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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폭발보다 더 무서운 CEO 사고

추락·폭발보다 더 무서운 CEO 사고

단순 사고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단기적 … CEO 구속, 기업 윤리 문제 파장 길어



7월 7일 일요일 새벽 3시 28분(한국시간), 승객과 승무원 307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보잉777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도중 추락했다.

미국 CNN을 통해 긴급 타전된 사고 소식은 일요일 내내 국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보도됐다. 이튿날 오전 9시.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아시아나 항공 주가는 폭락했다.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사고 전 열흘 간 아시아나항공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38만주. 하지만 이날 거래량은 680만주를 넘었다. 장중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오후 들어 주가 추락은 진정됐다. 종가는 5.76% 내려간 4825원이었다. 많은 증권사는 즉시 아시아나항공 목표 주가를 수정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목표가를 5900원으로 제시했다. 직전 목표가는 7300원이었다. 우리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목표가를 내렸다.

패닉은 오래가지 않았다. 예상보다 인명 피해가 적다는 소식이 알려진 7월 9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전날 대비 55원(1.14%) 올랐다.

거래량은 평소보다 5배 정도 많은 178만주였다. 이튿날에는 40원 떨어졌고 거래량은 100만주 밑으로 내려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속단할 수 없지만 만약 사고가 일요일이 아닌 주중에 발생했다면 낙폭은 더 컸을 것”이라며 “전례로 봤을 때 향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사고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사인 대한항공 주가는 추락 사고에 거의 영향 받지 않았다. 거래량이 늘지도 않았고 주가는 오히려 7월 8일부터 나흘 연속 소폭 하락했다.

1997년 8월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 2011년 7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여객기 추락 사고 때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KDB대우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이전 항공기 사고 때도 해당 항공사 주가는 장중 7~8% 하락했지만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새벽 아시아나항공 화물여객기가 제주도 인근 앞바다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날, 이 회사가 주가는 장중 10% 가까이 떨어졌지만 이내 반등해 전날 대비 4.74% 하락에 그쳤다. 120만~300만주 정도였던 거래량이 950만주로 늘어난 것은 이번 추락사고 때와 유사했다. 이튿날에도 주가는 4% 하락했지만 거래량은 확 줄었다. 주말을 건너뛴 월요일(2011년 8월 1일)에는 주가가 오히려 3.8% 올랐다.



사고 발생 직후 급락했다가 대개 반등상장 기업에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투자자의 관심은 주가에 쏠리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주가가 급락할 것을 걱정해 주식을 내다 판다. 그러면서 주가는 더 떨어진다. 하지만 기업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고라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경우가 많다. 패닉에 빠져 투매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건·사고의 피해 규모가 크고 사회 이슈화될 때는 주가에 상당 기간 악영향을 미친다.

올 3월 14일 목요일 밤 9시경 대림산업 전남 여수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게 다쳤다. 이튿날 이 회사 주가는 1% 남짓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약세로 돌아서는 듯했다. 사고 당일 9만700원이었던 주가는 4월 중순 7만5000원대까지 밀렸지만,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사고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6월 4일에는 9만65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23일 충북 청주의 LG화학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을 때도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당일 주가는 전날 대비 2.8% 하락했지만 이후 이틀 연속 반등했다.

지난해 10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농심 너구리 봉지 라면과 컵라면 등 라면 제품 6개의 수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루 주식 거래량이 1만~3만주, 특별한 호재가 있어도 10만주를 넘기는 일이 좀처럼 없는 농심 거래량은 폭로 이튿날 22만주로 늘었다. 주가는 6.4%(1만7500원) 급락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기관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는 3.9% 올랐다.

