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웹툰, 학습만화책 인기 비결 창작 돕는 프로그램도 등장

강풀(본명 강도영)은 웹툰(Webtoon)을 활짝 유행시킨 대표적 만화가다. 그는 만화가치고는 그림 실력이 그리 돋보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포털 다음에 6월부터 연재 중인 최신작 ‘마녀’를 본 누리꾼이 “여주인공을 좀 더 예쁘게 그려줬으면 더 몰입됐을 것”이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릴 정도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전문적인 만화 교육을 받지 않고 틈틈이 취미로 그렸다. 그런데 어떻게 인기 만화가가 됐을까. 답은 탁월한 이야기 구성 능력에 있다. 그가 그린 ‘아파트’ ‘조명가게’ 등 대표작은 줄줄이 영화화됐을 만큼 이야기 하나로 독자와 관객을 매료시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 좋다’는 말이 있다. 콘텐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겉모양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내용이 부실한 ‘빛 좋은 개살구’를 만들었다간 영화 ‘알투비:리턴투베이스’처럼 100억원 대 블록버스터인데도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원 김진형(30)씨는 “강풀의 작품엔 서울 달동네처럼 친근한 배경과 함께 소외 계층의 사연이 소개돼 ‘우리들의 얘기’처럼 공감할 수 있다”며 “화려한 그림체로 시선을 끌었다가도 공감 안 되는 혼자만의 작품 세계로 실망을 주는 경우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강풀 웹툰의 흥행 비결은 공감대 형성이다. 이웃집 연쇄살인범을 다룬 ‘이웃사람’에선 흉악범죄가 기승인데도 이웃에겐 무관심한 사회를 꼬집어 공감을 이끌었다.

어린이용 출판·교육 콘텐트에서도 이야기는 막강한 흥행 공식이다. 2003년 첫 책이 나온 『마법천자문』은 한문 교육을 이야기 형식의 만화로 풀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올해 25번째 책이 나올 만큼 인기다.

“초등학생이 된 막내 동생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학습만화책을 사줬더니 곧잘 읽어요. 아이들이 싫어하는 한자나 수학도 이야기 구조에 맞춰 쉽게 설명하니까 반응이 좋네요.” 대학생 김의지(23)씨의 말이다. 마법천자문은 콘텐트가 어려운 내용을 담을수록 이야기로 쉽게 풀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딱딱한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이다.

콘텐트에서 이야기 요소가 중요해지면서 산업계는 다양한 노력을 더하고 있다. 7월 18일 엔씨소프트의 스‘ 토리헬퍼’ 제작 발표회에 참석한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 교수는 “세계의 많은 작가가 ‘스토리 크래프트(Story Craft)’ 등 스토리텔링 제작 도구를 활용하지만 그간 국내엔 이런 것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보인 스토리헬퍼는 엔씨소프트가 이화여대와 공동 제작한 영화·소설·게임용 이야기 제작 소프트웨어다. 사용자가 장르·인물 등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유사작품이 나와 참고할 수 있다. 전문 작가 발굴과 콘텐트산업 활성화를 위해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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