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마젤란 펀드 꿈

“고객의 투자 성향과 우리 운용철학이 맞아야 합니다. 투자 철학이 다르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곤 했습니다.” 신생 투자자문사인 브이파트너스 김남천(34)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가 2013년 7월 설립해 11월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브이파트너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다.
김 대표는 “금융은 스마트가 아니라 성실이 가장 큰 가치”라며 “한국의 마젤란 펀드를 꿈꾼다”고 말했다.
피델리티의 마젤란 펀드는 1977년부터 13년 간 단 한번도 손실을 내지 않고 무려 27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3년 간 사업을 준비하며 한국의 자산가를 숱하게 찾아 다녔다. 주로 서울의 부호들이다. 유서 깊은 가문부터 강남 신흥부자,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대상이었다. 지인의 소개를 받거나 특색 있는 금융세미나를 열며 고객층을 넓히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 다녔지만 자산운용 방식 이야기가 나오면 깐깐해진다. 철학이 같아야 고객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지난 여름 강남의 한 자산가와도 그렇게 틀어졌다. 서울 곳곳에 빌딩을 소유한 수백억대 자산가였다. 1년 넘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자산운용 철학이 달랐다. 그는 다소 위험부담이 있어도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길 원했다.
김 대표는 달랐다.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특정 종목 비중을 키우는 일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섰다. 잘된 사례도 있다. 꾸준히 개최한 금융 세미나에서 만난 60대 부동산 자산가다. 부동산 상승기에 꾸준히 투자해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이다.
“근처에 갈 일이 있어 연락을 드리며 주차할 장소를 물었습니다. 근처 보이는 건물 아무 곳에나 대라고 하더군요. 이 집안의 건배사는 ‘지키자’입니다. 막대한 부를 쌓았고 이제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상속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집안이었습니다. 꾸준히 세미나에 참석하며 투자철학을 공유해 지금 저희 주요 고객이 됐죠.”
그가 공을 들인 자산가들은 하나 둘씩 브이파트너스에 돈을 맡기고 있다. 김 대표는 “업의 성격상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2014년 3월이면 300억원, 하반기에는 1000억원의 일 임수탁고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강남 대형 PB센터에 비해 자산은 작지만 소규모 투자자문사치곤 많은 액수다.
김 대표도 자산가 집안 출신이다. 그의 부친 김영복 회장은 1982년 텐트와 등산용품 제조회사 신양을 설립한 기업인이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다 2005년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업종을 부동산 임대와 서비스업으로 바꿨다. 회사 이름도 이때 어반하이브로 변경했다.
신논현역 사거리의 일명 ‘벌집빌딩’으로 불리는 어반하이브 빌딩을 비롯해 강남 일대에 여러 빌딩을 갖고 있다. 김 표 집안의 자산은 약 1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자신이 자산가 집안 출신이라 자산가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잘 알고 있다. 자산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꼭 집어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무리수도 두지 않는다.
1000억대 자산가 집안 출신그는 3년 전 IBK투자증권 기획실을 다닐 무렵 사업에 뜻을 뒀다.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단점을 절감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한국 운용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 경기 사이클에 엇박자 대응, 고객보다 기업의 수익을 먼저 생각하는 운용구조 등을 개선하기 원했다. 김 대표는 이런 단점을 반면 교사 삼아 직접 사업에 나섰다. 브이파트너스의 파트너들은 경력이 다양하다.
기존 운용사 출신의 펀드매니저 뿐만 아니라, 대기업 벤처 투자 실무자, 투자수익률 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PB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업계의 틀 밖에서 생각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증권사나 운용사, 금융회사 경력에 연연하지 않았다”며 “파트너들의 다양한 경력은 브이파트너스가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새로운 고객을 만나 설득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작은 금액을 맡긴 다음 1년만 두고 보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보수적인 수익률은 연 6~8%. 이를 10년 간 제공하는 것이그의 목표다. 10년 후 투자 자산이 두 배로 불어나는데 필요한 수익률은 7%다. 브이파트너스는 퀀트 시스템을 적용하며 수익률을 올린다. 퀀트는 수학 모델을 이용, 시장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펀드를 말한다.
프로그램 분석의 한계를 피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항상 시장을 관찰하며 개입하며 조정한다. 김태형 브이파트너스 이사는 “주식시장의 자금흐름과 외국인 동향, 종목 업종 동행성을 면밀히 관찰하며 목표를 달성해 왔다”며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1년만 보면 얼마나 정교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전문가 분석 결합자산가들은 이미 기존 금융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자산운용사에 대한 불만이 있다. 증권이나 보험사의 경우 자사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다 보니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급변할 때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 김 대표는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서 반복되는 쏠림 현상을 경계한다.
2010년 자문형 랩 돌풍이 불었다. 자문사들은 운용자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수익률 경쟁에 나섰다. 자문형 랩 상품의 운용보수가 낮아 규모를 키워야 자문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수익률 상위주식에 돈이 몰렸다. 그러나 뒤이어 약세장이 시작되자 대규모 자금 이탈이 시작되며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특정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미국·유럽·일본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도 곧 잘 벌어지곤 하지요. 하지만 한국은 유독 쏠림현상이 심합니다. 저희는 저금리 기조에서 절대수익을 추구합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보며 보수적으로 운용합니다. 기존 업계의 패러다임에서 자유로운 젊은 자산관리 업체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안정적인 자산운용 방침은 위기 때 힘을 발한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오히려 수익을 올린 운용사가 있다고 말했다. 목표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잡고 안정적인 금융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빛을 봤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금융위기는 한번에 찾아오지 않고 여러 번 징후를 보인다”며 “이 때 공격해서 기회를 잡을지, 방어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켜갈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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