농심은 2008년 초에도 이른바 ‘쥐 새우깡’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2008년 3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충북 청원의 한 상점에서 판매된 노래방용 새우깡에서 쥐 대가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농심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농심은 즉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심 주가는 이틀 동안 3.5% 정도 하락했지만 영향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주가에 미친 영향은 오래갔다. 2007년 12월 7일 오전 10시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과 홍콩선적 14만6000t급 유조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1만t이 넘는 기름이 유출됐다. 금요일이었던 당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0.47%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국내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라는게 알려지면서 7월 10일 주가는 6.43% 떨어졌다. 거래량은 평소의 5배가 넘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오히려 각각 49만주, 22만주를 순매수했다. 이후 연말까지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삼성중공업의 중과실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주가는 약세를 거듭해 사고 발생 전날 4만2200원에서 2008년 1월 말 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 주가가 사고 당일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오너 고초 겪은 기업 주가 장기간 고전기업의 재난 사고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있다. 최고 경영자(CEO)가 문제가 될 때다. CEO가 경제 범죄로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오‘ 너 리스크’가 발생하면 대부분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복원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업 윤리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때도 마찬가지다.

CJ가 좋은 예다. 지주회사인 CJ 주가는 ‘오너 리스크’가 터지기 전까지 고공비행을 했다. 2009년 초 3만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해 초 8만원을 돌파했고 올 3월 15일에는 15만5500원으로 올랐다. 역대 최고가다. 하지만 3월 중순 CJ그룹 오너 일가가 차명 계좌를 이용해 해외 미술품을 대거 사들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CJ 주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슬슬 하락하던 주가는 검찰이 이재현 CJ 회장의 비자금 수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5월 21일 7.2% 급락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빠져 6월 25일에는 지난해 말 수준인 10만2000원을 기록했다. 지주회사뿐이 아니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주가는 올 1월 초 52주 최고가인 39만원으로 올랐지만 여섯 달 만에 52주 최저가인 24만5000원(6월 25일)으로 내려갔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2010년 검찰이 한화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오너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주가에 큰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2011년 1월 30일 김승연 회장이 기소되자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날에만 5.78% 하락했다. 당시 5만8000원대였던 주가는 이후 속절없이 떨어졌다. 특히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한 지난해 7월 중순에는 반토막인 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주가는 2만9050원(6월25일)~3만50원(7월 11일)에서 움직인다.

태광산업은 오너 구속과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몰락한 황제주’ 신세가 됐다. 태광산업은 2010년 9월 중순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2011년 1월 21일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다. 구속된 지 두 달 만에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이 전 회장의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업황도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2011년 6월 초엔 180만원을 돌파했다.

당시 증권가에선 200만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김종호 부장판사)가 이호진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지난해 2월 21일 이후엔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130만~140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선고공판이 있던 날 이후 50거래일 동안 34일 떨어지고 16일 올랐다. 그해 5월 7일 이 회사 주가는 1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최근에는 90만원 대 후반~100만원 초반에서 거래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오리온그룹이 그런 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지난해 6월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주가엔 별 영향이 없었다. 100만원 돌파를 앞둔 주가가 8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오너 리스크 영향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올라 5월 19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123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실적과 전망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담 회장은 4월 26일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SK도 오너 구속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올 1월 31일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던 날 SK 계열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대부분 복원됐다. SK 주가는 최 회장 구속 직전 18만~19만원에서 올 4월에는 14만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16만~18만원대에서 거래된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SK그룹은 지난 5년간 지주회사 시스템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책임경영이 강화돼 회장의 부재가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갑을 파문’으로 주가 급락한 남양유업남양유업은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주가 관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된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폭언을 한 통화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은 토요일이었던 올해 5월 4일. 지난해 5월 60만이던 이 회사 주가는 이후 급등해 폭로 직전인 올 4월 30일 117만5000원(52주 최고가)을 찍으며 황제주로 등극했다. 하지만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파문이 확산하면서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거래량은 많지 않았지만 개인·기관·외국인할 것 없이 매도에 나섰다.

5월 3일 114만원이던 주가는 6~8일 13% 가량 떨어졌다. 이후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7월 10일에는 8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1분기 남양유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분의 1 수준인 18억원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매출 부진으로 2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지 모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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