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다이소 화장품’에 혹평했던 유튜버, 지금은?[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다이소가 올리브영 대항마로 떠오른 사연
명품도 긴장하는 다이소의 고객가치
[허태윤 칼럼니스트] 다이소의 진화는 경이롭다.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1000원 경영’을 해온 다이소가 영역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특히 뷰티 시장에서의 진화는 이 분야 독주체제를 구가하고 있던 ‘CJ올리브 영’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품질 경영 강화하며 이룬 반전
다이소가 내놓은 신제품 브랜드 ‘손앤박’의 ‘아트 스프레드컬러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샤넬의 ‘립앤치크 밤’과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3000원에 불과하다’고 입소문이 퍼지며 품절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이소가 판매한 VT코스매틱의 ‘VT 리들샷’ 제품도 론칭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추가 판매 소식에 다이소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아직까지도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리들샷은 아주 미세한 마이크로 사이즈의 미네랄 성분으로 피부를 자극해, 흡수를 도와 피부결을 개선시켜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 주는 미용 아이템이다. 다만 이 제품은 CJ올리브영을 비롯해 무신사, 위메프 등 각종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극강의 가성비로 SNS에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며 유독 다이소에서 잘 팔린다.
현재 다이소는 26개 브랜드의 화장품 260여 종을 판매 중이며 지난해 기초와 색조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다이소가 지난해 3조4000억원의 매출을 낸 것은 바로 이 뷰티 부문의 성장 덕분이기도 하다.
가성비가 높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네이쳐 리퍼블릭·VT코스메틱·클리오·투쿨포스쿨 등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들과의 협업은 물론,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글로벌 수준의 화장품 제조 업체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어 용량과 성분이 다소 다를 뿐 전문 매장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다이소가 화장품에 ‘다이소 이념’을 담아 승부를 걸게 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잊혀진 이야기지만, 뷰티 콘텐츠에 진심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오늘의 다이소 화장품을 있게 한 의미 있는 사건으로 알려져있다.
2015년, 한 뷰티 유튜버가 다이소의 화장품만으로 풀 메이크업을 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당시 다이소의 화장품은 실제로 품질이 형편없었다. 이 유튜버는 당시 ‘다이소의 화장품 품질이 쓰레기’라는 식으로 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했다. 당시 이 영상은 6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유튜버의 소속사였던 MCN업체(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다이소 측에 협찬 요청을 했다. 2000만원을 주면 해당 유튜버의 다이소 화장품 제품 홍보 영상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요지다. 결국 이 제안은 당시 뉴스에 보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일은 다이소가 자신들의 제품 품질에 대해 본질적으로 되돌아보게 한 사건이었다.
다이소는 이 때부터 소비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취약한 화장품 브랜드 이미지 보완을 위해 신뢰가 확보된 브랜드와의 전략적 제휴에 힘을 쏟았다. 특히 네이쳐리퍼블릭과 ‘식물원’이란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이소용 제품 라인업을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이소는 클리오, 다나한, 애경산업, 입큰(IPKN), 동국제약 등과도 제휴하며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제조 과정에서는 성분 개선은 물론, 엄격한 품질 관리에 나섰다. 사실 그동안 다이소 제품들은 초등학생들이 재미로 사는 제품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다이소는 품질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제품의 가격을 5000원 이하로 맞추기 위해 패키지와, 용량, 그리고 본질과 관련이 없는 기능들을 과감히 줄였다.
또한 소비자 리뷰를 적극 활용해 제품 개선 방향을 찾았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이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리뷰와 공유로 이어져 다이소의 브랜딩에 큰 역할을 했다.
20대 마음까지 사로잡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다이소의 화장품은 완전한 리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당시 다이소 화장품을 충격적으로 리뷰했던 유튜버는 최근, 자신이 자발적으로 다이소 화장품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다이소 화장품에 대해 악평했던 9년 전과 달리, 이번엔 칭찬을 쏟아냈다.
최근 공개된 마케팅 테크기업 ‘어센트 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인사이트를 도출한 ‘인텐트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20대 소비자들은 헤어, 뷰티 제품 구매를 위해 올리브영보다 다이소를 더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다이소가 '10대들의 놀이터'로 인식됐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20대 이상 고객들의 발걸음도 다이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정부 다이소 회장의 저서 ‘천원을 경영하라’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1000원짜리 지폐와 1000원짜리 다이소 상품을 들고 소비자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소비자가 1000원짜리를 선택하면 그 물건을 들고 돌아와 원점에서 다시 개발했다.”
