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STAINABiLITY - 수직농장을 아시나요?

미국에서는 농산물이 산지에서 출발해 저녁 식탁에 오르기까지 평균 이동 거리가 2400㎞에 이른다. 게다가 멕시코와 페루 등 열대 지방에서 블루베리나 토마토 같은 농산물을 들여오는 경우 그 거리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 3월 시카고 외곽에 문을 연농장 ‘팜드히어(FarmedHere)’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경우는 다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루굴라(지중해가 원산지인 샐러드용 채소)와 바질(허브의 일종)은 시장까지 이동 거리가 40㎞를 넘지 않는다. 게다가 작물이 실내의 다층 구조 시설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일년 내내 생산이 가능하다. ‘팜드히어’는 미국 최대의 실내 수직농장(vertical farm, 도심의 고층건물 각층에 재배 시설을 갖추고 작물을 생산하는 아파트형 농장)으로 알려졌다. 식물공장(plant factory)이라고도 불리는 이 농장 형태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아 간다.
싱가포르에 있는 세계 최초의 상용 수직농장 ‘스카이 그린스(Sky Greens)’부터 스웨덴 린코핑에 세워질 12층짜리 원뿔형 농장 ‘플랜타곤(Plantagon)’까지. ‘스카이 그린스’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이틀마다 1톤의 채소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플랜타곤’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세계 각지의 사업가와 농부들 사이에서 실내 농장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진다.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 있는 수직농장 ‘더 플랜트(The Plant)’의 프로그램 매니저 셸비 필립스의 말을 들어보자. “수직농장을 건설하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땅 1에이커는 그저 1에이커의 땅일 뿐이다. 하지만 1에이커의 땅에 4층짜리 건물을 짓는다면 재배 면적은 4배로 늘어난다.”
다층 건물이나 창고에 위치한 수직농장들은 형광등 불빛을 이용해 엽채류(leafy green crops)를 주로 재배한다. 기온 조절은 인공 열기와 공기에 의존한다. 이들 농장은 자원을 재사용하고 작물을 다층 구조의 시설에서 재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온실과 구분된다.
‘더 플랜트’의 직원들은 허물어져가는 3층짜리 육류가공 공장을 개조해 농장을 만들었다. 미 농무부(USDA)의 승인을 받은 8830㎡의 이 농장은 여러 영세업체의 창업지원 센터 역할을 한다. 농장 면적의 3분의 1은 비영리 아쿠아포닉(aquaponic, 식물과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친환경 재순환 농법) 농장 ‘플랜트 시카고(Plant Chicago)’에 할당됐다.
이곳에서는 골파와 허브, 엽채류를 수경농법(흙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의 뿌리를 물에 완전히 잠기게 하는 농법)으로 재배한다. 작물은 물에서 영양분을 얻고, 이 물은 수경재배기와 틸라피아(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민물고기)가 가득 든 수조 사이를 계속해서 돌고 돈다. 틸라피아의 배설물은 작물에 유기비료 역할을 하는 반면 작물은 수조의 물을 정화한다. 이렇게 키운 작물과 물고기는 나중에 농산물 직판장에서 판매된다.
‘더 플랜트’는 현재 3000갤런짜리 수조 세대(이 안에서 물고기 약 1만8000마리가 산다)와 280㎡의 배지(growing bed)를 갖추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작물과 물고기의 이런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hip)를 폐회로(closed-loop)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필립스의 말을 들어보자. “이 시스템 안에서는 같은 물이 계속 돌고 돈다. 물 소비량 감소와 이미 시스템 안에 투입된 물의 효율적인 재사용은 아쿠아포닉스의 큰 이점이다.”
수직농장은 갈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성도 높기 때문이다.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에어로팜스(AeroFarms)’는 세계 각지의 농장에 수직농장 기술을 판매한다. 이 회사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마크 오시마는 “우리 수직농장의 특징은 생산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 농장의 단위 면적당 생산성은 일반 재배지보다 30배, 온실보다 6배 높다.”
‘에어로팜스’는 작물의 뿌리를 공중에 노출시켜 분부기로 양액을 뿌려 키우는 에어로포닉(aeroponic, 분무재배) 방식을 이용한다. 오시마에 따르면 ‘팜드히어’ 등 이 방식을 이용하는 농장들은 일년에 22모작까지 가능하다(전통 농장의 경우 2~3모작이 보통이다).
수직농장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에어로팜스’는 공중에서 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전통 농업에 비해 물을 93%나 절약할 수 있으며 환경에 유해한 유출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대다수 수직농장에서는 살충제가 전혀 필요 없다. 작물이 실내에서 자라기 때문에 유기농이 보장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에어로팜스’의 자매 농장들 역시 에어로포닉 방식을 이용한다. 그곳에서는 공중에 남아있는 미사용 수분을 모아 재활용한다. 농장에서 필요한 물의 상당 부분을 이런 방식으로 충당한다.
일각에서는 수직농장의 인공광 공급에 따른 높은 에너지 소비가 환경적 이점이나 유통비용 절감을 통한 금전적 이점을 상쇄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또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입하러 자동차를 타고 농산물 직거래장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 생략으로 절약된 연료가 다시 쓰이게 되니 결국 마찬가지 아니냐고 묻는다. 미네소타대 농업생태학 조교수 R 포드 데니슨의 말을 들어보자.
“농장에서 상점까지 작물을 수송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5% 미만이다. 예를들어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 한 대에 소요되는 연료를 토마토 한 개당으로 계산하면 소비자가 소량의 채소를 사러 농산물 직거래장까지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드는 연료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많은 수직농장이 에너지 소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들은 에너지 재생시스템과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생산과정에 도입하려고 노력한다. ‘에어로팜스’의 오시마는 이렇게 말했다. “전기료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업 모델은 효과적이며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에서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에어로팜스’는 폐기물 분해 후 남아있는 생물가스를 이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혐기성 소화조(anaerobic digesters) 시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 플랜트’ 역시 에너지 시스템 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이 농장은 혐기성 소화조를 이용해 버려지는 식물 뿌리 같은 폐기물로 에너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혐기성 소화조의 설치가 완료되면 연간 5000톤의 생물폐기물을 에너지 생산에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셸비 필립스는 “그것은 지속가능한(sustainable)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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