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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S RICHEST CITY[11] STUTTGART <끝> - 독일 자동차의 실리콘밸리

THE WORLD’S RICHEST CITY[11] STUTTGART <끝> - 독일 자동차의 실리콘밸리

슈투트가르트는 유럽 경제를 이끄는 혁신 제조업의 도시다. 인구의 40%가 해외 출신으로 그 2세들의 교육까지 정부가 세심하게 배려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포르셰 공장과 전시장.



독일의 국력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구(IMF)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3조4005억 달러(추정치)로 세계 4위의 경제력을 자랑한다. 미국(15조6847억 달러), 중국(8조2270억 달러), 일본(5조9639억 달러) 다음이다. 유럽 최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경제단위인 유럽연합(EU)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EU통계청에 따르면 EU 지역에는 5억79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산다. IMF는 EU의 지난해 GDP가 16조6411억 달러로 전 세계 GDP(71조7073억 달러)의 23.2%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EU는 미국보다 큰 세계 1위의 경제권이다. 1인당 GDP가 3만2000달러를 넘는다. 이 같은 EU 경제의 중심에 독일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중심국가로 부상해 EU의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튼튼한 제조업을 보유한 때문이다. 철강과 자동차·기계는 독일을 이끄는 제조업의 핵심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집약적인 금속 관련 산업을 자랑한다. 독일 산업의 중심지는 흔히 루르 공업지대로 알려졌지만 알짜배기는 독일 중서부 슈투트가르트다.

바덴뷔르템 베르크 주의 슈바벤 지방의 중심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다임러· 포르셰· 보쉬 등 세계적인 기술혁신형 기업이 몰려있다. IBM과 휴렛팩커드의 유럽본사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정치수도 베를린, 금융수도 프랑크푸르트에 이은 혁신형 제조업의 수도라 할 만하다.

슈투트가르트에는 이런 큰 기업만 몰린 게 아니다. 수백개의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 슈투트가르트와 근교 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기기, 기계, 첨단기술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 기업들은 슈투트가르트라는 지리적인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시너지를 얻는다. 그 덕분에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에서 가장 부자도시다. 지난해 1인당 GDP는 5만7000유로로 독일의 어느 도시보다 높다. 함부르크의 5만 유로보다 14%가 많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공업의 요람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라는 상품은 슈투트가르트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사 산업의 초창기 기업인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 빌헬름 마이바흐 등이 1887년 슈투트가르트의 다임러 모터에서 세계 최초로 산업적인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업의 출발지로서의 명성과 자부심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비록 세계 1위의 생산량은 아니지만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을 이 도시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인정받는 보쉬는 완제품 자동차를 절대 만들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전 세계의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첨단기술을 집약하고 기계와 전자를 결합한 통합기술로서 고가의 최첨단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고급차일수록 보쉬의 고급부품을 많이 사용한다. 바퀴 4개의 상태를 파악하고 컴퓨터로 각각의 균형을 잡아 자동차의 안정성을 높이는 첨단부품과 눈길에 미끄러져도 바퀴를 돌릴 수 있게 해주는 특수 안전부품을 생산한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슈투트가르트에서 부품을 사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매우 가는 파이프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연료를 분사해 연료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첨단디젤엔진 보조부품을 개발하고 제조해 저공해 디젤차 붐을 일으킨 것도 슈투트가르트에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선 생산은 완성차 업계가, 이익은 보쉬가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자동차 공업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부품업체가 을이 아니고 갑인 도시다. 부품업체가 가진 첨단기술력 때문이다. 그 기술력은 업체 자체의 기술개발, 특허와 함께 슈투트가르트의 연구개발(R&D)과 사실상 클러스터를 형성한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창의력·장인정신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투트가르트는 지리적·정신적·정책적으로 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보쉬의 경쟁 자동차 부품업체 마흘레도 이 도시에 자리 잡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셰는 슈투트가르트와 인근 위성도시에서 생산된다. 슈투트가르트는 벤츠타운으로도 불린다.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설계한 초기 버전의 폴크스바겐 비틀도 슈투트가르트에서 생산됐다. 한마디로 자동차 하나로 부와 명성을 이룬 도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의 작업 모습.


곳곳에 자동차 박물관그 바탕은 기술력이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최대의 R&D 집약 지역이다. 독일 전체 R&D 투자의 11%에 해당하는 연구비가 이 도시에서 집행된다. 그 액수는 43억 유로를 넘는다. 슈투트가르트에는 독일 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부분과 프라운호퍼 연구원 산하 연구소 6곳, 막스프랑크 연구원 산하 연구소 2개소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인력 면에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과학자의 45%가 이 도시에 몰려있다. 독일에서 둘째로 큰 슈투트가르트 증권거래소도 있다.

