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부모님 말을 듣지 말라고. 싸이처럼 룰을 깨고 끝까지 가보라고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룰을 깨고 있다. 최첨단을 달리는 삼성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2인자였던 삼성은 단 몇 년 만에 업계의 판도를 뒤집었다.”
테디 지는 스파크랩의 멘토로서 자문이 필요한 국내 스타트업을 도울 예정이다. 그는 자문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젊었을 때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소외감도 종종 느꼈다. 다른 사람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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