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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전문가 10인의 ‘네오 코리아노믹스(Neo-Koreanomics)’

Special Report - 전문가 10인의 ‘네오 코리아노믹스(Neo-Koreanomics)’

전·현직 관료·경제학자의 제언 … 불확실성의 시대엔 정부 역할 중요



연 7%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장담한 전직 대통령이 있었지만,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요즘 한국경제는 그 정도가 심하다. 2010년 1분기 이후 15분기 동안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돈 횟수가 10번이다.

잠재성장률 달성조차 힘겹다. 일본처럼 길고 긴 저성장의 늪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탈출구는 없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제언을 담은 저자와 서적에서 실마리를 찾아봤다. 전·현직 관료와 경제학자들이 쓴 책 중 올해 나온 책을 선별했다.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귀담아 들을 얘기가 많았다.




김인철 『한국경제 도전을 넘어』 - 경제 관제탑 설치하고 기능 강화해야

한국경제학회장인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흔들리는 시장 자본주의, 시장자본주의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약진, 불안정한 달러, 미국 양적완화 후폭풍,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김 교수는 집권 여당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는 ‘여야 간 대립의 골이 깊기 때문에 정책 합의가 어렵고 실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경제에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물가상승률, 국가 채무비율 등의 중장기 목표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해 국정을 리드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념이 모호하고 추정하기 어려운 잠재성장률보다는 무역수지·인플레이션율·통화공급량 목표를 포함한 적정성장률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환율·인플레 목표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야 대결 국면이 누그러지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장 기능에 의존하는 한편 정부의 스마트한 개입을 유도하는 사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정부 역할은 당연히 정당화된다’며 ‘새로운 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건전한 규제로 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안내하는 경제 관제탑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혁세 『성공하는 경제』 - 대통령 직속 부채관리위원회 신설

‘한국경제 앞에 몰려오는 먹구름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도 있다’ ‘디플레이션이 몰고 올 불황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중장기 대응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장을 끝으로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친 권혁세 전 원장은 이 책에서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과 국가 운영의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직 시절 못다한 회환 때문일까.

그는 “독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겸양했지만, 매우 다양한 제언을 이 책에 담았다. ‘국가 총부채 관리를 위해 대통령 직속 부채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부채 관리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은 절실하다. 부실기업 정리, 서민금융 전담기구 신설,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등도 두말할 필요 없이 시급한 과제다. 권 전 원장은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유사한 실패를 되풀이했다는 것’이라며 후배 관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을 담았다.

‘단기성과에 치우쳐 환율이나 금리, 재정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항상 현장의 의견을 들어라’ ‘정책 시행 때는 효과가 나타날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세제·금융·복지제도 개선 등은 여론의 지지 없이 성공 못 한다’ ‘통계 신뢰도를 높여야 제대로 된 정책 시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다음 내용은 관료들이 수첩에 적고 다녔으면 한다. ‘정부 정책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책 수립이나 감독 과정에서 정보 수집이나 의견 수렴이 균형 있게 이뤄지지 못한데 기인하다. 정부 영향력이 큰 통신·금융 등 규제산업일수록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의 의견보다 소수인 공급자(허가업체)가 제공한 자료나 정보에 의존해 균형감 있는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김대기 『덫에 걸린 한국경제』 - 포장만 바꾼 실패한 정책 되풀이 곤란

공직 생활 33년 중 청와대 경제비서실에서 4차례(약 7년) 근무한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펴낸 이 책에서 과거 잘못된 경제 정책을 조목조목 밝힌다. ‘잘못된 정책이 무늬와 포장만 바뀌어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잘못된 거시정책의 첫째 사례로 ‘일본 엔고’를 들었다. 엔고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반사 이익을 누리면서도 우리 실력의 결과인 양 착각에 빠져 흥청망청하고 나태한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엔저’가 되면 큰 후유증에 시달렸다. 결국 그가 하려는 얘기는 ‘환율 변동에 의존해 경제를 살리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료는 물론 기업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얘기다.

이 전 수석은 정책 실패 사례와 함께 다양한 정책 제안을 내놨다. 민영화가 추진 중인 산업은행은 원래대로 정책금융기관으로 놔두는 게 좋다는 게 이 전 원장의 주장이다.

