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놀핑’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혹
business - ‘놀핑’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혹
실내외가 연결된 워터파크에선 아이들의 환호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눈이 내리는 스노우파크에선 어른들이 썰매를 지치거나 개썰매를 타며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H&M·자라·에잇세컨즈 등 글로벌 SPA(제조 유통 일괄형)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은 여성들의 놀이터다. 150여 개 아이디어숍, 50여 개 음식점, 성형외과, 에스테틱, 네일아트 등에도 발길이 몰린다. 멤버십 럭셔리 스포츠클럽과 각종 공연장도 들어섰다.
지난 5월 수도권 북서부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탄생한 원마운트의 모습이다.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16만1602㎡(5만평) 규모의 3개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은 2500명, 동시 수용 인원은 1만 명에 이른다. 배병복(56) 원마운트 회장은 “놀면서 쇼핑한다는 뜻의 ‘놀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기존 쇼핑공간과 차별화를 꾀했다. 2000만 수도권 인구와 1000만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서울 명동과 강남에 이은 3대 상권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원마운트의 특징은 놀이와 쇼핑의 결합이다. 배 회장은 ‘세상에 없던 놀이터’를 모토로 삼았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백화점과 결합했다면 원마운트는 쇼핑몰이라는 대중적인 장소와 결합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성이 소비를 리드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의 놀이터인 쇼핑몰, 자신을 가꾸는 스포츠센터와 뷰티클러스터, 여름과 겨울을 동시 체험하는 테마파크를 한자리에 모았어요. 특히 쇼핑몰에 대중적인 상품을 갖춰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었습니다.”
동북아 놀이터로 ‘일산’ 주목배 회장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아파트·오피스텔·상업시설 등을 개발한 디벨로퍼다. 오피스텔 레이크빌(1997년), 쇼핑몰 라페스타(2003년)·웨스턴돔(2007년), 아파트 위시티블루밍(2007년) 분양에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시설엔 ‘국내 최초 복층형 오피스텔’ ‘국내 최초 돔 구조 개방형 쇼핑몰’ ‘국내 최초 스트리트형 쇼핑몰’ ‘국내 최초 테마파크·쇼핑몰 복합공간’ 같은 ‘국내 최초’ 수식어가 붙었다. 대규모 뉴타운 건설과 도시재개발사업에서 통찰력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도시를 조성한다는 평을 들었다.
충남 서산에서 나고 자란 배 회장은 한때 마도로스를 꿈꾸며 배를 탔다. 하지만 바다보다는 육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느껴 다시 뭍에 올랐다. 1984년 서울 풍납동에 5층 건물을 신축했다. “상가가 부족한 것을 보고 상업용 건물을 지었습니다. 설계와 건축 모두 처음 해봤죠. 건설 과정에서 수해를 입기도 했고, 완공 후 2년 만에 올림픽대로 진입로에 편입되면서 보상받고 철거했어요. 건축업의 모든 과정을 속성으로 배운 셈이죠.”
이후 경기도 일산에 둥지를 튼 것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1기 신도시 개발 당시 경기도 분당과 일산을 저울질 하던 그는 건설업체 간 경쟁이 심한 분당 대신 대기업브랜드 참여가 적은 일산을 택했다. 일산 정발산 근처에 단독주택 10채를 지으면서 일산 주택 사업을 시작했고, 1996년 청원건설을 창업했다. 이후 레이크빌 분양에 성공한 그는 쇼핑몰 개발에 눈을 돌렸다. 우선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이에 맞는 지역을 물색했다.
“놀이와 쇼핑이 어우러진 상업시설을 만들기엔 경기도 일산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산은 문화예술인이 많은 지역이고 축제와 이벤트가 많이 열립니다. 서울과 인천공항에서 가깝고 남·북 연결통로의 중심에 있어 남북 경제교류가 활성화될수록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입니다.”
한류월드와 킨텍스·호수공원 등이 어우러진 일산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그래서 놀이터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원마운트 옆에는 대명산업의 엠블호텔이 문을 열었고, 곧 한화그룹의 아쿠아플래닛이 들어선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2만석 규모의 K-팝 공연장인 아레나를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 짓는다고 발표했다. 배 회장은 “경기도 서북과 동남 지역을 연결하는 GTX건설이 확정되면 서울 강남 코엑스와 일산 킨텍스를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개념 놀이터’ 위해 4년간 해외 답사그는 ‘세상에 없던 놀이터’를 구체화하기 위해 4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 결과 테마파크와 쇼핑몰이 결합된 공간이 드물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쇼핑몰은 비교적 일찍 기획됐지만 테마파크는 남다른 것이 필요했다”며 “어린시절 놀이터로 삼았던 논·강·호수에서의 경험을 새롭게 각색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북유럽 산타마을을 주제로 디자인한 스노우파크다. 이색썰매·개썰매·빙상볼링 등의 101가지의 펀(Fun) 아이템을 즐길 수 있는 아이스레이크, 7개의 테마동굴을 지나며 아찔하게 즐기는 아이스로드, 1년 내내 영하의 온도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스노우힐 등으로 구성했다.
그는 “겨울이 되면 항공권이 동난다는 핀란드 산타마을을 방문했는데 세계 주요 도시로의 이정표, 산타에게 쓰는 편지가 눈에 띄었다.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훌륭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원마운트의 목표 중 하나는 중국 관광객 유치다. 최근 테마파크 단체 예약과 함께 뷰티클러스터에서의 의료관광 수요가 늘고 있다. 배 회장은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소비를 보면 물건을 사는 쇼핑이 대다수다. 하지만 관광대국을 보면 관광객이 쇼핑보다는 보고 즐기고 마시고 노는데 더 많은 돈을 쓴다”고 말했다. “우리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쇼핑과 놀이시설에 한국적 이벤트를 가미해 재방문을 유도할 겁니다.”
최근엔 기업 CEO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실외 스크린 골프장, 실내 스크린 승마장에서 즐기는 것만 아니라 워터파크와 스노우파크를 찾아 젊은이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일종의 벤치마킹이다. 배 회장은 “CEO들이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와 니즈를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해야 할 CEO에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디벨로퍼로서 시장의 흐름을 읽는 타이밍과 독창적인 개발 전략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나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가 아니다. 대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했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를 상대하는 상인들이 원하는 시설이 무엇인지를 조사합니다. 그에 맞는 디자인업체를 구하고, 마케팅 적임자를 찾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독특한 문화를 얹지요. 정답을 찾기 위해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그는 “성공의 열쇠는 고객의 니즈 파악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은 젊은 층이 만든다. 이것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젊은 층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 ‘핫하게’ 뜨는 지역이 있다면 발품을 팔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귀찮아할 정도로 젊은 직원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고 한다.
배 회장은 일산 원마운트의 성공이 입증되면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세상 어디나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놀이와 쇼핑 복합공간이라는 상품을 가지고 중국과 인도에 진출할 것이다. 특히 중국 대련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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