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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the TWO KOREAS - 개성공단이 열려야 북한도 열린다

periscope the TWO KOREAS - 개성공단이 열려야 북한도 열린다

김정은 정권에 주는 경제적 이득보다 한국이 얻게 될 문화적 가치가 더 크다



지난 몇 주간 한국 언론이 내보낸 개성공단 관련기사는 모두 비슷했다. 한국이 무엇을 요구했는데 북한이 다른 조건을 들며 거부했고 양측이 세부사항에서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으며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는 식이다.

2007년 남북 사이에는 거의 18억 달러에 달하는 교역이 이뤄졌다. 마늘부터 비누와 립스틱, 석탄에 이르기까지 850개 이상의 품목이 거래됐다. 그해 남한은 마늘 1300만 달러어치(640만㎏)와 석탄 1400만 달러어치(1400만㎏)를 북한에 수출했다. 북한은 인산 비료 240㎏과 시멘트 184㎏을 수출했다. 액수로는 각각 6700만, 2700만 달러다.

북한에서 인기 있는 한국산 수입품목은 비누다. 평양백화점 판매대에도 진열된다. 2007년 북한은 700만 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한국산 비누 600만㎏을 수입했다. 이에 비해 북한 도시거주 상류층에게 큰 인기인 한국산 화장품을 9만1000㎏(200만 달러)밖에 수입하지 않았는데, 두드러진 한국 상표 탓에 거래하기가 아주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나서 남북 간 거래는 88% 감소했다. 2013년 3월 개성공단에서는 1억92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이 거래됐지만 갈등이 고조된 4월에는 그 액수가 2200만 달러로 줄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5월에는 고작 30만 달러에 해당하는 재화와 서비스 거래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숫자 아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지금까지 나열한 수치들은 다 잊으시라. 개성공단의 진짜 비용은 돈이 아니라 문화다.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개성공단을 두고 “김정일의 가장 큰 정치적 실수”라고 평했다. 맞는 이야기다. 김정일이 한국에 보인 양보 때문이 아니라, 일단 한 번 문이 열린 개성공단을 통해 막대한 양의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전 지역에 퍼졌기 때문이다.

남북 양측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프로젝트를 두고 함께 일하면서 서로가 같은 인간임을 확인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흡수든 혁명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한반도가 통일될 때 남북 간 문화 격차는 작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충격 또한 너무 커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능한 한 빨리 그런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통일세’ 같은 정책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문화비용을 고려하지 못한 채 돈 계산에만 열중한 고전경제학자들의 실책이다. 금전적 비용은 통일한국의 측면에서 봤을 때 결국 단기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역내 안정을 해치는 진정한 위협은 남북 간 문화와 사회 통합이라는 장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한국 사업가들이 개성공단으로 실어나른 것은 단지 신발과 코트, 프라이팬을 만들 원자재만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의 일상 생활이 담긴 중요한 이야기를 매일 같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수출했다. 그 경향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는 북한에 불어닥친 초코파이 열풍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사회로 유입된 초코파이는 새롭고도 기이한 무역상품으로 떠 올랐다.

한국 사업가들은 노동자들에게 현금 보너스 대신 초코파이를 제공했다. 그러면 노동자들이 그 초코파이를 공단 밖으로 가져나가 시장이나 개성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팔았다. 이 한국산 과자는 성황리에 판매됐고, 오래 지나지 않아 북한 전역에서 구할 수 있게 됐다. 북한 최북단 지역의 상인들은 이 맛있는 과자를 중국 상인들로부터 수입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한국산 과자가 북한 사회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많은 북한인들의 일상 언어 속으로 침투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대다수 북한인들은 초코파이를 구입할 여력이 없었지만 이를 살 수 있는 중산층에겐 다시 한 번 한국의 높은 삶의 수준에 노출되는 계기가 됐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유는 동독이 자발적으로 정부를 포기해서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동서독 간의 인적교류가 동독인들의 불만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독인들은 서독에 사는 자신들의 사촌이 일곱 가지 맛의 요거트 중 하나를 골라 먹는동안 오직 한 가지 맛에만 만족해야 했다.

