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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ASHION - “난 세상에서 가장 나이 든 10대”

culture FASHION - “난 세상에서 가장 나이 든 10대”

스타일의 이단아로 불리며 젊은팬층 확보한 90대의 아이리스 애플
애플은 남들의 시선을 끌 목적으로 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태도”라고 말한다.



아이리스 애플은 별난 패션 감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패션의 전설, 스타일의 이단아 등으로 불리는 애플은 탁월한 미학적 감각과 자신감의 독특한 조합으로 90대의 나이에도 젊은 팬들을 많이 확보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애플은 1950년대에 남편 칼(현재 99세)과 함께 올드 월드 위버스라는 직조회사를 설립했다.

그녀는 업무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아시아와 아랍의 전통시장, 중고품 할인점, 많은 유명 디자이너 하우스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닉슨, 레이건, 클린턴 등 미국의 여러 대통령을 위해 백악관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

그러는 동안 애플은 두꺼운 팔찌와 목걸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안경, 과감한 무늬의 원피스와 이브닝 드레스 등 톡톡 튀는 패션 아이템들을 사 모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 의상연구소 큐레이터 해럴드 코다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아이템들이 보여주는 그녀의 패션 경향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처럼 기이하고 과장된 특성”을 지녔다.

애플은 이전에도 패션 잡지 등에 사진이 자주 찍혔다. 2005년에는 MET 의상연구소에서 그녀의 개인 패션 소장품 40점을 전시했다. 또 2007년에는 그녀에 관한 책 ‘레어 버드 오브 패션(Rare Bird of Fashion: The Irreverent Iris Apfel)’이 출간됐다. 그리고 현재 앨버트 메이즐즈[‘그레이 가든스’(1975)] 감독이 그녀를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애플은 또 여러 브랜드에 독특한 패션 감각을 빌려준다. 안경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녀는 노년층을 위한 멋진 안경을 제작하는 아이밥스 제품을 많이 사 모았다. 또 독특한 감각을 살려 스와로브스키와 협업으로 제작한 액세서리가 홈 쇼핑 네트워크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재미있는 건 그녀는 유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남의 이목을 끌 목적으로 옷을 입은 적도 없었다. 애플은 자신감과 대담성을 늘 강조한다.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그녀는 말한다.

지난 8월 29일 92세가 된 애플을 17세의 태비 게빈슨(온라인 패션잡지 ‘루키’의 설립자)이 인터뷰했다. 패션계의 최고령 스타와 최연소 스타의 만남이었다. 그 자리에서 애플은 개인적 스타일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왜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10대인지도 털어놓았다.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 게 언제였나? 스스로에게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된 때 말이다.

아버지가 매우 명석했다. 지적이고 세상 물정에 밝고 호기심도 많았다. 아버지가 모든걸 다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던 날이 내가 어른이 된 날이다. 아버지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내 문제에 대한 답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실망스러웠나, 아니면 의욕이 샘솟았나?

실망스럽지 않았다. 난 모든 걸 알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모든 걸 다 알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다가 기본적인 훌륭한 것들을 놓친다. 인생에는 신비스러운 구석이 무척 많다. 그런 건 신비한 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

맞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라는 천체물리학자도 그런 말을 했다.

그것 봐라. 난 천체물리학 학위가 없어도 그런 원리를 알아내지 않았나?

[웃음] 사람들이 “우주의 95%는 인간이 모르는 영역이라는 사실이 두렵지 않으냐?”고 물으면 타이슨은 그 때문에 매일 아침 일을 하러나가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자신의 무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걸 알게 되면 사람이 너무 판에 박히고 편협해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생각이 통한다.

살아오면서 패션이나 스타일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패션업계에 종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패션과 개인적 스타일은 매한가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향이 더 세련돼지고 안목이 높아진 것 같긴 하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똑같다.

영감의 원천이 됐던 것들 중에 가장 의외라고 생각됐던 예는?

일부러 영감을 찾으려 하진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얻어진다. 어떨 때는 벌레를 밟았을 때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옷을 입고 외출하려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옷을 잘 입었더라도 자신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보기에 좋지않다. 난 나 자신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편이 더 좋다.

좋은 방법이다.