이 도시는 자동차 공업 초기 엔지니어들에게 꿈의 도시였다. 슈투트가르트는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을 가진 젊은 엔지니어에게 지금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역할을 했다. 빌헬름 마이바흐와 고틀리프 다임러 두 사람은 이 도시에서 다임러모터를 창업했다. 이들은 내연기관을 개발한 뒤 이를 자전거·자동차·선박 등에 적용해 전 세계에 자동차 혁명을 일으켰다. 벤츠 창업자 카를 벤츠도 이들과 협력하고 공동 작업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보헤미아 출신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포르셰 자동차도 이 도시에 있다. 그는 이 도시에 살며 폴크스바겐 비틀의 초기 모델과 벤츠의 일부 모델을 개발했다. 이들의 엔진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전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 보쉬도 로베르트 보슈가 이 도시에서 문을 열어 아직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흔적이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자동차 125년의 역사가 생생하게 전시된 이곳은 1936년에 문을 열고 2006년 이전 개장했다. 연간 44만 명이 찾는 이 도시의 명물이다. 포르셰 공장 입구에는 1976년 개관하고 리모델링 끝에 2008년 재개장한 포르셰 박물관도 있다.

포르셰는 엔진 하나를 한 명의 직원이 조립을 책임지고 자신의 이름을 거기에 기록하는 독특한 수공업으로 유명하다. 예약하면 작업장에서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다만 디자인실을 비롯한 일부 공간은 외부인이 볼 수 없게 칸막이로 막았다. 늦은 오후에는 포르셰 공장에서 일을 마친 직원들이 줄줄이 포르셰 스포츠카를 몰고 퇴근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발레단·교향악단도 유명해이 도시는 최근 전 세계의 엔지니어에게 기회의 문을 열었다. 현재 슈투트가르트는 인구의 40%가 외국 출신인 국제도시로 변했다. 슈투트가르트에 사는 외국 출신 중 거의 절반이 독일 국적이다. 독일 국적을 갖지 않은 시민 비율은 21%정도다. 외국 국적자를 국적별로 따지면 터키(약 2만2000명), 그리스(약 1만4000명), 이탈리아(약 1만4000명), 크로아티아(1만3000명), 세르비아(1만2000명) 순이다.

1960년대 이후 독일 경제 붐으로 노동 인력이 부족하자 외국인 노동자 초청정책에 따른 가스터 아르바이터(외국인 초청 노동자라는 뜻의 독일인)들이 이 도시로 유입됐다. 1990년에는 내전에 따른 유고슬라비아 난민이 몰렸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기회를 노리고 수많은 엔지니어와 투자자가 몰린다.

사실 슈투트가르트는 6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도시다. 광역권을 합치면 200만 명 남짓된다. 이 도시의 한복판이자 중심가인 쾨니히슈트라세는 보행자 전용 도로가 있는 번화가다. 쇼핑과 외식, 문화생활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얼마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독일은 물론 전세계의 유명 브랜드가 거리에 몰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서 신발을 새로 사서 신고 다시 길을 떠나는 게 배낭 여행자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그만큼 구색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도시의 국제적 성격을 반영한다. 슈투트가르트는 외국 인재에게 활짝 열려 있다. 특히 외국 인재가 2세 교육까지 안심하고 시킬 수 있도록 확실히 배려한다. 그 하나가 1985년 개교한 슈투트가르트 국제학교다. 이 학교는 초중고까지 국제교육을 한다.

초등(초등 5학년까지), 중등(초6~고2), 고등(고2~3)의 3가지 국제 바칼로레아(IB, 국제학력인정시험) 시험을 칠 수 있게 교육한다. 이 같은 학교는 전 세계에 100개 미만이다. 초·중·등 IB 성적으로 전 세계 명문 중고교로, 고교 IB 성적으로 전 세계 명문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도시가 메마른 공업 도시인 건 아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 활약하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슈투트가르트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도 유명하다. 1856년에 들어선 예술대학도 연륜을 뽐낸다. 이 도시에 모여든 인재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혁명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에서 미래를 본 자본이 집중돼 산업이 번성하고 시민이 부자가 된 것은 이 도시의 매력이 한몫했다.

인재가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시 분위기가 혁신을 지원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공 기회가 많으면서 관용정신과 문화가 함께 숨쉬는 도시. 슈투트가르트가 전 세계 인재의 발길을 이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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