비리 백화점으로 불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전력과 통합하는 것이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방안이라고 제안한다. ‘감사원은 회계감사만 하자’ ‘공무원 봉급을 경제 실적에 연동시키자’는 주장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생각해 볼 문제다. 저출산·고령화와 관련 이 전 원장은 ‘외국으로부터 인력을 수혈 받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며 ‘이민을 과감히 받아들이자’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 구조 변화를 얘기할 때 단골로 나오는 ‘내수 위주의 성장’에 대해선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내수 확충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내수가 작아지면 작아졌지 더 커지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 내수를 키우는 유일한 돌파구는 서비스 산업’이라며 ‘의료산업 개방, 카지노 유치 등에 무조건 반대하는 국민 정서라는 옥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유 『은퇴가 없는 나라』 - 고령화 문제 고령층 활용해 풀어라

김태유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법으로 ‘연령별 분업 체계’라는 생소한 이론을 내놨다. 그는 ‘고령화에 대응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과제는 바로 고령화라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 문제의 해법은 바로 고령층 속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령별로 분업을 하는 이모작 경제 체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업종별로 연령 증가에 따라 생산성이 저하는 되는 패턴은 다르다. 고령층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청장년층이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직종과 고령자가 청장년 못지 않게 생산성을 내는 직종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 차원에서 보면 이모작 경제, 국가 차원에서는 이모작 경제 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연령별 분업은 청년층은 제조업이나 기술서비스 같은 가치창출 활동에, 고령층은 사업지원·공공·단순 생활 서비스업 같은 가치이전 활동을 주로 맡는 연령별 분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젊은층은 생산 분야로, 고령층은 지원 분야로 보내는 것이다.’ 김 교수가 제안한 개념은 언뜻 이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연령별 분업과 이모작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면 국내총생산이 2030년에 세계 6위권에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기업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더 많은 중장년층이 체계적으로 이모작 준비에 나서도록 하려면 국가와 기업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다양한 이모작 교육과 고용체계를 만들고, 인생 이모작을 가능케 하는 체계적인 경력 경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양택 『글로벌 경제와 한반도 위기』 - 산·학·연 활용한 과학기술입국 정착시켜야

임양택 예탁결제원 감사(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를 10가지로 정리한다.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 채무, 복지제도에 따른 재정 위기, 저조한 기업 설비 투자와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시장 침체, 대량 실업과 청년실업 폭증, 만성적인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와 대중국 흑자 급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능적 연계 약화, 소득 분배의 불균등 심화와 계층간 갈등, 환율·외환시장 불안정, 금융산업 낙후,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

임 감사는 성장·고용·분배의 선순환 관계를 복원시켜야 하는데, 현재는 이 연결고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그가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이른바 ‘슘페테리언(조지프 슘페터의 성장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을 자처해 온 그는 ‘신성장동력 산업을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가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학·연 네트워크의 경제성을 높여 과학기술입국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 감사는 우리나라가 건설해야 할 복지 유형은 ‘복지 국가’가 아닌 ‘복지사회’라고 했다. 단순히 재정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가난의 근본적인 원인인 대량 실업 문제 해결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기업이 완전고용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공동체를 말한다.

그는 이에 대한 실천 과제 중 하나로 토지 불로소득에 사회보장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하고, 부동산을 토지와 건물로 나눠 건물이 아닌 토지에, 거래가 아닌 보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수를 사회보장기금으로 전환해 신성장 동력산업에 투자해서 기금을 증식하고, 궁극적으로 복지 재원으로 쓴다는 개념이다.



김광두·김영욱 『한국형 창조경제의 길』 - 관료 네트워크 깨지 않으면 혁신 어려워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묻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명예교수)이 답한 책이다.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비전이지만 여전히 구름 위에 뜬 인상을 준다.

김광두 원장은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창업’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의 이론적 토대가 된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를 빌어 ‘개인의 상상력 발휘와 이를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창업이 활발한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의 힘의 균형, 공정한 협력과 거래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한 8가지 조건을 꼽았다.

거시경제의 안정성, 창조적 인력 확보, 지적재산권 보호, 공공정보의 공유, 융합·통섭의 연구개발·사업화 및 인프라 구축, 창업금융의 원활한 작동, 대·중소기업 상생구조 정착, 창의력을 저해하는 규제 철폐다.

김 원장은 특히 규제 철폐를 주문했다. 경제 체질을 유연하게 하려면 경제 주체의 발목을 잡는 규제, 특히 행정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관료부터 창조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도 쓴 소리를 했다.

“창조경제가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다고 보면 관료 체제의 네트워크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현재 관료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세력이 강하지요. 이 네트워크가 그대로 살아 있는 한 밖에서 뭐라고 해도 그대로 돌아가는 거지요. 이 네트워크를 깨지 못하면 변화가 어렵습니다.” 누가 그 네트워크를 깰 수 있을까.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성패가 달린 문제다.





