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찾아가는 재능기부’ 시대

나주시 농어촌형 재능기부 실험 … 소외계층 3만여명 혜택

‘함께 사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단체·기업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는 재능기부가 각광받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마케팅이나 기술 개발에만 사용하지 않고 기부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사회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재능기부를 주선하는 단체와 자원봉사자 수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은 시간·공간적 제약 때문에 도시 지역에 비해 자원봉사 혜택이 덜 미치게 마련이다.

도시 중심의 산업화와 농촌의 고령화가 두드러지면서 농촌에서의 재능기부 필요성은 더 커졌다. 도시·농촌 간 소득격차가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농가 인구 비율은 2000년 21.7%에서 2011년 33.7%로 증가했다. 반면 도시 가구소득 대비 농·어가 소득 비율은 같은 기간 76.3%에서 59.1%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농촌 맞춤형 재능기부 프로그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전남 나주시의 활동을 눈여겨 볼 만하다. 나주시는 전체 인구의 44.2%가 소외계층(65세 이상 24.7%, 기초생활수급자 6.1%, 차상위계층 3.7%, 장애인 9.7%)이다. 정부의 주민생활지원 8대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보건·생활 분야 재능기부 수요가 많다.

이에 나주시는 ‘행복 나주 이동봉사단’을 만들었다. 농어촌 주민의 다양한 불편사항을 사전에 파악하고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현장에서 해결한다는 취지다. 2009년 4월 ‘이동서비스 운영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나주시 19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한달에 두 번씩 운영하고 있다.

행복 나주 이동봉사단은 복지·보건·생활분야 등 20개 분야 55명의 민·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다. 봉사 분야는 이미용·가스·보일러·집수리·도배·한방진료와 각종 상담은 물론 칼갈이 봉사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총 426개 마을을 찾아 2만8283명의 주민들에게 다양한 도움의 손길을 제공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공모한 ‘2013 농촌 재능기부 사업’에 선정됐다.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에 맞춘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주시는 이동봉사단이 소외계층 190가구의 집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재료 구입에 재능기부사업비로 지원 받은 2500만원을 보탰다.

이동봉사단 활동 초기부터 가전제품 수리로 재능기부를 해온 황신헌(52)씨는 “밥솥이나 냉장고 등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해드렸을 때 좋아하는 어른신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이동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소외계층 주민들이 평소 불편해하는 가전제품 수리나 행정 상담 등 생활 밀착형 재능기부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확대해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시는 사전 주민 설명회 등 다양한 수요조사를 통해 새로운 복지시책을 개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