두터운 이념적, 물리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경제적 통로 없이는 북한을 변화시킬 길이 없다. 북한에 혁명이든 진화든, 아니면 붕괴든 뭐든 일으키려면 개성공단 같은 사업을 통해 교착상태를 끝내고 북한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변화가 꼭 정부의 변화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설령 그것이 아주 작은 진전일지라도 북한에 더 많은 정보를 유입시키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꼭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남북관계를 ‘창조 경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남북 간 협력사업을 통해 양측 간 정보 소통을 증가시키고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다가오는 충격과 나아가 통일까지 대비할 창의적 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남북경협을 달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남북경협은 북한의 공격 위협도 크게 감소시킨다. 많은 전문가들은 2010년에 남북경협이 보다 활발했더라면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아울러 한국이 북한에 더 깊이 관여했더라면 이명박 정부가 수년에 걸쳐 연평도 인근 병력을 증강하고 그곳에서 훈련을 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위협을 느낄 때 총을 지닌다고 해서 더 안전해지거나 현존하는 위험이 줄어들진 않는다. 적이 당신을 공격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을 제거했을 때 비로소 위험은 사라진다. 똑같은 논리로 남북경협은 북한이 갈등을 고조시킬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이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와 낡은 정치체제(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북한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에도 불구하고 응당 받아 마땅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어떻게 면하고 있는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보면 경제적 관여가 한 국가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다. 최근 국제관계에서는 ‘전략적 인내’가 중시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는 인내심보다 한국인 특유의 성급함을 더 발휘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하듯이 중국을 향해 강한 어조로 말하기를 꺼린다. 중국과 경제 관계를 해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제적 관계는 간접적으로나마 중국인들을 더 많은 경제적 자유로 이끌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

개성공단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또 한가지 화제는 외화 문제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얼마 전 한국과 해외 언론은 그 공단이 북한에 필요한 외화를 제공하므로 폐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그런 주장이 정권의 “존엄성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말을 증명하듯이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북한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 결정은 정부가 아니라 군부에서 내렸다. 이는 북한 통치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보다 강해졌다는 보이지 않는 신호다.

폐쇄 결정을 누가 내렸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주된 외화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불법 무기거래로 매달 수백 만 달러의 수익을 챙긴다.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며 장학금이나 연구보조금을 받는 북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버는 외화의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송금해 북한의 외화 비축에 일조한다.

당시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공개된 동영상은 “개성공단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한국 기업가들”이라고 밝혔다. 좋든 싫든 그들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물론 북한은 자신들의 불법적인 수입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처럼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에 그렇게 큰 재정적 손실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북한 정권으로선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한국으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쪽이 수익만 따졌을 때보다 오히려 더 이득일지 모른다. 북한 정권뿐 아니라 북한인들의 불법거래로 인한 수익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북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불법거래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같은 곳에서 눈가림용으로 내놓은 순진한 통계자료에 나타난 수치보다는 훨씬 많이 북한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또 북한에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숙련 노동자들이 있다. 만약 개성공단 같은 사업이 실패한다면 북한은 이 노동자들을 중국 공장으로 보내 똑같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으며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실패한 회담을 둘러싼 논쟁으로 가득한 신문 기사들을 뒤로 하고 한 걸음만 물러나 창조적인 경제협력이 북한인들의 삶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그 다음 한 걸음 더 물러나 이런 사업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민간접촉을 늘림으로써 갑작스런 한반도 통일로 인한 충격을 얼마나 크게 완화시킬지 생각해 보자. 북한의 이익일 뿐 아니라 한국의 이익이기도 하다. 정치적 신념이 어떻든 한반도의 미래는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사업에 달렸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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