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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여행의 아시아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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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00만 달러 빚더미 위에 올랐던 에어아시아를 인수해 10년 만에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로 키워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의 이야기는 ‘항공업계의 전설’이다. 인수 당시 2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현재 126대, 취항 노선도 20개국 85개 도시 150개로 늘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으로 박지성이 활약하는 영국 프로축구 퀸스파크레인저스(QPR, 성적부진으로 다음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 리그로 강등) 구단주로 국내 축구팬에게 잘 알려졌다.

아시아의 대표적 여성 전문경영인 캐슬린탄 에어아시아익스피디아(AirAsiaExpedia) CEO는 페르난데스 회장의 성공신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싱가포르 출신인 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인수 초기부터 페르난데스 회장의 ‘오른팔’로 에어아시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에어아시아익스피디아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에어아시아와 미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50 대 50 조인트벤처다. 이 합작사의 CEO로 올 초 임명된 탄 대표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해외 브랜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익스피디아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한국은 잠재력이 큰 중요한 시장입니다. 아직 여행산업이 크지는 않지만 새 여행지를 찾아 개별 자유여행을 즐기는 한국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1년 7월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익스피디아는 한국 호텔 700여 곳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한국 시장을 겨냥해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탄 대표는 한국시장 공략의 성패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현지화’를 들었다. “홈페이지의 한국어 서비스가 현지화는 아닙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여행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인트벤처의 또 다른 축인 에어아시아는 7월 15일부터 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주4회 운항한다. 동남아와 부산을 잇는 첫 노선이다. 에어아시아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시장에 집중투자한다는 사업계획의 일환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K-팝과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서울을 비롯한 국내 관광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한몫했다.

“K-팝 인기가 관광지로서 한국을 새롭게 인식시켰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아시아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는 홍콩과 대만이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를 뛰어넘는 독자적인 힘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6살된 조카가 원더걸스 흉내를 내며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의 힘은 강합니다.” 그는 “매년 여름이면 많은 한국 가수의 싱가포르 공연에 ‘지갑이 얇은’ 현지 10대들이 어떤 공연을 볼지 고민하느라 애를 먹는다”고 귀띔했다.



포기하기엔 너무 컸던 중국 시장탄 대표가 세계적 음반사인 워너뮤직의 싱가포르 지사 상무로 근무할 당시 페르난데스 회장은 워너뮤직 동남 아시아 지역 법인 부회장으로 함께 일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탄 대표의 남다른 기획력과 추진력을 평소 눈여겨보고 에어아시아를 인수한 뒤 2004년 그를 영입했다. 탄 대표는 “중국에서 에어아시아를 성공시킨 것은 페르난데스 회장이 아니라 나”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에어아시아 중국 지사에 온지 3주만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음반업계와 달리 항공산업은 ‘남자들의 세계’거든요. 분위기도 훨씬 엄격했고 페르난데스 회장도 회사 상장 추진으로 뉴욕에 있어 누구도 제게 신경 써주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트위터로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싱가포르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가지 말고 ‘중국을 변화시켜달라(Go change China)’고 부탁하더군요.”

한반도의 40배가 넘는 방대한 중국 영토와 13억 인구를 생각하면 페르난데스 회장의 요구는 너무도 막연했다. 하지만 탄 대표는 자신을 믿는 사람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일념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웹사이트와 관련 서적을 뒤지며 중국시장과 저비용항공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넓혀갔다. 직원들이 먼저 다가와 도와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부서를 돌며 자신을 소개하고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다.

“누군가 ‘가급적 많은 중국의 공항을 다녀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에어아시아 비디오 자료를 들고 처음 간 곳이 쿤밍(昆明) 공항이었습니다. 담당 직원 15명 앞에서 통역없이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반응이 냉랭했죠.”

하지만 타고난 사업가인 탄 대표에게 중국시장은 포기하기엔 너무 컸다. 첫 실패를 거울삼아 보다 치밀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광저우·충칭·하이난·항저우·시안·상하이 등 중국 주요 공항을 차례로 공략해 성공적인 계약을 따냈다. 이런 노력 끝에 에어아시아는 중국에서 올 1분기 중국-태국 노선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하는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비롯한 SNS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20만 명이 넘는 웨이보 팔로어가 중국에 관한 많은 정보와 조언을 줬습니다. 모두 저의 소중한 스승이에요. SNS를 통해 한국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에서 웨이보 서비스는 2009년 8월 시작됐다. 불과 4개월 만에 800만 명이 가입했으며 1년 후 이용자는 7500만 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자 수는 3억9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3일 춘절(春節·한국의 설) 때 초당 메시지 발송 건수는 3만2312건에 달했다. 세계인이 사용하는 트위터의 역대 초당 최고 기록인 2만5088건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

현재 3500억 달러(약 390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행시장은 전 세계 여행산업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탄 대표는 이 비율이 2030년에는 4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주·유럽 지역의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의 매력적인 여행지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롬복은 발리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상업적인 때가 덜 묻었습니다.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롬복에서 발리까지 페리로 이동할 수 있어요. 말레이시아 랑카위는 3성급부터 6성급에 이르는 다양한 호텔이 즐비한 아름다운 섬입니다. 인근 섬들을 도는 여행도 특별한 재미입니다. 요즘처럼 엔화가 약세일 때는 일본여행을 권합니다.”

전통적으로 저비용항공 이용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안전 문제에 관해서 탄 대표는 “사고로 한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의 90%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만큼 승무원과 엔지니어를 비롯한 직원의 안전교육에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비용항공사 조종사들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탄 대표는 이에 대해 “(저비용항공의 경우) 버스를 몰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착륙을 반복하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과거 구찌·펜디·랑방 등 럭셔리 라인을 취급하는 FJ 벤자민의 아시아 마케팅 총책임자로 일했던 탄 대표는 젊은 직장인에 대한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자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으면 일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일이 사람을 찾아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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