소비자가 1000원 대신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다이소가 추구하는 고객가치다. 화장품으로 확장된 다이소의 고객가치는 이제 유통업계 혁신을 넘어 혁명을 일으킬 기세다. 다이소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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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경영 강화하며 이룬 반전
다이소가 내놓은 신제품 브랜드 ‘손앤박’의 ‘아트 스프레드컬러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샤넬의 ‘립앤치크 밤’과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3000원에 불과하다’고 입소문이 퍼지며 품절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이소가 판매한 VT코스매틱의 ‘VT 리들샷’ 제품도 론칭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추가 판매 소식에 다이소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아직까지도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리들샷은 아주 미세한 마이크로 사이즈의 미네랄 성분으로 피부를 자극해, 흡수를 도와 피부결을 개선시켜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 주는 미용 아이템이다. 다만 이 제품은 CJ올리브영을 비롯해 무신사, 위메프 등 각종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극강의 가성비로 SNS에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며 유독 다이소에서 잘 팔린다.
현재 다이소는 26개 브랜드의 화장품 260여 종을 판매 중이며 지난해 기초와 색조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다이소가 지난해 3조4000억원의 매출을 낸 것은 바로 이 뷰티 부문의 성장 덕분이기도 하다.
가성비가 높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네이쳐 리퍼블릭·VT코스메틱·클리오·투쿨포스쿨 등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들과의 협업은 물론,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글로벌 수준의 화장품 제조 업체들이 제품을 만들고 있어 용량과 성분이 다소 다를 뿐 전문 매장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다이소가 화장품에 ‘다이소 이념’을 담아 승부를 걸게 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잊혀진 이야기지만, 뷰티 콘텐츠에 진심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오늘의 다이소 화장품을 있게 한 의미 있는 사건으로 알려져있다.
2015년, 한 뷰티 유튜버가 다이소의 화장품만으로 풀 메이크업을 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당시 다이소의 화장품은 실제로 품질이 형편없었다. 이 유튜버는 당시 ‘다이소의 화장품 품질이 쓰레기’라는 식으로 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했다. 당시 이 영상은 6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유튜버의 소속사였던 MCN업체(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다이소 측에 협찬 요청을 했다. 2000만원을 주면 해당 유튜버의 다이소 화장품 제품 홍보 영상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요지다. 결국 이 제안은 당시 뉴스에 보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일은 다이소가 자신들의 제품 품질에 대해 본질적으로 되돌아보게 한 사건이었다.
다이소는 이 때부터 소비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취약한 화장품 브랜드 이미지 보완을 위해 신뢰가 확보된 브랜드와의 전략적 제휴에 힘을 쏟았다. 특히 네이쳐리퍼블릭과 ‘식물원’이란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이소용 제품 라인업을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이소는 클리오, 다나한, 애경산업, 입큰(IPKN), 동국제약 등과도 제휴하며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제조 과정에서는 성분 개선은 물론, 엄격한 품질 관리에 나섰다. 사실 그동안 다이소 제품들은 초등학생들이 재미로 사는 제품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다이소는 품질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제품의 가격을 5000원 이하로 맞추기 위해 패키지와, 용량, 그리고 본질과 관련이 없는 기능들을 과감히 줄였다.
또한 소비자 리뷰를 적극 활용해 제품 개선 방향을 찾았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이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리뷰와 공유로 이어져 다이소의 브랜딩에 큰 역할을 했다.
20대 마음까지 사로잡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다이소의 화장품은 완전한 리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당시 다이소 화장품을 충격적으로 리뷰했던 유튜버는 최근, 자신이 자발적으로 다이소 화장품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다이소 화장품에 대해 악평했던 9년 전과 달리, 이번엔 칭찬을 쏟아냈다.
최근 공개된 마케팅 테크기업 ‘어센트 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인사이트를 도출한 ‘인텐트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20대 소비자들은 헤어, 뷰티 제품 구매를 위해 올리브영보다 다이소를 더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다이소가 '10대들의 놀이터'로 인식됐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20대 이상 고객들의 발걸음도 다이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정부 다이소 회장의 저서 ‘천원을 경영하라’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1000원짜리 지폐와 1000원짜리 다이소 상품을 들고 소비자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소비자가 1000원짜리를 선택하면 그 물건을 들고 돌아와 원점에서 다시 개발했다.”
소비자가 1000원 대신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다이소가 추구하는 고객가치다. 화장품으로 확장된 다이소의 고객가치는 이제 유통업계 혁신을 넘어 혁명을 일으킬 기세다. 다이소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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