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INFRASTRUCTURE - 초대형 재난을 피하는 12가지 조치
FEATURES INFRASTRUCTURE - 초대형 재난을 피하는 12가지 조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둘 다 정치 야망이 만만찮다. 만약 그들이 2012년 10월 말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고 인프라 재건 약속을 지킨다면 2016년 소속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될지도 모른다.
쿠오모(민주당)와 크리스티(공화당)는 허리케인 피해 현장에서 구호를 진두 지휘했다. 그 뒤 인프라 재건 투자로 다음에 대형 재난(발설하진 않았지만 테러 공격도 포함된다)이 닥쳤을 때 피해와 어려움이 이번만큼 크지 않게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주민과 우리 주가 큰 피해를 입는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쿠오모는 뉴스위크에 말했다.
쿠오모와 크리스티는 전력 시스템의 결함을 개탄했다. 뉴욕-뉴저지-코네티컷의 주민 수백만 명이 며칠 동안 사실상 어둠 속에서 지냈다. 전력이 완전히 복구되는 데는 한달이나 걸렸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인구는 4분의 1이 증가했지만 전력회사 직원 수는 4분의 1이 줄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는 뉴저지주의 전력회사들에 당장 전력을 복구하지 않으면 ‘허리케인 크리스’라는 정치 폭풍을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쿠오모는 뉴욕주의 모든 전력회사들에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전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고 복구는 봐주기 힘들 정도로 느려 터졌기 때문이다. 쿠오모는 소환권을 부여받은 전문위원회를 선임해 전력회사들의 조사에 착수했다.
경제위기에 지친 유권자들은 신속한 경제회복을 간절히 원한다. 그들은 당쟁으로 아무런 일도 못하는 의회에 넌더리를 내며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따라서 가시적인 공공 시설을 복구하고 재건한다면 쿠오모와 크리스티 두 주지사는 2016년 대선에서 소속당의 후보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뉴욕과 뉴저지 사이의 통근시간을 줄이는 조치는 확실한 득표로 연결될 수 있다.
물론 그런 단호한 발언과 약속은 ‘소음과 분노일 뿐 아무런 의미 없는’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소리일지 모른다. 또 재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교량과 방파제, 전신주에 거액을 투자하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재해의 규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는 GDP의 2.4%에 불과하다. 유럽은 5%를 지출한다. 독일은 잘 정비된 도로를 자랑한다. 프랑스의 여러 시청 청사에는 새는 지붕의 물을 받는 양동이가 필요없다.
이탈리아의 기차는 운행 시간을 잘 지키고 식당칸에서는 훌륭한 식사를 제공한다. 네덜란드는 대부분이 해수면 이하인 저지대이기 때문에 북해의 바닷물을 막는 해문과 방파제에 생존을 의존하지만 홍수를 걱정하지 않는다. 사실 쿠오모와 크리스티는 세금 인상을 억제하는 노력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허리케인 샌디는 그들에게 정치적 편의가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할 기회를 가져다준 듯하다. 크리스티는 공화당의 신조를 깨고 샌디의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세금 인상이 불가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두 주지사 모두 전력, 도로와 철도, 교량과 수계(水系, water systems)의 개선과 비상 통신망의 효율화에 필요한 자금과 대중의 지지를 규합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전기와 가스, 전화와 인터넷, 수도의 사용료를 올리고 울퉁불퉁한 고속도로를 도로답게 만드는 데 필요한 세금을 신설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들은 보수, 복구, 재건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생각과 비슷하다(블룸버그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소속을 옮겼다가 지금은 자칭 무소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프라 개선은 자연 재해의 복구 차원을 넘어 미국이 현대 세계에 보조를 맞추느냐 뒤떨어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는 뉴스위크에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교통과 기술부터 에너지와 환경보호까지 포괄적인 인프라 전략을 채택하고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가를 지으려고 설계된 기초 위에 마천루 경제를 세워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자체 무게로 붕괴한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연방정부가 신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은 다음 세대에 