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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 점령한 중국 게임들…“중국 게임사들 한국 따라잡은 지 오래”

[역대급 위기 맞은 게임업계]③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 게임…국내 시장 침투 가속
국산 게임 중국 시장 성공 어렵다는 분석 많아

원신 2023 여름축제 모습 [사진 호요버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력과 기획력이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국내 게임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산 게임은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중국 온라인게임 점유율 70%를 차지할 정도로 콘텐츠 수급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위메이드의 ‘미르2’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중국에서 ‘국민게임’ 대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시장 흐름이 온라인에서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한국 게임은 오히려 중국에 위협받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가속화면서 국내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10년 전과 비교해 상황 역전

약 10년 전 국산 게임은 중국 게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나 게임성으로나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더 이상 국산 게임이 중국 게임보다 낫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가 선보인 멀티플랫폼 게임 ‘원신’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원신의 경우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표절했다는 의혹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 높은 게임성으로 흥행에 성공한 경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을 따라잡은지 오래”라며 “그동안 미르나 던파 같은 지식재산권(IP) 파워로 먹고 살았는데, 최근 출시되는 중국 게임들을 보면 오히려 한국보다 뛰어난 IP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산 모바일게임이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 편중된 것과 비교해 중국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골고루 개발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신규 IP 개발에 소홀한 것과 달리 중국은 일본, 미국 등 IP 강국들의 인기 IP를 비싼 가격에 들여와 이를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에 대해 기존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에도 ‘라스트워’, ‘버섯커 키우기’ 등 중국 게임들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다. 특히 중국 게임들의 주요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매출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GAME의 ‘중국산 모바일 게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기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중국 퍼스트펀이 개발한 ‘라스트 워’가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날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1, 3, 5위는 모두 중국 게임이 차지했다. 센추리게임즈의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3위, 조이 나이스 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가 5위였다. 반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늘 1위를 수성해 오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구글플레이에서 2위,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3위에 자리했다.

평점·앱 사용률 등 주요 지표 역시 중국산 게임이 국산 게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준 라스트 워는 구글플레이에서 평점 4.5점을 기록했으며 버섯커 키우기 역시 4.2점을 기록하며  리니지M(3.8점) 등을 제쳤다. 앱 사용률 역시 라스트워(82%), 버섯커 키우기(79%), 리니지M(68%) 순으로 집계됐다. 30일 후 평균 삭제율(1~3월 신규 설치 기준)의 경우 라스트워는 53%를 기록한했지만, 리니지M은 70%에 달했다.

매출 TOP20 게임 내 중국산 거래액 비중 30% 넘어

매출 TOP20 게임 내 중국산 게임 비율 역시 무섭게 커지고 있다.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의 통합 게임 매출 TOP20 내 중국산 게임 거래액 비율은 2023년 20%대 정도였으나 올해부터 빠르게 상승, 지난 2월과 3월에는 매출 TOP20 게임 내 중국산 거래액 비중이 각각 34%, 32%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산 게임들의 경우 간단하고 짧은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중국산 캐주얼 게임들의 경우, RPG에 편중된 국산 게임과 달리 과금이 크지 않고 플레이가 단순하다는 점에서 신규 유저 유입이 국산 게임에 비해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방치형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주류 장르로 자리 잡지는 못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게임 다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등을 모방한 ‘리니지라이크’ 게임으로는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국내 게임사가 출시한 신작 IP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임이 몇 개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리니지라이크 장르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이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나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같은 독창적인 게임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나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의 게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선보인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다. 데이브는 블루홀을 탐험하며 해양 생물을 사냥하는 어드벤처 요소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결합한 게임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P의 거짓은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싱글 플레이 액션 RPG다. 사실적인 그래픽 기반의 세밀한 인물·배경 묘사와 이탈리아 고전 ‘피노키오’를 잔혹동화로 각색한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뛰어난 액션성 등이 특징이다. P의 거짓은 국내 게임사 최초 ‘게임스컴 2022’ 3관왕·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 돌파·대한민국 게임대상 6관왕 등 굵직한 성과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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