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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 - 성공은 학력 순이 아니다

Entrepreneurs - 성공은 학력 순이 아니다

조성진 LG전자 사업본부장,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장인수 오비맥주 대표는 학벌 중시 사회에서의 핸티캡을 창의적 DNA로 극복한 아이콘이다.
대학졸업장 없이 성공한 대표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장인수 오비맥주 대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 사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디즈니랜드 창업자 월트 디즈니,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폴로 랄프로렌 창업자 랄프 로렌, 그리고 홍콩 청쿵그룹 회장 리카싱.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거부라는 점 말고도 대학 졸업장이 없이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페이스북을 세우기 위해 2학년 때 하버드대를 떠난 저커버그는 대학에서 졸업장까지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잡스는 1학년 때 대학을 자퇴했다. 브랜슨이 16세에 중퇴한 고교에서는 교장이 “교도소에 가거나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며 걱정할 정도로 엉뚱한 발상과 행동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학력 파괴의 아이콘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세계인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지난해 기준 세계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35명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고졸 이하 비즈니스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고졸 이하 학력의 CEO들 가운데에는 디즈니와 잡스 외에도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 위대한 발명가이자 타고난 사업가였던 토머스 에디슨처럼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사업가가 적지 않다.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학벌에 상관없이 직무능력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도 짧은 ‘가방끈’을 실력으로 극복하고 성공신화를 쓰는 CEO가 여럿 있다.

LG전자 창업 이후 54년 만에 첫 고졸 출신 사장에 지난해 11월 임명된 조성진 생활가전 사업본부장이 대표적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36년간 세탁기에 빠져 살았다. 고졸 입사동기들이 야간대학을 다니며 ‘스펙 쌓기’에 몰두할 때 ‘그 시간에 세탁기를 더 연구하겠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조 사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국내 세탁기 보급률은 1%도 안될 정도로 시장상황이 열악했다. 그가 맡은 설계부서도 일본 세탁기를 베끼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세탁기 설계는 고졸 직원들 사이에서도 기피 업무였지만 조 사장은 세탁기 기술로 일본을 앞서겠다며 오기를 냈다.

1995년 세탁기설계실장에 오른 그는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출근했다. 공장에 침대를 놓고 주방을 꾸며 직원들과 합숙에 들어갈 정도로 신제품 개발에 골몰해 ‘일 중독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기술력에서 일본을 앞서겠다는 일념으로 150차례 넘게 일본을 방문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몰려있던 오사카 지역 사투리를 독학으로 익혔다.

그렇다고 무작정 열심히 일만 한 건 아니다. 그에게는 ‘저학력 기업인’들의 위대한 저력인 창의적 DNA가 내재돼 있었다. 통돌이 세탁기와 대용량 스팀드럼 세탁기 등 국내 세탁기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제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LG전자가 1996년 통돌이 세탁기를 내놓기 전까지, 모든 세탁통은 세탁기 안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조 사장은 이 고정관념을 깨고 세탁통과 세탁판을 역회전시키는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Mr. 세탁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9년에는 세탁통에 속도 조절이 자유로운 인버터 모터를 단 ‘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술을 완성했다. 세탁력은 강해졌고 진동과 소음·전기소모량은 물론 제조원가도 60%나 절감했다. 세탁기 용량도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LG전자는 지금껏 초대용량 제품 개발을 선도한다.

이판정 넷피아 대표(왼쪽)와 최병오 형지대표.
새로운 혁신은 성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인은 세탁기 크기와 성능에만 신경썼을 뿐 디자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조사장은 블루·레드 등 다양한 색상의 드럼세탁기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LG전자는 2007년부터 미국 월풀을 제치고 미국 세탁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4년간 매일 20㎞ 달리며 영업장인수 오비맥주 대표도 주류업계의 고졸 신화로 유명하다. 전남 순천이 고향으로 서울 대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진로에 입사한 그는 33년간 주류 영업의 외길을 걸어왔다.

진로 시절 동료들이 6개 영업라인을 담당할 때 혼자 3배 이상 많은 19개 라인을 담당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의 전설이다. 자유당 시절 ‘전국구 주먹’ 유지광의 주류도매상을 담당했다. 남들이 다들 꺼리던 곳이었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4년간 자동차로 매일 200㎞ 이상을 달렸다. 영업부장이 된지 불과 10개월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발탁의 주인공이 됐다.

