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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EXTREMISM - 7일간의 테러 지하세계 체험

Features EXTREMISM - 7일간의 테러 지하세계 체험

소셜 미디어에서 번성하는 지하디스트의 온상…폭력에 너무도 익숙해져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 직후 수집된 초기 증거는 용의자 타메를란과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가 과격한 ‘외로운 늑대(lone wolves)’였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그들은 폭탄제조법과 테러 철학을 인터넷을 통해 습득했다고 알려졌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진보파든 보수파든 전문가들과 논평가들은 ‘자가 급진화(self-radicalization)’라는 개념을 나름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직화된 지하드(이슬람 성전주의 단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혼자서 인터넷을 통해 극단주의로 빠지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정확히 어떻게 이뤄질까? 어떻게 멀쩡하던 젊은이가 압력솥에 볼 베어링과 못을 넣어 여덟 살짜리 아이의 발아래서 터뜨릴 정도로 인터넷에서 증오심을 가득 빨아들일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가 휘늘어진 머리를 한 청소년을 부추겨 그 뜨거운 파편을 중국인 교환학생의 몸에 박히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직접 시험해보기로 했다. 7일 동안 일회용 IP 주소로 인터넷에 잠입해 급진주의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 환경에서 지내는 체험이었다. 맨해튼의 커피숍에서, 지하철 승강장에서, 직장에서 틈틈이 인터넷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들어가 자생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온상으로 알려진 악의 구렁텅이에 관해 무엇을 알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했다.

물론 폭력 급진주의는 이슬람에서 아주 소수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 산하 종교와 공공생활 퓨 포럼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이슬람 국가에서 무슬림의 약 4분의 3 이상은 자살폭탄테러나 민간인 대상 폭력을 거부한다. 따라서 내가 자세히 알고 싶었던 온라인 세계는 이슬람 전체나 폭력을 거부하는 수많은 무슬림이 아니라 바로 소수 지하디스트들이 활동하는 사이트였다.

9·11 직후 미국인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이란과 이라크, 자르카위와 자와히리를 구분하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폭력 급진주의자들의 온라인 포럼이 언론에서 자주 거론됐다. 대니얼 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나 미국인 사업가 니콜라스 버그를 참수하고 그 처형을 자축하는 비디오를 전파하는 곳이다.

이런 포럼은 아직도 존재한다. 대부분은 한 주간의 지하드 폭력 활동을 지루하게 되풀이한다. 그러나 프리랜스 테러리스트를 교육하는 문건도 자주 오른다. 원래 무신론자인 내가 살라피주의자(이슬람 원리주의의 한 분파)로 가장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외로운 지하디스트를 위한 포켓북(Lone Mujahid Pocketbook)’을 읽게 됐다. 그 문건은 “외로운 지하디스트로 성공할 수 있는 단계별 안내서”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알카에다의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에 나온 인기 기사를 모은 것으로 불길하게도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의 사진으로 장식돼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문건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지하디스트 교육은 9·11 직후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소셜 미디어의 어두운 구석에서 성행한다. 페이스북이 뭔가? 주로 우리가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의 늙어 가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곤 하는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아닌가? 그러나 바로 그 페이스북이 프리랜서, 프로, 조직 소속, 비소속 등 온갖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이었다. 거기에는 세계 지하드 전선의 최신 비디오가 가득했다.

페이스북에서 지하디스트 서클에 침투하기는 너무도 간단하다. 위협적인 가명을 만든 다음 예를 들어 ‘순교한’ 미국인 살라피주의자 안와르 알-올라키를 기리는 페이지를 “좋아요”라고 추천한 사용자 리스트를 검색하거나 종교 극단주의를 시사하는 프로필 사진을 올린 사용자를 표적으로 ‘친구요청’을 보내면 된다.

