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 발휘할 준비 됐나요?
노익장 발휘할 준비 됐나요?
#1. 2011년 11월 런던 뉴말든의 가구 주거용품 할인점 B&Q 매장에서 조촐한 은퇴식이 열렸다. 76세부터 이 회사에서 일한 시드프라이어라는 종업원이 97세 생일을 맞으면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프라이어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했다. 축하하는 동료의 모습, 그리고 97세 나이로 은퇴하는 파트타임 종업원에게 최상의 감사 메시지를 보낸 최고경영자. 흐뭇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 4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그리고 한국 사회는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초고령 사회를 향해 숨가쁘게 내달리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의 비용 부담 과중과 청년실업 심화에 따른 세대간 갈등 우려까지 다양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왜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가?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복지의 핵심인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와 연결돼 있다. 연금이 고갈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의 수를 늘려야 한다. 혹은 연금 수혜 연령을 늦춰 연금의 지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수혜 시작 연령을 늦춘다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효과는 금방 상쇄된다. 따라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동참이 요구된다.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년을 늘리는 것은 연금보험료 납부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에 도덕적 의무만을 강요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동시에 모색돼야 할 것이다. 임금피크제, 고용형태의 다양성, 직무급제의 확산 등 기업의 제도나 문화가 변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나이’가 갖는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년이 늘어남에 따라 조직에 좀 더 오래 근무하게 될 종업원의 자세를 생각해 보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과거 타령만 한다든지, 나이가 권세인양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노익장을 발휘해야 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노익장은 ‘늙었지만 의욕이나 기력은 점점 좋아짐, 또는 그런 상태’를 의미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단순한 생각에 그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몇 년 정도면 숙련되는 일을 수십 년 그대로 수행할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혜를 발휘해 익숙한 일이라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인생 이모작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천에 옮길 것인지 많은 논의가 이뤄진다. 제2의 인생은 은퇴를 하고 나서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해온 일에 숨어서 안락함을 즐기기보다는 직장 내의 새로운 과업을 찾아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면 설렘 속에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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