영업 최전방에서 참이슬의 성공을 이끌었던 그는 2010년 1월 오비맥주의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회사를 옮겼다. 진로 시절 한자리에서 소주 9병을 거뜬히 마셨지만 회사를 옮긴 후 주종을 맥주로 바꿨다. “몸은 아파도 술자리는 피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30년 이상 지켰다.

오비맥주 영업 사령탑을 맡은 이후 속칭 ‘밀어내기’ 영업을 금지하고 유통 재고물량 줄이는 ‘영업의 선순환’을 기치로 맥주 유통구조 혁신에 주력했다. 저칼로리 맥주 ‘카스라이트’ ‘OB골든라거’의 성공으로 브랜드 상승 기반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오비맥주는 장 대표가 영업총괄 부사장을 맡은지 1년 7개월만인 2011년 말 하이트의 15년 아성을 무너뜨리며 맥주시장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덕수상고 출신으로 동양인 최초의 BMW임원인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도 널리 알려진 고졸 CEO다. 서울 출생으로 5남매의 장남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이 교통사고로 생활력을 잃는 바람에 가장 역할을 떠안았다.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 대신 상고를 택했다. 김 사장은 외환위기로 수입차 판매량이 급감하던 1999년 역으로 투자 확대를 주장했다.

당시 국내에서 2~5위에 머물던 BMW가 수입차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독일 본사를 설득해 2000만 달러를 조달해 영업망을 확충했다. BMW는 그해 수입차 시장 1위 업체로 부상했다. 부사장이었던 그는 이듬해 BMW코리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주경야독으로 결국 박사 학위까지 했다.

BMW 본사는 2003년 김 사장을 본사 임원에 선임하기 위해 ‘본사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개 국가, 혹은 두 지역 이상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규정까지 고쳤을 만큼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4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는 BMW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2만8152대를 판매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9% 오른 실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만 40% 판매신장률을 보이며 질주하고 있다.

이 밖에도 KCC건설 엄익동 대표와 동국제강그룹 DK유아이엘 김상주 대표, 자국어 인터넷 주소 전문기업 넷피아 이판정 대표, 국내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게임 벤처 신화의 주인공 김남주 트라이세븐 대표(전 웹젠 사장), ‘크로커다일’ 브랜드로 잘 알려진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대표 등이 고졸 전문경영인 신화의 대표적인 주역이다.



주요 대기업 고졸 채용 늘린다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부터 조성진 사장까지 고졸 이하 학력으로 입지를 다진 인물의 공통점은 남다른 부지런함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다. 하지만 대서특필되는 재계 ‘고졸 신화’의 이면에는 학력 중심 사회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00대 상장기업의 대표이사급 CEO 1284명 중 고졸 이하 학력자는 35명으로 전체 2.7%에 불과하다.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 강소기업 CEO의 60% 가량이 대학 문턱을 밟지 못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학 진학이 인재 공급에 기여하는 정도가 2000년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 진학률은 1977년 21.4%에서 2008년 83.8%로 상승했지만 인적자본 성장률은 1991년 0.96%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0.86%로 하락했다는 것.

인적자본 성장률은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기술이 산업현장에 투입돼 노동생산성에 기여하는 정도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과잉 학력’ 상태다.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취업했다면 경제성장률이 현재보다 1.01% 상승했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상장기업의 고졸 이하 임원 비율은 2000년 7.2%에서 2011년 2.6%로 급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삼성과 LG등 주요 대기업이 최근 들어 고졸 채용을 늘리고 있다. 30대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고졸 채용 규모는 4만1000여 명으로 전체 신규 채용인력의 30%에 이르렀다. 삼성이 9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가 7800명, LG가 5700명으로 뒤를 이었다.

고졸 채용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올해 초 33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62%가 올해 고졸 채용계획이 있고 채용인원을 늘리겠다(31%)는 응답이 줄이겠다(6%)는 응답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마이스터고를 중심으로 실무 중심의 교과 과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대졸자의 이직률이 고졸자 보다 높은 것도 고졸 채용 증가에 한몫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자의 경우 첫 직장을 2년 안에 그만두는 비율이 75.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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