김중웅 『새로운 경제를 열다』 - 정부 정책의 일관성·투명성 유지해야

관료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재정실장, 현대증권 회장 등을 지낸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일찌감치 ‘인본 자본주의’를 주창했다. 철학적 개념이지만 쉽게 풀면, 사람이 근간이 되는 자본주의를 말한다. 김중웅 의장은 이 책에서 한국경제가 선진화되기 위한 다섯 가지 당면 과제를 제시한다.

성장잠재력 강화, 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 경제구조의 대외 취약성 극복,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기업 시민정신 강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경제통합이다. 해법도 제시한다. 김 전 원장은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저축이 투자로 원활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자본시장이 발달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간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루고, 정보통신·환경·에너지·생명공학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국가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적자본, 특히 여성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내·외수 균형 성장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자본재·중간재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또한 수출시장 다변화와 수출 구조 개선도 이뤄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통상 마찰을 줄이면서 특정 국가의 경기 침체로부터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

김 전 원장은 정부에 대해선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라고 조언한다.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세 가지 기준은, 첫째 지금 당장 큰 문제가 되는 현안부터 해결하는 것이다. 둘째, 비용이 적게 들면서 정책 효과가 큰 것부터 시행하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 발전 잠재력을 키우는 일이다. 그는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독선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이철환 『14일간의 한국경제 여행』 - 투자 촉진·창업 활성화 더 적극 나서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지낸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근원적인 문제로 ‘성장 잠재력 약화’와 ‘고용 없는 성장’을 꼽는다. 이 전 원장은 해결책으로 기업 투자 촉진과 창업 활성화를 내세웠다. 고용 흡수력이 큰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 육성, 노사화합 분위기 정착도 중요한 과제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중소기업 육성, 대외경제·금융·재정·고용, 부동산 정책, 서민생활 안정 시책, 실업 대책, 국토균형발전 시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철환 전 원장은 논란이 많은 저금리 기조에 대해선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준금리를 올리면 엔캐리·달러캐리 등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자금이 국내에 유입돼 원화 절상이 가속화되고 결국 국제수지와 거시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계부채가 가구당 500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인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이 전 원장은 ‘오락가락하는 발표에도 양적완화 시책은 결국은 축소 내지 중단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우리는 언제 닥칠지 모를 사태를 사전에 미리 대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 관리를 강화해 외환건전성을 유지하고,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 체결을 확대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 채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제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국가 채무 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적자성 채무가 많다’며 ‘불필요한 재정지출 억제와 복지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재정 건전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영호 『신뢰경제의 귀환』 - 사회적 자본 축적 없이는 경제 성장 없다

‘이만하면 국민 모두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법하지만 경제·고용·소득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탓에 국민은 정부와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높다. 노사갈등이 만연하고 구성원 간 신뢰 수준은 매우 낮은 상태다.

저성장에 빠져있는 한국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오영호 코트라(KOTRA) 사장은 한국 경제 발전을 ‘사회적 자본’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오 사장에 따르면 1960~70년대는 ‘잘 살아보자’라는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축적된 시기다. 1980~90년대는 중진국에 진입했지만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사회적 자본이 균열하고 감소한 시기다. 2000년대는 사회적 자본이 정체 상태라는 게 오 사장의 진단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 간에 협력을 촉진하는 신뢰·규범·네트워크 등 일체의 무형자산’을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적 자본 없이는 한국경제의 성장도 없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자본이 토대가 되는 신뢰 경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이 안정되고, 상생협력의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며, 사회 전반에 불평등과 차별적 요인이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역시 사회적 자본이 충만해야만 꽃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신뢰받는 정부가 우선돼야 하는데, 비단 정부 불신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방안은 무엇일까. 오 사장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 리더십’을 주문한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인내가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부터 폭넓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주거복지부 신설해 새 주거정책 틀 짜야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책 제목이 다소 과격한 것에 대해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니 부동산이 미쳤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전작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역시 그런 맥락에서 붙인 이름이다. 선 소장은 ‘이미 부동산 대세 하락기는 시작됐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다.

이를 두고 선 소장은 ‘집값 하락을 막으려다 가계 부채만 더 키운다’고 경고했다. 전세난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시장 내에서 벌어지는 미스 매치 현상이라는 게 선 소장의 진단이다. 집값이 과거처럼 더 오를 수 없다는 잠재 수요자의 전망을 반영한 집값 하락의 전조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 소장이 부동산 대폭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정부가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주택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설업계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그는 주거 복지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 시일 내에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현재의 두 배인 1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동산 세제를 개혁해 보유세와 임대소득세를 강화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점진적으로 낮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정부는 건설산업 촉진보다는 그동안 소홀히 해온 주거복지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토교통부를 주거복지부와 국토관리청으로 쪼개 저출산 고령화 시대, 1인 가구 증가 시대에 걸맞은 주거 정책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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