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YMPIC EFFECT - 올림픽의 저주
THE OLYMPIC EFFECT - 올림픽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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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사업체 사장인 조 스틸리언은 동네 한복판에 올림픽 공원이 들어서면 돈이 좀 벌리겠구나 생각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 비용으로 140억 달러 이상이 들어가지만 예상되는 지역경제 부양과 이스트 런던의 재건 효과가 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 남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장관을 이룬 폐막식 4일 전 경찰이 쳐놓은 차단선과 지하철역 폐쇄가 그의 영업에 큰 타격을 줬다. 결국 26세의 스틸리언은 운영하던 카페 문을 완전히 닫아야 했다. “올림픽이 정말로 치명타였다”고 스틸리언이 말했다. ‘올림픽이 내린 저주’의 또 다른 희생자였다.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한 도쿄의 경우는 다르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런던이 올림픽 유치를 구상할 당시, 당국자들은 이전 올림픽 주최국들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알았다. 막대한 과잉지출, 텅 빈 건물들, 기대 이하의 관광객 증가…. 하지만 앞선 주최국들처럼 그들은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큰소리쳤다.
2012년 여름 3주 동안, 런던은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자신만만하고 거의 흠잡을 데 없는 태도로 세계 무대를 호령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올림픽 개최가 어떤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왔을까?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곳곳에서 사업체들이 문을 닫는다. 사디크 칸 노동당 의원은 올림픽 폐막 직후 그런 문제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정부와 런던 시장은 눈부신 올림픽에 견줄 만한 유산을 남기지 못했다”고 그가 말했다. 올림픽 효과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런던의 올림픽 개최국 클럽 가입을 환영한다. 옥스퍼드대가 올해 말 발표하는 한 조사는 런던이 올림픽 저주의 타격을 유독 심하게 받았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과다 비용지출, 경제개혁 공약의 저조한 이행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옥스퍼드대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의 앨리슨 스튜어트 박사는 1960년 이후 올림픽의 경제효과에 관해 폭넓은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올림픽이 플러스의 비용편익을 가져온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결혼할 때 내리는 결정과 똑같다. 결혼식에 거금을 쓰는 건 좋은 투자가 아니다. 화려한 파티지만 지출한 비용을 회수하지는 못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예산관리의 부실을 놓고 보자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따를 도시가 없다.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의 분석에 따르면 예산의 796%를 지출한 뒤 2006년까지 빚을 갚아야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도 예산관리가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그리스 도시가 올림픽에 지출한 돈은 국가 GDP의 5% 선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120억 달러의 올림픽 개최비용이 그리스 경제붕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림픽 공원은 돌보는 이 없이 방치돼 잡초와 낙서만 무성하다.
몬트리올과 아테네가 올림픽 저주의 대표적인 사례일 듯하다. 하지만 올림픽을 주최한 모든 도시가 경제적으로 플러스 유산을 남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드니 2000은 근래 들어 가장 성공한 올림픽 중 하나로 널리 평가받는다. 하지만 1990년대 올림픽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브루스 베어드는 그 효과에 실망했다고 털어놓는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가사를 빌리자면 ‘적잖이 후회했다(Regrets, we’ve had a few).’”
시드니의 경우 올림픽 유치에 도전한 가장 큰 동기는 관광산업 활성화였다. 세계의 언론매체가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본다이 비치 해변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취재함에 따라 전 세계에 많이 노출되면 휴가와 출장 여행자가 모두 크게 늘어나리라고 정부는 확신했다. “우리가 올림픽을 유치했으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시드니로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우리의 혼을 빼놓으리라는 허황된 기대가 있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 도시는 올림픽 예산을 90% 초과 지출했다. 8억 달러를 들여 신설한 철도 노선은 올림픽 직후 폐쇄됐다가 나중에 재개통됐다. 과거 방치됐던 올림픽 공원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폐막 후 10여년 만에 회생 조짐을 보인다. “올림픽 당시엔 모두들 들떠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기대에 못 미쳐 사람들이 실망했다”고 베어드가 말했다. “지금은 함정이 뻔히 보인다. 능력 이상의 약속을 하지 말라. 예산 한도 내에서 일을 벌여라. 냉정을 잃지말라”며 그가 덧붙였다. “지출 중 일부는 분명 도를 넘었다.”
