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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지방선거도 있는데 올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Special Report - 지방선거도 있는데 올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내년에도 여야 정쟁 치열할 듯 ... 소득 양극화, 일자리 늘리기, 통상임금 등 갈등 불씨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2월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입법 지연으로 제대로 정책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일은 지방선거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달라진 것 없어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이제 와서 뭘….” 취득세 영구 인하,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 부동산관련법이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정부가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대책이지만 처리가 지연돼 시장에서 이미 흥미를 잃은 탓이다.

더구나 시너지를 내야 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와 국회가 손발이 안 맞으니 결과가 이렇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든 수직증축이든 굵직한 이슈를 꺼냈으면 시장에 쇼크를 줘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정치권의 히트상품을 뽑자면 단연 ‘국가정보원’이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대선 개입이나 북방한계선(NLL)이나 출발점은 모두 국정원이었다. 일이라도 하고 싸웠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 폐회 하루 전까지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제활성화든 경제민주화든 정책이 나오면 입법이 따라야 하는데 보조를 맞추지 못하니 길이 막혔다.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등 45개 경제단체가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는 광고까지 냈지만 여야는 하나같이 외면했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이후 속도를 내는 모양새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등 핵심 법안은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소득세·법인세·금융상품과세 관련 법안 또한 여야 간 시각차가 크다. ‘내년에도 정치권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내년은 더 불안하다. 우선 국정원 불씨가 살아있다. 여야가 특위를 구성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마무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장하나 의원 발언 등 민주당 지도부가 당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근거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반발 역시 여전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의 결과가 종결 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기업·정부 불협화음실제로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반기 내내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권영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3월경부터 각 당 공천이 시작되고, 본선까지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볼 때 국회가 생산적인 논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에 몰입하면 자연히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역대 지방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비교적 초반인 취임 2년차에 맞는 선거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부담이 크다.

야당 역시 잃어버린 지지율을 되찾아와야 하는 입장이다. 윤 센터장은 “중요한 정책이 있어도 야권과 대립해 실익이 낮다고 판단하면 하반기로 미룰 수도 있다”면서 “선거 결과에 민감한 기업 역시 실제 행동을 선거 이후로 유보할 가능성이 크고, 여러 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여야만 분열돼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선 경제주체 간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지만 현안마다 대립하는 상황이라 개선이 쉽지 않다. 소득 양극화, 기업과 개인 간 소득 괴리, 일자리 늘리기,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등 하나하나가 갈등거리다. 산재한 갈등이 우리 경제에 잠재적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업은 서운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경제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겉으론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동의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세수 확대를 위한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의 압박이 거세진데다 줄줄이 대기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도 부담스럽다.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요건 강화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환경규제 강화도 걱정거리다. 투자하라고 쪼면서 기업의 목소리는 들어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거시지표가 좋아졌다지만 서민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정도는 아니다.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돈 모으기는 더 어렵다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은 특히 심각하다. 노년 빈곤층 문제 해결도 만만치 않고, ‘기업은 돈을 쌓다 뒀다는데 우리의 삶은 왜 이런가’라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기저에 깔려 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옛 속담에 ‘안 되는 집은 장맛이 쓰다’고 했는데 힘을 모아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단결이 너무 안 된다”면서 “서로에게 책임 묻기 바쁜데 조율을 해야 할 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모습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는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등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 센터장은 “현 정권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방향을 분명히 하고, 피해를 보는 쪽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복지 재정 이슈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지만 이제껏 정부가 보여준 모습에 비춰본다면 큰 기대는 어렵다. 기초연금은 방식을 놓고 논란만 키웠고, 지방자치단체와의 복지예산 분담 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선거 때 감당할 수 없는 복지공약을 한 것부터 실수”라면서 “부담이 커지자 여러 형태로 변형하기 시작했는데 논란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원 문제로 정치권과 세대별, 이해관계자별 갈등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신뢰’라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도 희석됐다. 67%까지 올랐던 대통령 지지율이 48%(한국갤럽)로 떨어진 요인 중 하나다.

황 연구위원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잘하는 건 잘했다 칭찬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야는 물론 국민까지 진영논리에 갇혀 분열된 상황”이라며 “반대편을 무조건 배척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국민과 기업, 경제가 멍들고 있다”지적했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노동시장과 서비스 부문의 구조개혁은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이는 누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면서 “치열한 정책 설득과정과 경제주체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치어리더 역할을 해 각 경제주체의 힘을 모으고 더 적극적인 조정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여금은 통상임금’ 판결 노사갈등 새 변수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점인 노사갈등과 북한 리스크도 내년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철도파업은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 노조의 무책임한 파업도 문제지만 정부와 사측이 강경 대응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연대 파업 등 극단적 노사갈등이 빈번해지리란 예상이 많다.

게다가 철도파업을 계기로 한 대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큰 파장을 불러오면서 새로운 사회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변수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회사 측이 상여금을 대폭 줄이기 위한 임금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반발하는 노동계와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권력지형 변화에 따른 북한 리스크도 커졌다. 반복돼 온 리스크라 학습효과가 있고, 북한 이슈가 장기적인 충격을 준 사례도 드물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지만 회복을 기대하는 한국경제에 충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장성택 처형과 김정일 2주기 행사 이후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열리면서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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