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에도 ‘일감 몰아주기’ 많다

덴마크가 비만을 퇴치하겠다며 세계 최초로 도입한 비만세(fat tax)를 시행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폐지했다.
덴마크 정부는 전 국민의 13%가 비만이고, 47%가 과체중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기위해 이런 세금을 만들었다.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부과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비만세 부과의 목표다.
그래서 2011년 10월부터 포화지방 1㎏당 16덴마크크로네(약 340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 후 고기·버터·우유 등 즐겨 먹는 식품 가격이 오르자 값싼 제품을 찾아 이웃나라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 분야 덴마크 기업들은 매출이 줄고 도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위정자들은 언제나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새로운 법을 만들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결과를 빚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계약직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그 꼴 났다. 2년 근무한 계약직을 계속 쓰려면 정규직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법이다. 정규직으로 격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2년 된 직원을 내보내고 새로운 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2년이란 기간을 4~5년 정도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도 이런 비난에 직면했다. 국세청은 최근 대상자들에게 처음으로 납부통지서를 발송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기업의 지분을 3% 이상 가진 대주주 일가가 대상이다. 계열사 덕에 돈을 벌었으니 재산을 증여 받은 것이나 같다고 보고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모두 6200여 기업의 대주주와 그 일가 1만여명이 세금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한 유력지는 이걸 엉뚱한 결과를 빚은 입법사례라고 사설로 비판했다. 1만여명 중 30대 기업집단 일가는 70명 정도로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재벌 기업을 규제한다는 법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중견·중소기업만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2011년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하면서 법이 적용될 기업의 규모를 정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법을 30대 그룹에만 적용했다면 겨우 70명 잡자고 야단법석을 떤 꼴이 된다. 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 세금은 여러 사업체를 거느린 기업주 일가가 기업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고 보고 추진됐다. 부의 편법 대물림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시각도 작용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30대 그룹으로 제한하면 안 된다. 모든 기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
재벌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요즘은 정부도 안 쓰지만 반대편에선 여전히 고집한다. 그들의 탐욕을 공격하는데 이보다 함축적 의미를 지닌 단어도 없다. 어디까지가 재벌이냐고 할때 흔히 상위 30대 기업집단을 지칭한다. 여신(대출)관리를 하던 과거부터 그래온 때문이다.
30대 그룹은 언론과 시민단체·정부로부터 집중 감시를 받아왔다. 그 아래 그룹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 결과 그들의 영업행태나 회계관행 중에는 재벌 못잖게 잘못된 게 많다. 또 중견·중소기업일수록 기업주 일가 친척이 경영에 많이 참여한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자 중 99% 이상이 그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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