나도 그 방법을 사용했다. 그런 다음 친구 요청을 받아준 사람의 ‘친구’들을 내 네트워크에 임의로 추가했다. ‘상호 친구’가 중복되면서 어느 정도 신뢰가 생겼다. 이틀 정도 지나자 이제는 과정이 거꾸로 바뀌어 랩톱 지하디스트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첫 며칠은 평범하고 예측이 가능했다. 악의 없어 보이는 페이스북 그룹 ‘청소년을 위한 이슬람(Islam for Teenagers)’에서 운영자는 할리우드가 무슬림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해악을 비판했다. “신데렐라는 자정에 귀가하고, 덤보는 술에 취하고 환각에 빠지며, 백설공주는 일곱 남자들과 살기 때문”이 란다.

이게 우스갯소리라고 해도 댓글에서는 유머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른 그룹에서 새로 생긴 내 ‘친구’는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가 농산물 시장에 초자연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반으로 가른 과일 속에 ‘알라’라는 아랍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였다.

이 대부분은 기독교 보수파의 훈계나 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일부는 상당히 추악하다. 뉴스피드를 스크롤하자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의 사진이 나오면서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쌍둥이 빌딩: 내가 들이박았다 … 747 비행기로.” 그 다음에는 20달러짜리 지폐에 ‘J-E-W-S’라는 글자가 박힌 조작된 사진이 나왔다. ‘유대인’이라는 뜻이다. 이 역시 유머인지 분명치 않았다.

일부 사용자들은 우리 같은 초보 개종자에게 특정 온라인 행동에 신중을 기하라고 경고했다. CIA의 감시를 받는다는 두려움때문이 아니라 일부 ‘형제들’이 무심코 ‘하람(이슬람에 따르면 ‘금지됐다’는 뜻)’ 행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라고 표시하는 것에 유의하라.

우리 동료 신자들이 ‘쿠파르’ 사진을 좋아하는 걸 봤다.” ‘쿠파르’란 ‘이슬람을 믿지 않는 불신자’라는 뜻이다. 그들의 일부가 쿠파르 나라에 살며 이런 쿠파르 기술(페이스북은 최고의 쿠파르인 마크 저커버그가 만들었다)을 사용하면서 서방의 타락한 대중문화에 빠진 게 분명했다.

사흘 뒤 나는 약간 불안을 느꼈을 뿐 별로 감동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친구가 생겼고 내가 들어간 그 온라인 세계는 더욱 불안을 조장했다. 더 극단적인 여러 이슬람주의자들과 새로 인연을 맺으면서 내 타임라인은 노골적인 폭력 장면들로 가득찼다.

어느 것을 클릭해도 ‘전쟁터 새 소식’으로 가장한 종교적인 스너프 영화(실제 살인을 촬영한 동영상)나 시리아에서 찍힌 짧은 비디오가 나왔다. 그 배경에는 총이나 로켓 수류탄이 발사될 때마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구호가 끊임없이 들렸다. 시리아,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최근 ‘순교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사진들이 마치 야구 카드처럼 교환되고 공유됐다.



나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죽은 어린이들의 사진이 끊임없이 올랐다. 대부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살해된 어린이였다. 어디를 클릭하든 살해된 아이들의 사진이 쌓여 있었다. 사지가 뒤틀리고 핏기 전혀 없는 얼굴이 카메라 너머를 멍하니 응시했다.

로그인할 때마다 수십 장이 더 올라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부러 곁눈질을 하며 자세히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린이의 흐릿한 모습이 등장하면 화면에서 머리를 돌려 계속 스크롤했다. 한참 후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려도 또 다른 죽은 어린이모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진들은 공포를 조장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시리아 일반인들에게 가해진 끔찍한 만행을 폭로한다는 의미는 있었다. 그러나 보여주는 방식과 맥락에 뭔가 있었다.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만들고, 그런 폭력을 찬양하면서 감정을 무디어지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 사용자는 친구들에게 세 아이가 찍힌 사진을 게시하며 공유에 “신중하라”고 경고했다. 시리아에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3~4세 아이들이었다. 한 아이는 키보다 더 큰 AK 소총을 팔로 감싸고 있었다. 다른 두 명(그중 한 명도 소총을 잡고 있었다)은 무자헤딘(무장 게릴라 조직) 깃발을 펼쳐 들고 있었다. 그 사용자는 “사진이 시아파나 세속인, 또는 쿠파르에 의해 오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어린이들은 “시리아에서 싸우는 알카에다 분파 자바트 알누스라를 자발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 역시 이유 없는 잔혹함과 극단적인 폭력 영상에 둔감해졌다. 맨해튼 남단 소호의 한 복잡한 커피숍에서 나는 랩톱을 열어 지하드 온라인 세계에 들어갔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자동적으로 내 뉴스피드에 오른 첫 비디오 아이템을 클릭했다. 가면을 쓴 남자들이 손발이 묶인 이라크 경찰 5명을 처형하는 장면이었다.

