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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내년에 달러당 120엔(현재 102엔) 될 수도

Money Tech - 내년에 달러당 120엔(현재 102엔) 될 수도

국내 자동차 업계 빨간불 … 엔저 영향 크지 않다는 분석도
아베 일본 총리가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작년 말 80엔대이던 달러당 엔화 가치가 올 12월 들어 103엔대로 떨어졌다.



12월 6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2.14엔을 기록했다. 올 들어 연중 최저치인 103.73엔에 근접했다. 지난해 말 80엔대에 머문 엔화 가치는 1년 동안 28% 떨어졌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1060원대로 원화는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인다. 100엔당 원화 가치도 작년 말 1430원대에서 최근 1020원대로 바뀌었다. 900원대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원고(高)·엔저(低) 현상이 뚜렷하다.

일본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펴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취임 당시 “현재 1%인 일본은행(BOJ)의 물가 목표치를 2∼3%로 높이고,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금융완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올해 시중 본원통화량(일본이 발행한 화폐량) 목표를 200조엔(2078조원)으로 잡고 양적완화에 나섰다. 지난해(139조엔)보다 43% 늘린 것이다.

엔저로 국내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동차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산업은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JP모건 아시아·신흥시장 투자전략가 애드리안 모왓은 “한국과 일본은 선진국 시장 등에서 수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환율이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엔저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본원통화량을 올해 200조엔에서 내년에는 270조엔(2805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내년 4월 소비세 인상(5%→8%)을 앞두고 있는 것도 엔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회복에 따라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들어가면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엔화 약세가 201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14개 글로벌 IB들이 제시한 1년 후 달러당 엔화 가치 평균 전망치는 110.08엔이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120엔대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은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2011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자동차·전기전자·기계류 등 9개 품목이 겹친다. 중복 품목이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80.1%, 일본이 81.3%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경합하는 현대자동차로선 엔저가 위협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엔저에 따른 시장동향을 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원고(高)·엔저(低) 현상 뚜렷삼성경제연구소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0엔, 100엔당 원화 가치가 1000원이 됐을 때 수출 증가율은 2%포인트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1.8%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기업 채산성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2004~2006년 엔저 시기에 국내 수출기업 실적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04년 평균 3.8%였던 국내 자동차산업 영업이익률은 2005년 2.74%로 떨어졌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세계 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일본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며 “수출경쟁력은 결국 가격인데 엔저에 힘입은 일본 경쟁 업체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 엔저로 이미 손해를 봤다. 11월 25일 재벌 닷컴이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자산 상위 10대 그룹 소속 83개 상장사의 환차손익(환율변동으로 발생하는 손익)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1∼9월 누적 순환차손(환차익에서 환차손을 뺀 금액)은 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이 회사들이 9570억원 환차익을 거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산업 부진이 결국 결국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 과도한 우려 경계엔저가 한국 수출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에 비해 부정적 효과는 많이 감소했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3분기 단칸지수(일본 기업 경기전망)를 보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이후 일본은 수출보다는 오히려 내수 기업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업종 정도만 뚜렷한 실적 개선이 보이고, 한국과 경쟁하는 전자 업종은 개선 속도가 더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엔저가 시작된 이후에도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수출도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품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수출 경합에서 더 이상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내년에 엔저 현상이 지속되더라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저는 국내 시장에 자본유입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 3국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도 최근 새로운 거시경제 모형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 엔화 약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김대용 조사국 과장은 “과거 10년 전에 비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엔화 약세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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