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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日 엔저, 中 성장 둔화에 치여

Special Report - 日 엔저, 中 성장 둔화에 치여

한국 수출기업 샌드위치 신세 … 아베노믹스·중국 경제개혁 실패 땐 ‘대혼란’



1990년대 중·후반 ‘샌드위치 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도망가는 ‘기술의 일본’, 쫓아오는 ‘가격의 중국’ 사이엔 낀 한국경제를 빗대 표현이다. 이런 우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 빠졌고, 중국은 아직 적수가 안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역(逆) 샌드위치론’까지 등장했다.

품질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고 중국과는 가격 경쟁력으로 견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제는 1990년대와는 정반대의 샌드위치 신세다. 이제는 ‘가격의 일본’, ‘기술의 중국’ 사이에 끼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내년 한국경제는 더 넓은 의미의 샌드위치 리스크에 직면했다.

아베노믹스로 부활을 꿈꾸는 일본과 올 11월 3중전회(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통해 ‘중성장 시대’를 공식화한 중국 사이에 낀 이른바 ‘신(新) 샌드위치론’이다. 세계 수출 시장에선 일본에 밀리고, 우리 수출 텃밭(중국)은 줄어들 수 있다.

‘일본의 부활’을 목표로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못지않게 내년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해도 걱정이고, 실패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면서 시작된 아베노믹스 효과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예산을 편성한 것도 모자라 13조엔(약 150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더했다. 일본은행은 본원통화량을 대폭 늘리고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등 엔화를 뿌렸다. 엔저를 목표로 한 일본 재정·통화정책은 한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일 수출은 올 2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했고, 대일 적자도 증가했다.



日 소비세율 올리면 엔저 심화될 수도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하려는 것과 달리, 일본 정부는 내년에도 엔화를 대방출할 계획이다. 일본 엔화 가치는 12월 13일 달러당 104엔을 찍었다. 2008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반면, 원화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효찬 수석연구원은 “원고-엔저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내년 4월 시행하기로 한 소비세율 인상(5→8%로)도 변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소비세가 3%포인트 인상되면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0.4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율 인상의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계획인데, 이 경우 엔화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나 산업계에선 내년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로 떨어지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리 수출 기업엔 엄청난 타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액은 2.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최근 발표한 ‘2014 수출입 전망’에서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 가격 경쟁력이 우리나라 수출의 주요 감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리스크가 있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아베노믹스의 단기 및 중기적 리스크’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일본 경기 약화와 주가 하락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비세율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고 실질임금이 하락해 가계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도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손영환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가 일본경제와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주식을 비롯한 일본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일본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해 일본 국채 금리가 2% 오를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2년 사이 0.5%포인트 하락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코트라 도쿄무역관 손호길 차장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 금융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이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경제도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일본발 환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숙제가 됐다.

중국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성장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약 25%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특히 악재다. 올 11월 중국은 3중전회에서 ‘온중구진(穩中求進, 안정 속 발전 모색)’이라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앞서 “단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영웅이라 하기는 어렵다”는 말로 향후 중국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미 중국이 중(中)성장 시대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1년 9.3%, 2012년 7.8%, 올 상반기 7.5%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서방국가의 우려가 나오자 리커창 총리는 “중성장 시대 진입과 경제구조 조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중국 성장 둔화는 예견된 리스크지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경영환경’ 조사에서 기업들은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로 내수 회복 미흡, 엔저 등 환율 변동,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중국 성장 둔화를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중국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며 “올해 7% 후반이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7% 초반 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성장률은 0.4% 포인트 하락한다. 외신에 따르면 12월 10일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7.5%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리커창 총리는 “7.2%면 충분하다”는 말을 한 적이다. 내년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이미 중성장 시대 돌입중국 내부 문제도 언제든 한국에 돌발 위험이 될 수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위융딩 위원이 최근 발표해 화제가 된 ‘2014 차이나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 위융딩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50% 이상 하락, 지방정부 부채 위기 현실화, 기업 채무위기 발생, 인플레이션 압력 팽창, 성장률 7% 이하 후퇴 등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구조개혁 대상으로 삼는 위험 요인들이다.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구조개혁이 성공하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중국 경제 모니터링을 통해 사전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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