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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갈매기의 곡예 비행은 창조적 파괴

Management - 갈매기의 곡예 비행은 창조적 파괴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의 기업가 정신 … 자유비행 가르치는 건 사회적 책임 실천



‘다른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아 해변으로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것 이상의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나단 리빙스턴에게는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그는 나는 것을 사랑했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중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The seagull that flies the highest sees the farthest)’.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하면 떠오르는 명문장이다. 이 책은 1975년 출간돼 5년 만에 700만부가 팔렸다.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 중반 번역돼 소개됐다. 미국 문학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보다 더 널리 읽혔다.

『갈매기의 꿈』은 우화 소설이다. 비행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어린 왕자』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 생떽쥐 베리도, 리처드 바크도 조종사였다. 리처드 바크는 공군 비행조종사를 거쳐 상업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면서 3000시간 이상을 날았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금기인 공중회전 하다 추방돼국내에는 ‘갈매기의 꿈’으로 소개됐지만 원제는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Jonathan livingston seagull)’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좀 삐딱한 갈매기다. 대부분의 갈매기는 해가 뜨면 고기잡이 배에 몰려가 그 주변에서 물고기를 먹으려 아우성을 쳤지만 조나단은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다.

조나단은 수면에 닿을 듯이 낮게 나는 걸 더 좋아했고,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속도를 즐겼다. 높은 곳에서 급전직하해 시속 140㎞ 속도로 나는 순간 환희를 느꼈다. 비록 속도를 이기지 못해 폭발하듯 튕겨서 바다 위에 내쳐지긴 했어도 말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조나단은 기술을 몸으로 익혀나간다. 갈매기 세계에서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공중회전까지 하게 됐을 때 갈매기 무리는 그를 쫓아낸다. 무리의 질서를 깼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나단은 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새로운 비행술을 익히고 또 익힌다.

어느 날 빛나는 두 마리 갈매기와 함께 지상을 떠나 신비한 세계로 간다. 그곳은 날고 싶은 열망을 가진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나는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이상의 세계다. 조나단은 ‘자유롭게 나는 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또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지상으로 가서 다른 갈매기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말리지만 조나단의 뜻을 꺾을 수 없다. ‘먹는 것이 전부다’라고 생각하던 지상의 평범한 갈매기들은 이번에는 조나단의 높은 뜻을 이해하게 될까.

주어진 삶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조나단 리빙스턴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통하는 구석이 많다. 현대 경영에서 ‘기업가’란 단순히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을 뜻하지 않는다. 경영학의 대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저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서 ‘기업가는 유용한 가치를 창출해 내고, 변화를 기회로 삼은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기업가 정신은 ‘그런 실천’이라고 했다. 조나단은 자유자재로 나는 비행술을 몸에 익혀 ‘자유’라는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무리가 자신을 쫓아낸 변화를 기회로 삼았다. 무리에서 쫓겨난 것에 절망하지 않고, 되레 수직 낙하와 저공비행, 저속 비행 기술을 익히는 기회로 삼는다. 조나단은 이를 직접 실천했고 이뤄냈다. 피터 드러커가 조나단을 봤다면 “살아있는 기업가 정신”이라고 극찬을 했을지 모른다.

극찬 대열에는 슘페터도 가세했을 것 같다. 미국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1912년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기업가를 이렇게 정의했다. 자본주의는 낡은 것을 파괴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원동력을 얻는다고 했다. 창조적 파괴는 기술 혁신으로 이뤄지는데 기술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기업가라는 것이다.

기업가의 혁신 댓가로 발생하는 것이 이윤이다. 기업혁신에는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거나 개발하는 것, 새로운 생산방법을 도입하는 것,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 새로운 원료나 부품 공급자를 발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조나단은 기술 혁신을 일으킨 갈매기다. 갈매기 역사상 최고 속도를 기록했고 갈매기들이 엄두도 내지 않은 곡예비행을 해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에서 자기 몸을 제어하기 위해 날개를 움직이는 기술을 발견했다. ‘창조적 파괴’다.

‘바람이 괴물처럼 으르렁거렸습니다. 시속 100㎞, 140㎞, 190㎞…. 속도는 점점 빨라졌습니다. 시속 220㎞가 되자 시속 110㎞였을 때 보다 오히려 날개를 버티기가 수월해졌습니다. 조나단은 날개 끝을 아주 살짝 비틀어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색 대포알처럼 바다와 충돌해서 산산조각 났을 것입니다.’

기업가 정신은 진취성이다. 유에서 무를 창조한다. 때문에 ‘Entrepreneurship’을 ‘창업가 정신’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이다.



창조적 파괴 지수 세계 10위기업가 정신은 외부적 요인의 영향도 받는다. 아주 배고플 때나 배부를 때다. 1인당 소득과 기업가 정신은 통상 U자형 형태를 보인다고 한다. 소득이 매우 낮을 때는 창업에 대한 욕구가 크지만 어느 정도 주머니가 차면 창업보다는 월급쟁이를 더 선호한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편하게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다 소득이 더 늘어나면 다시 창업을 꿈꾼다. 월급쟁이는 편하게 돈을 버는 대신 구속되는 것이 많다.

그게 싫어 다시 창업에 나서는 발걸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지고 시간이 많아지면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창업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1960~70년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 즈음에서 정주영·이병철과 같은 거목이 많이 나왔듯 2030년쯤 우리가 1인당 GDP 4만 달러에 갔을 때 또 창업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 경제가 혁신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 평가하는 지수도 있다. ‘창조적 파괴 지수’다. 미국의 금융지주회사인 플리트 보스턴 파이낸셜은 정부 예산에서 국내총생산(GDP)의 비중, 취업률, 민주정치 정착기간, 대학졸업자의 비율, 가구당 PC 보급률, 국민 평균 연령, 부패도, 최고 법인세율, 외환관리, 무역장벽 등 10개 항목을 지수화했다. 2000년 기준으로 창조적 파괴 지수는 미국이 39점으로 1위. 영국과 싱가포르가 38점을 받아 2위였다. 우리나라는 30점을 받아 10위로 평가됐다.

기업가 정신은 저돌성과 실천성, 가치창조(수익창조)를 중시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사회적 책임의식이 덧붙여졌다. 빌게이츠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의 근원이다. 조나단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혼자 독차지 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갈매기들과 나누고 싶어했다. 자유라는 가치를 혼자 누리는 게 아니라 다같이 누리고 싶어했다.

조나단이 다시 지상으로 가려 하자 설리반 선생은 말린다. 왜 너를 추방한 그곳으로 돌아가려 하느냐고. 하지만 조나단은 생각은 확고하다. 자신이 사랑을 펼치는 방법은 진실을 찾고 싶어하는 갈매기에게 자신이 본 진실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사회적 책임이다.

지상으로 돌아온 조나단은 플레처를 가르친다. 조나단이 ‘멘토’고 플레처가 ‘멘티’다. 플레처가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나단은 떠난다. 멘토가 떠나자 멘티는 다짐한다. ‘한계가 없다고 했죠, 조나단? 그렇다면 제가 희박한 공기를 뚫고 당신이 있는 바닷가를 찾아갈 날도 곧 오겠군요. 그땐 제가 익힌 새로운 비행기술을 보여 줄 게요! 기다리세요!’ 기업가정신은 이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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