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ation - 대학 교과서 업계는 아직 ‘디지털 무풍지대’
publication - 대학 교과서 업계는 아직 ‘디지털 무풍지대’
2013년 7월 업계 최대의 교과서 출판사 센게이지러닝은 자진해서 파산을 신청했다. 2006년 사모펀드 기업에 매각된 이 출판업체의 부채는 60억 달러에 달한다. 파산 후 센게이지러닝은 “혁신적인 온오프라인 상품을 출시해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센게이지러닝의 파산 신청은 교과서 업계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보여주는 단서다. 센게이지러닝측은 파산 사실을 밝힌 뒤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전통적인 인쇄매체 모델에서 디지털 교육모델과 연구자료로 전환하는 장기적인 사업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센게이지러닝은 재정 위기를 겪은 뒤에야 디지털 교육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대형 출판사 맥그로우힐은 한발짝 더 빨랐다. 맥그로우힐의 교육솔루션 담당 상무 톰 말렉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내비쳤다. 말렉은 전자책이 더 저렴하고 배포가 간편하기 때문에 “고등교육에 다가올 미래”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 인쇄매체보다 디지털을 선호하므로, 교과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전자책으로의 이행은 사람들의 예측처럼 빠르고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말렉도 지적하듯이 전자책을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 학생의 3%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자책의 가격이 꼭 인쇄된 교과서보다 훨씬 저렴한 것도 아니다. 또 많은 교수와 학생은 여전히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한다.
텍사스대에서 광고를 전공하는 3학년생 테일러 스카토지는 종이 교과서를 고집한다. “종이 교과서가 좋은 이유는 그 위에 바로 필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 다시 볼 때 내가 필기한 내용이 공부에 도움을 준다.”
나는 교과서를 포기한 적이 없지만 거의 사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아이패드로 디지털판을 내려받거나(보통 더 저렴하다) 아마존이나 체그 같은 사이트에서 빌린다. 그러나 내가 전자책을 선호한다고 해서 다른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는 뉴욕에 있는 호프스트라대 2학년이다.
우리 교수 대부분은 내가 디지털 버전 교과서를 사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일부 교수(이들은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것도 금지한다)들은 여전히 자신의 교실에서 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전자책, 아이패드, 노트북,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고 그 대신 학생들에게 종이 교과서를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나는 모든 교과서를 전자기기 하나에 저장하기를 선호하지만 전자책이 항상 가장 저렴하지만은 않다. 저널리즘 수업에 필요한 책 한 권을 전자책으로 구매하려면 38.61달러다. 그러나 중고 교과서를 한 학기 동안 빌리는 데는 22.50달러, 새 책을 구입하는 데는 49.95달러가 든다. 같은 수업에 쓰이는 다른 책은 디지털판이 19.25달러고 중고 대여는 14달러다. 이처럼 들쭉날쭉한 가격은 대학생들이 항상 전자책만 사용하지는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 없이는 못 사는 요즘 젊은이들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개인적인 이유나 경제적, 제도적인 이유로 인해 그들은 여전히 종이 교과서를 이용한다. 그런 추세가 앞으로 수 년은 더 지속될 조짐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만약 모든 교육자료가 온라인으로 이용 가능하다면 교과서를 살 필요가 있을까? 교과서 산업의 매출액이 갈수록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는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교과서 가격은 1986년 이후 세 배가 올랐다. 물가상승률의 두 배다. 학생들은 여전히 책을 사지만 정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중고 책을 사거나 빌리기가 쉬워진다.
에어비엔비(숙박 공유업체)와 자전거셰어링, 카셰어링, 의류대여 같은 공유 서비스의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공유를 쉽게 받아들인다. 2012년 전자책 출판사 북분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 75%가 필요한 교과서들을 사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오클라호마대 학생 70% 가량은 필요한 책 일부를 구입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책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기 중에 한두번 쓰고 말 책이라면 더 그렇다. 책을 사지 않기로 결정한 학생들은 업체나 친구를 통해 책을 빌린다.
몇몇 학교들은 전자책을 내거나 교수가 직접 만든 자료를 사용해 학생들의 비용을 낮추려 한다. 나를 가르치는 호프스트라대 교수 중 절반은 한 권 이하의 교과서를 채택했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전통적인 교과서가 아니라 수업 내용과 맞는 비문학 서적일 경우가 많았다.
지난 학기 정치학과 필수전공인 ‘중동정치학’ 교과서 중 하나는 구내서점에서 100달러가 넘었다. 나는 아마존에서 20달러도 안 되는 가격으로 새것을 구입했다. 연방과 주 정부의 적자가 감소하면서 미국의 긴축은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교과서 업계는 앞이 아직도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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