내겐 효과가 있다. 스타일에 있어서는 다른 누구의 방법도 그대로 따라 해선 안 된다. 나와 책 만드는 작업을 함께한 에릭 보먼은 나에 관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대다수 여성의 경우 옷을 입고 거울을 볼 때 그 어머니들이 ‘그 중 하나는 빼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거울을 보며 스스로 ‘다른 것 하나를 더해라’라고 말한다.”

애플은 자신의 스타일이 지난 7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텍사스대(오스틴 캠퍼스)에서 맡았던 프로그램이다. 교수로 임명됐을 때 정말 기뻤다. 많은 학생들을 도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깨닫도록 해줬다. 또 그들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했다.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배운 점은?

직장을 구할 때는 자신의 창조적 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성격에도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난 학생들을 큰 회사에 데려간다. 그런 회사에서는 각 개인에게 특정 역할이 주어지며 개인은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때때로 한 가지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그런 방식이 성격에 맞는다면 괜찮다. 그런 다음 난 학생들을 직원 약 20명이 같은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 작은 회사로 안내한다.

거기선 모든 사람이 필요한 일은 뭐든 한다. 앞의 회사와는 판이한 분위기다. 난 사람들에게 몇 군데 일자리를 체험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쪽을 택하라고 말한다. 고도로 전문화된 회사에 들어가서 “아, 난 패션업계가 싫어”라고 말하지 말라는 얘기다. 자신이 싫어하는 건 패션업계 전체가 아니라 그 특정 회사의 운영방식일지 모른다.

맞는 말이다.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 그렇게 시들어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일이 어려워지지만 새로운 경험과 도전은 신선한 활기를 준다.

당신이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당신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세상에 내놓는 작품에서 그게 느껴진다.

감동이다. 고맙다. 많은 여성이 옷을 입을 때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다. 슬픈 일이다.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해보면 그들이 정말 불행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모른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남들과 똑같이 보이기는 싫으면서도 그래야 한다고 느낀다. 심리적인 혼란 상태다.

하지만 당신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임무완수다.

오히려 내가 고맙다.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어떤 일이 닥치면 그저 거기에 빠져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약 5년 전 누군가가 내게 장차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난 큰 소리로 웃으면서 “정신나갔느냐?”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나?

그랬기를 바란다. 사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이 도전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렇다. 나이가 들어서 전철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나처럼 고관절 골절을 입었다든가 해서 말이다)들이 뉴욕에서 살아가기는 정말 힘들다. 여자가 뉴욕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 한 두 가지는 운전기사와 안에 털을 댄 레인코트다. 그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일찍 성공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는 걸 미화하고 이상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꽤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당신의 경우는 사뭇 다른데.

그렇다.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면에서 정반대다. 당신은 어린 나이에 성공해 이름을 알렸고 난 뒤늦게 피어났다!

나이 들어서 유명해지니 어떤 장점이 있나?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 언론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우쭐해서는 안 된다. 기자들이 좋은 말을 써준다고 해서 자신이 꽤 멋지다고 생각하거나 유명 스타가 된 듯 행동해서는 안 된다. 난 70년이 넘도록 이렇게 살아왔다. 변한 게 없다. 스타일이나 사고방식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날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즐겁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이다. 자격이 있든 없든 칭찬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때로 너무 어린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서 모든 게 저절로 얻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잘났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다. 연예계에 마약중독과 자살이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인 듯하다. 음반 한번 내고 순식간에 스타가 되기도 하지만 똑같은 행운이 반복되진 않는다. 한번 반짝 피어났다가 져버리는 경우다.

난 이 나이에 이 모든 걸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 만약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뭘 했을지 모르겠다. 친한 친구 대다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카드게임이나 골프를 즐기지 않으며 여자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점심 모임에 나가기도 싫어한다.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지금 이 일이 내게 살아갈 목적의식을 준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인생 막바지에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 다음에 언제 뉴욕에 오나?

10월에 온다. 뉴욕커 페스티벌에서 인터뷰를 하고 10대 독자들을 위해 작은 파티를 연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늙은 10대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꼭 기억하겠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하나?

늘 그렇게 느낀다. 난 누구를 만나든 그렇게 말한다. 10대로 사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뭐가 그렇게 멋진가?

그때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신선하고 배울 것 투성이다. 대각성의 시기다. 주변에 있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세히 살피고 경험하게 된다. 정말 멋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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