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中 창어 3호의 절묘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Management - 中 창어 3호의 절묘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윤극영 선생의 동요 ‘반달’의 가사처럼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달 속에서 토끼 한 마리가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왔다.
그런데 1969년 7월 20일 오후 8시 17분 세 명의 우주인을 태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전 세계인이 TV를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달 착륙 6시간 반 후인 7월 21일 오전 2시 56분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걸음을 내디디면서 계수나무도, 옥토끼도 멀리 서쪽 나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수 천 년 동안 신앙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달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달에 얽힌 다양한 신화와 전설예로부터 민속 신앙의 중심에 자리 잡았던 달은 보름달 표면의 어둡게 비치는 그림자 덕분에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탄생시켰다. 동아시아에서는 태양에는 세 발 달린 황금빛 까마귀[三足烏]가 살고 있으며 달에는 하얀 옥토끼가 사시사철 약방아를 찧고 있는데 그 약을 먹으면 불로장생(不老長生)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해의 별칭은 금오(金烏, 황금빛 까마귀), 달의 별칭은 옥토(玉兎·옥토끼)가 되었다.
달 속의 토끼 신화는 중국에서 달로 도망친 아름다운 선녀 항아(姮娥)가 옥토끼와 계수나무를 벗삼아 외롭게 살고 있다는 ‘항아분월(姮娥奔月)’ 신화로 발전하게 된다. 벌을 받아 두꺼비로 변한 항아가 달을 갉아먹어 월식(月蝕)을 일으킨다는 전설도 있다.
유럽에서는 달을 보고 주로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에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거나 남자가 커다란 등짐을 지고 가는 모습으로 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희곡 ‘한 여름밤의 꿈’에서 달에는 등불을 든 노인이 있다고 묘사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44년 뒤인 2013년 12월 14일 밤 9시 11분(한국시간 밤 10시 11분)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3호’가 달 표면에 착륙했다. 12월 2일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로켓 창정 3호에 실려 발사된 지 12일 만이었다.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장면은 관영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창어 3호는 다음날 싣고 온 140㎏의 달 탐사차량 ‘위투(玉兎·옥토끼)’를 무사히 분리해 달표면에 안착시켰다.
창어는 한국에서는 ‘상아’ 로 읽힌다. 바로 우리나라의 고전문학에서도 미인의 대명사로 자주 등장한 항아의 별칭이다. 달 탐사선 위투는 문자 그대로 옥토끼다. 첨단 기술로 재탄생 한 항아가 달로 날아가 품에 안았던 옥토끼를 달표면에 풀어놓음으로써 달에서 쫓겨난 옥토끼의 전설을 되찾아 준 셈이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로마신화 최대한 활용‘항아분월’ 신화에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방 천제의 아들인 10개의 태양이 규칙에 따라 하나씩 번갈아 떠오르는 일에 싫증을 느끼고 한꺼번에 하늘에 나타나자 벼 이삭은 말라 죽어 가고 동물과 사람들은 끔찍한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게 됐다.
천제는 백성들의 기도를 듣고 아들들을 혼내주기 위해 천상의 신인 ‘예’와 그의 아내 ‘항아’를 인간세계로 보낸다. 활 솜씨가 뛰어난 예는 활을 쏘아 아홉 개의 태양을 떨어뜨리고 다른 여섯 가지 재앙을 해결하면서 인간세계의 위대한 영웅이 된다.
하지만 아들 아홉을 잃어버린 천제는 진노해 예와 항아의 천신 자격을 박탈하고 지상으로 내쳤다. 인간이 되자 죽음을 두려워하는 항아를 위해 예는 불사약을 갖고 있다는 곤륜산의 서왕모(西王母)를 찾아 나선다. 천신만고 끝에 자신을 찾아온 예를 불쌍히 여긴 서왕모는 불사약을 내주며 “부부가 함께 마시면 지상에서 불로장생하고 한 사람이 마시면 다시 하늘로 올라가 천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부는 날을 받아 함께 불사약을 먹기로 했지만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항아는 남편 예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서 몰래 불사약을 모두 마셔 버렸다. 약 기운이 퍼지면서 신선이 되어 저절로 하늘로 날아간 항아는 남편을 배반했다는 비판이 두려워 천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달나라로 도망쳤다. 항아 설화는 불로장생의 약을 다시 만들기 위해 항아가 자신이 기르는 옥토끼에게 약방아를 찧게 했다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중국이 달 탐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항아분월(姮娥奔月)’ 신화와 ‘달 속의 토끼’ 전설을 활용해 자국의 달 탐사 계획 스토리텔링 마케팅에도 성공한 것을 보며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계획과 관련된 작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 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해 1월 30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과학위성 나로호는 우주센터가 세워진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외나로도의 마을 이름에서 가져왔다.
통신 방송위성 ‘무궁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처럼 발사한 위성에 이미 많이 사용돼 왔고 우주 항공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이름을 붙여 외국인은 고사하고 내국인에게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창어 3호의 달 착륙 뉴스를 접한 전세계 사람들이 ‘Goddess Change’와 ‘Jade Rabbit’에 호기심을 느껴 항아 신화는 물론 항아와 관련된 중국의 풍속을 구글 등의 검색엔진을 통해 계속 찾아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에는 그리스 로마신화 못지 않게 신화와 전설, 민담이 풍부하다.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환인·환웅·단군과 풍백·우사·운사·웅녀, 부도지(符都誌)에 나오는 ‘마고성(麻姑城)’ 창세 신화의 주인공인 마고여신과 소희·궁희·황궁·청궁·백소·흑소씨처럼 국제사회는 물론 내국인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과 여신의 리스트가 무궁무진하다.
21세기는 세계 각국이 과학기술은 물론, 문화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다. 문화의 옷을 입은 과학기술은 호기심과 흥미로움, 낭만이 더해지며 매력을 갖게 된다. 중국의 문화적 저력을 실감하며 우리의 공공부문에서도 신화와 전설 속 신령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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