일자리, 목숨, 기회를 잃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토목학회(ASCE) 같은 기구가 수년동안 지적해온 바와 다르지 않다. ASCE는 미국 인프라 점수를 낙제점(D)으로 평가하며 기존 인프라의 유지에만 매년 4400억 달러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미국인이 매달 100달러 이상씩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한마디로 미국이 인프라를 푸대접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현대 세계에 뒤진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 앤 영의 새 보고서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경제적 성공기반을 조사한 이 보고서는 미국 인구가 지금보다 1억 명이 적을 때 건설된 하수처리 공장이 이젠 노후화했고, 연방정부든 지방 정부든 대체 공장을 지을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머지않아 공중보건 재난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기상학적 조건은 지난 반세기동안 잠잠했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이제는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거의 지옥 같은 상황이 예상된다. 그러나 노력하면 자연이 주는 피해를 줄일 방법이 있다. 그런 방법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댐 붕괴 폭우, 특히 따뜻한 비가 높이 쌓인 축축한 눈 위에 내리면 댐이 무너진다. ASCE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구 밀집 지역보다 높은 곳에 있는 댐이 1800개 이상이다. 그 댐들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
고속도로 붕괴 고속도로와 철도의 교량들이 수십년 동안 소금기에 절고 마모되면서 강풍과 지진, 땅 밑의 유속 빠른 물에 취약해져 무너진다.
싱크홀 싱크홀(sinkholes, 지하의 거대한 구멍)이 자동차, 버스, 주택, 심지어 학교까지 집어삼킨다. 교체 시기가 지난 지 오래된 급수와 하수 본관이 계속 사용되면서 누출되는 물이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지하 토양을 쓸어가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전 나무가 전선 위로 쓰러져 대규모 정전사태(electrical outages)가 발생한다. 전력회사들은 수목정리(vegetation control) 비용을 줄이고 노후화된 전신주와 차단장치의 교환을 지연시켰다. 교체 주기 50년이 적절하다고 간주되지만 일부 전력회사들은 완전 교체까지 775년이 걸리는 주기로 시설을 운영한다.
홍수 증가 미국에는 제방(levees)이 수없이 많아 연방정부는 그 수를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제방이 땅속을 파는 설치류(burrowing rodents)와 침식 때문에 무너지면서 더 많은 홍수가 발생한다.
산불 가뭄과 건조한 공기 때문에 도시 주변의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거세게 번진다. LA를 비롯한 일부 대도시의 소방 당국은 오래 전부터 바람이 강한 여름에 대규모 화재를 진압하려면 동네 전체를 폭파해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통근 철도와 도로, 터널이 재건되는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통근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불필요한 인명 희생과 비통함, 재산 파괴, 상업 흐름의 방해, 더 비싼 요금과 세금으로 이어진다. 재난 예방보다 사후 복구와 재건이 훨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프라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약 20년 사이에 건설됐다. 당시는 경제가 견실하게 성장했다. 이제는 그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교체 시기에 이르렀거나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기업을 대폭 지원하면서도 상업과 안전한 여행을 도모하는 기본 시설의 투자는 계속 줄였다.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기업에 무상지원, 보조금, 감세 등으로 연간 최소 700억 달러를 제공한다. 4인 가족 당 약 900달러, 평균 가계의 한 주 소득보다 많다. 패인 곳이 많은 도로 때문에 자동차의 휠어라인먼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생각해 보라.
호황을 누리는 중국은 인프라에 GDP의 9%를 투자한다. 공산당의 자본주의자들은 경제성장과 순조로운 수출을 보장하려면 잘 닦인 고속도로와 믿을 만한 철도운송시스템, 대형 빗물 배수관과 공공사업이 필수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 투자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궁극적으로 공공사업은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
적절한 기업과 공공의 인프라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 당장 혜택이 주어질 뿐 아니라 향후의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인명도 구한다. 인프라와 관련해 정치인들이 반드시 해야할 일 12가지를 소개한다.