올림픽 예산안을 마련하는 지난 1년 동안 이스탄불·마드리드·도쿄는 명심해야 할 주의사항을 귀따갑게 들었다. 하지만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리처드 섬리의 올림픽 유치 노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는 런던 스포츠·레크리에이션 협회 위원이었다. 청년층 스포츠 인구 확대 방안을 연구하는 회의에 동료들보다 늦게 도착했다.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어떨까?’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섬리는 그 공로로 대영제국 5급 훈장을 받았다. 그뒤 25년 중 상당 기간을 런던 올림픽 유치 그리고 운영을 위해 힘썼다. “애초부터 올림픽 유치노력의 원동력은 그 유발효과였다”고 그가 말했다. “이스트 런던의 재건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2007년에도 올림픽 유발효과와 인프라에 대한 고려가 여전히 사고의 핵심을 이뤘다. 당시 스티븐 팀스 재무장관이 140억 달러 선의 새 올림픽 예산을 승인했다. 원래 예산안 37억 달러의 4배에 가까웠다. 나라에 그렇게 큰 위험부담을 지울 때 불안하지 않았느냐고 최근 그에게 물었다. “맞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단계에선 분명히 불확실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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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경기장 다수를 애물단지로 만들지 않겠다는 한 가지 약속만큼은 지켰다. 그 대신 올림픽 폐막 후 해체해 버렸다. 런던의 34개 올림픽 경기장 74만5100석 중 25만7000석이 올림픽 종료 후 철거됐다. 크리스토퍼 리는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과 임시 경기장들을 설계한 파퓰러스사의 수석 건축사다. 그는 그것이 런던 올림픽의 대혁신 사례 중 하나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한 경기장을 일부러 해체하는 건 다소 허무한 결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그 경기장들을 놀리면서도 유지해야 한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건물들을 누가 물려받든 계속 운영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우리가 특별히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아테네 올림픽의 경우는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미어 리그 축구 구단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것을 더 규모가 작은 축구 경기장으로 개조하는 비용이 3억 달러 선에 이를 수도 있다.
올림픽 예산을 승인한 장관과 수석 건축사 모두 런던 올림픽이 성공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 활동을 시작한 지사반 세기가 지난 지금 섬리는 그 유산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올림픽 대회를 철저히 즐겼다면서도 몇 가지 과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분명 의도대로 되지 않은 문제가 몇 가지 있다”고 그가 말했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잘못 됐다. 자원봉사 활동도 실망스러웠다”고 그가 말했다. “가장 큰 과오는 정부가 올림픽 공원 이외의 재건 사업에서 발을 뺀 일이다. 올림픽 대회를 계기로 이스트 런던의 재건을 촉진하는 데 주안점을 뒀어야 했다.”
팀스도 올림픽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 효과가 주민들이 기대했던 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다고 시인했다. “올림픽 공원 인근뿐아니라 지역 전체 사업체들이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러 수많은 관중이 몰리면서 특수를 누리리라고 기대했지만 실상 그런 효과는 없었다”고 그가 말했다. 런던에 극도의 혼잡이 예상된다는 경고가 몇 달 간 잇따랐지만 사실상 유령도시로 변했다.
승마 경기가 열렸던 그리니치에선 90% 이상의 사업체가 소득증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니치대학 비즈니스 스쿨 피터 블라코스 부교수의 조사 결과다. 오히려 타격을 입었다는 사업자가 많았다. “그 광경을 상상해 보라. 오전 9시에 2만2000명이 식당 앞을 지나가는데 자원봉사자들이 ‘계속 걸어가라’고 그들을 재촉한다. 그뒤 오후 5시에도 같은 2만2000명이 다시 식당 앞을 지나 호텔로 돌아간다. 주인은 영문을 모른 채 멍하니 앉아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블라스코 부교수의 말이다.
조 스틸리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카페와 행사공간이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어림잡아 90여m 거리에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군중조차 보지 못했다. 동네 지하철역이 산발적으로 폐쇄되고 사람들이 주변을 배회하지 못하도록 단속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경찰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건가 싶게 정말 기이했다”고 그가 말했다. “경찰은 날마다 들렀지만 단골 고객은 아무도 우리를 찾아오지 못했다.”
옥스퍼드대 경제학자인 스튜어트는 모든 올림픽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대회 기간만 보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업체와 대회를 피해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아무 혜택도 없는 듯하다.”
해크니 윅에 있는 스틸리언의 옛 사업장 주변 도로는 무너진 기대의 흉터로 얼룩져 있다. 일부 올림픽 개막 전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한편 신축된 일단의 사무실 건물 블록과 주거 개발단지는 거의 텅빈 채로 서 있다. 번화한 웨스트필드 쇼핑몰은 올림픽의 의심할 바 없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그 안에도 1년 전 올림픽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던 보도를 따라 빈 점포들이 이어진다.
그 개발지구는 호주 업체 소유이며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들어서 있다. 그 곳을 제외한 현지 사업체들은 올림픽 효과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 스트랫포드 역 근처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터커(56)는 지역에 투입된 예산 수십 억 달러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불도저가 있으면 모두 밀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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