댓글들은 신의 위대함을 찬양했다. 희생자들이 시아파이기 때문이었다. 살라피주의자는 시아파가 유대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내 오른쪽에 앉은 여성이 뉴요커 잡지를 보고 있다가 야만적인 살인 영상을 감상하는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더니 커피를 다 마시지도 않은 채 나가버렸다.

물론 그녀는 약속 시간이 돼서 나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온라인 지하드 세계에 잠입한지 엿새째였기 때문에 나는 이제 지하드단체의 모집책, 미국 FBI와 영국 MI6 요원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 모두가 나의 모든 클릭을 감시한다고 느낌을 갖게 됐다. 내 페이스북 프로필을 열면 의심스러운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손에 땀이 났다. 나는 완전히 초현실 세계에서 빠져 있었다.

새로 알게 된 지하드 동료 대다수는 터프가이로 보이는 유치한 가명을 사용했다. 또 주로 자신을 사진은 올리지 않고 안와르 알-올라키, 오사마 빈 라덴, 아부 무사브알-자르카위, 사담 후세인 같은 미치광이 올스타팀 사진 중 하나를 선택해 올렸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 친구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을 사용했는데 페이스북의 자동 위치 알림으로 표시됐다. 그중 하나는 브루클린 베이 리지 부근에서 올린 사진이었다. 섬뜩했다. 그의 우상인 빈 라덴이 거의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곳에서 몇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일상적인 사진을 훑어봤다. 미소 짓는 아이, 친구들과 가족, 양키스 야구 모자, 브루클린이 분명한 배경-.

극단주의자들이 자신의 광적인 견해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노르웨이의 한 신문은 오슬로에 사는 살라피주의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노르웨이 당국에 잘 알려진 그는 “보스턴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 알라가 미국을 파괴하길 빈다”고 주장했다(그는 내 ‘친구 요청’을 수락하지 않았다).

지난 달 캐나다 당국에 테러 음모 혐의로 체포된 치헤브 에세가이에르는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링크드인(LinkedIn)에서 자신의 생명공학 기술을 자랑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알카에다 깃발이었다.

온라인 지하디스트들 사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멀쩡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그들의 세계에 즉시 빠져들 것 같지는 않다. 이성에 호소하는 면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거기에 오른 콘텐트는 이미 오래 전에 개종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보였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 타메를란과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를 지하디스트로 만들었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온라인 지하드 세계가 보스턴 폭탄테러범에게 다른 면으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있을지 모른다. 폭력에 너무도 익숙하게 만들어 무감각하게 되도록 유도했을 가능성을 말한다. 내가 극단주의 토끼굴 속으로 깊이 기어 들어갈수록, 함몰된 두개 골과 머리 없는 송장을 더 많이 볼수록, 보통은 제어가 불가능한 본능적인 혐오감을 억누르기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무감각해진 것은 폭력을 향한 나의 혐오감만이 아니었다. 유대인 증오, 동성애 공포증, 성차별이 너무도 흔해 7일 동안 끊임없이 그런 콘텐트를 접하고 나니 이젠 나 자신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글과 사진을 스크롤하게 됐다.

우리는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선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제프 바우먼이 한쪽 다리가 무릎 아래서 잘려나간 채 구급차에 실려가는 섬뜩한 사진을 보고 충격 받았다. 그러나 온라인 지하드의 세계에서는 그 정도 이미지는 시시할 뿐이다. 일주일 동안 소셜 미디어 지하디스트를 체험하고 나자 프랑스 철학자 알랭 핀키엘크로트의 훈계가 절로 떠올랐다. “야만성은 선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따라 붙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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