1 가스관의 신속한 교체를 요구하라. 허리케인 샌디가 닥쳤을 때 가스관 누출로 수많은 화재가 발생했다. 뉴욕 퀸즈의 브리지 포인트와 뉴저지주 맨톨로킹에서는 폭우 속에서도 가스가 누출돼 주택 약 200채가 전소됐다. 올해 초 뉴저지 가스회사의 로렌스 M 다운스 회장은 주주들에게 “회사의 인프라가 너무도 탄탄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연례 보고서의 한 귀퉁이에 무시무시한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보수유지를 포함한 가스관 관련 지출을 2012년 1억2100만 달러에서 내년 7000만 달러로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었을 때 노지에 건설된 가스관이 지금도 사용된다. 관 외부가 부식하면서 강철 벽이 파열되면 폭발이 일어나 넓은 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 통신회사의 옛 구리선 전화 시스템 철거 작업을 중단시켜라. 정전이 되고 휴대전화 기지국의 배터리가 소진돼도 작동하는 유일한 통신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부 시스템만 유지해도 테러 공격을 포함한 비상사태에서 인명을 구할 수 있다.
3 전력회사들에게 전신주를 교체하고 장비를 보수하도록 하라. 특히 대형 변압기의 오일이 굳어 말라붙기 전에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직원 채용을 늘이도록 요구하라.
4 폭풍이 닥칠 때 전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더 자주 치도록 조치하라. 아울러 전력공급망이 좀 더 안전하도록 더 많은 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라.
5 전력공급망을 소규모로 줄여라. 현재 개발되는 대규모 전력공급망은 한번의 실수나 나무 한 그루만 쓰러져도 수많은 사람이 정전으로 고생할 수 있다.
6 ASCE가 위험하다고 평가한 모든 댐을 철거하고 재건하고 강화하는 10개년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추진하라. 폭우와 자만심이 합쳐져 막대한 피해를 부른 1889년 존스타운 홍수를 기억하라.
7 예측된 수명이 지난 급수·하수 본관을 10년 안에 교체하라. 가장 큰 관부터 교체하라. 일부는 지름이 2.7m이며 압력이 80psi다. 미국에서 급수 본관 파열 사고는 하루 약 800건이나 발생한다.
8 예측된 수명이 지난 급수·하수 본관을 10년 안에 교체하라. 가장 큰 관부터 교체하라. 일부는 지름이 2.7m이며 압력이 80psi다. 미국에서 급수 본관 파열 사고는 하루 약 800건이나 발생한다.
8 모든 고속도로 교량에 재건이나 교체돼야 할 시기와 예정 일시를 알리는 대형 경고판을 설치하라.
9 해안선을 바다 쪽으로 확대하는 사석 방파제 건설에 투자하라. 이런 방파제는 모래언덕을 만들고 거기에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한다. 방파제를 세우면 바닷물 속의 모래흐름이 좁은 해변을 넓게 만들어 태풍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0 습지대를 통과하는 철로를 고가 구조로 교체하라. 태풍이 닥칠 때 통근기차의 운행 중단을 줄일 수 있고 습지대의 환경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
11 습지나 굴초 등 폭풍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 천연방벽을 재건하라. 지난 2세기 동안 개발로 이런 방벽이 크게 파괴됐다.
12 가스회사, 전력회사, 수도회사, 통신회사들에 사업면허 유지 조건으로 세부적인 비상계획을 세우도록 요구하라. 이런 계획을 공개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6개월마다 검토하도록 하라. 주민들이 위험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라.
물론 이런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줄어드는 인프라 자산을 계속 소모하며 교량이나 댐 붕괴, 싱크홀 증가, 가스관 폭발 등을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자연재해라고 취급할 수 있다. 또 자연과 우리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재난에 흔들리며 우리 경제가 계속 침체에 빠져 있는 동안 그냥 지켜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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