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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 대공황 때보다 악화

빈부 격차 대공황 때보다 악화

오바마 대통령 “이 시대의 도전 과제” 경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월 4일 “확대되는 미국 내 소득격차는 이 시대의 대표적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3.6%로 껑충 뛰어 올랐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일자리는 매달 20만개 가량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10%에 달했던 실업률은 7%로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주식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행진을 펼치는 중이고, 주택가격도 빠른 속도로 뛰어 오르고 있다.

그 덕에 미국 가계의 부(富)가 쑥쑥 불어나고 있는 반면, 가계의 부채는 거의 증가하지 않는 건전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상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율을 높인 가운데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세금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덕에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격감했고 국가부채 증가속도도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총합과 평균치에서만 그러할 뿐이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빠른 속도로 악화된 미국 경제의 빈부격차 문제는 경제난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됐다. 경제난 자체가 중산 서민계층에 큰 충격을 줬을 뿐 아니라 그 이후의 경기부양 정책은 부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월 4일(현지시간) 거대한 화두를 던졌다.

“확대되고 있는 미국의 소득격차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도전이다. 경제구조의 변화와 정부 정책 때문에 계층 상승의 길이 막혔다. 미국 경제의 핵심이 되는 기본 전제가 망가졌다. 1970년 이후로 계속되고 있는 이런 추세는 아메리칸 드림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아메리칸 드림 위협”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집권 2기 행정부의 핵심 의제이자 내년 중간선거를 위한 캐치프레이즈다. 앞으로 미국 정가에서는 ‘빈부격차’ 문제가 더욱 자주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주가가 두배로 오르고 실업률은 대폭 떨어졌지만, 지난해 미국의 빈곤율은 15%에 달했다. 11.3%에 불과했던 2000년에 비해 ‘가난한 미국인’의 비율이 급증한 것이다.

미국 상무부의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중위(中位) 가구의 연간 실질소득은 5만1017달러에 그쳤다. 2008년 이후로 5년째 내리막길이다. 13년 전인 1999년에 비해서는 9%나 줄어들어 17년 전인 1995년 수준으로 뒷걸음을 쳤다. 반면 부자들의 소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버클리대의 이매뉴얼 사에즈 교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10% 계층이 국가 전체 소득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17년 이후로 이렇게 소득이 편중된 사례는 없었다. 1930년대 대공황 때에도 이렇게 심한 소득격차는 없었다는 의미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12월 4일 별도로 공개한 조사결과를 보면, 1979년부터 2010년까지 31년 동안 미국 가구의 60%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세후(稅後) 명목소득은 연 평균 1.1% 증가한 데 그쳤다. 반면, 상위 2~20% 계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연 평균 1.6% 늘어났다.

이 기간 중 중산층의 명목소득이 총 40% 증가한 반면, 상위계층의 소득은 64% 불어났다. 최상위 1%의 소득 증가속도는 더욱 놀랍다. 2010년 이들 계층의 세후 소득은 1979년에 비해 201% 증가했다. 그나마 금융위기 당시 주식과 부동산 등 온갖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자본소득이 대폭 감소한 결과가 이 정도다. 31년 동안 최상위 1% 계층의 소득은 해마다 3.6%씩 늘었다.

소득의 격차는 임금의 차이에서뿐 아니라 재산의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12월 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순자산(純資産)은 9월 말 현재 총 77조3000억 달러로 집계 됐다. 6월 말 이후 석 달 사이에만 1조9000억 달러나 늘어났다. 부채가 1200억 달러 밖에 늘어나지 않은 반면 자산은 2조 달러 이상 증가한 결과다. 여기까지만 보면 매우 좋은 소식이다.

내역은 심상치가 않다. 석 달 사이 늘어난 순자산 가운데 3분의 1이 주식에서 발생했다. 양적완화와 같은 전대미문의 통화부양책 덕분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펼치면서 미국 가계의 주식자산이 지난 3분기 동안에만 6400억 달러 증가한 것이다. 이 과실은 주로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레비 경제연구소(Levy Economics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최상위 1% 계층은 자산의 50% 이상을 주식으로 갖고 있는 반면, 전체 가구의 60%에 해당하는 중위계층은 재산의 10% 가량만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국의 중산층은 재산의 60% 이상은 주택으로 보유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다지만 미국 가계의 주택자산은 여전히 2006년 말의 최고점에 비해 3조 달러나 줄어든 상태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은 연 소득의 160%에 달하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주택을 구입하느라 생긴 빚이다. 반면 최상위 1%가 지고 있는 부채는 연 소득의 40%에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 소득 계층 70%는 소득 절반 이상을 집세로집을 살 형편이 못 되면 세 들어 살면 된다지만 집세 낼 형편도 되지 못하면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12월 9일 미국 하버드대 주택연구합동센터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가구 가운데 소득의 30% 이상을 집세로 지불하고 있는 비중이 전체 세입 가구의 절반을 넘는 2110만 가구에 달했다. 사상 최대치다. 1960년에만 해도 이런 렌트푸어의 비중은 4분의 1 정도에 그쳤었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집세로 내는 가구의 비중 역시 무려 28%, 1130만 가구에 달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집세는 계속 오르는 게 문제다. 지난해 미국 세입자들의 연 평균 실질소득은 3만2500달러에 불과했다. 3만7500달러에 달했던 1989년 이후 23년 동안 13%나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렌트비용은 평균 820달러에서 860달러로 5.4% 상승했다.

금융위기 중 가구 소득이 격감한 가운데 집세는 거의 떨어지지 않은 결과로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집세로 내는 ‘렌트 극빈’ 가구의 수는 최근 4년 사이에만 250만 가구나 늘었다. 2000년 이후 늘어난 렌트 극빈 가운데 3분의 2가 금융위기 이후 생겨난 것이다.

하버드 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1만5000달러 이하인 최저 소득 계층 가운데 70%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집세로 내고 있었고, 소득의 30% 이상을 집세로 쓰는 가구도 12%에 달했다. 최하위 계층의 82%가 감당하기 어려운 집세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중위계층에 해당하는 연 소득 3만~4만5000 달러 가구의 경우도 43%가 이러한 사정에 처한 렌트푸어 내지는 렌트 극빈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소득을 이렇게 집세로 쏟아 붓다 보니 자녀교육이나 여가생활은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졌다. 집세로 절반 이상을 내는 최하위 계층의 경우 한 달 식비로 쓰는 돈이 220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집세 부담이 별로 없는 같은 소득의 다른 가구에 비해 130 달러나 적게 먹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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