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cope INTERVIEW WITH AMBASSADORS - “한국에서 ‘터키류’ 일으키고 싶다”
- periscope INTERVIEW WITH AMBASSADORS - “한국에서 ‘터키류’ 일으키고 싶다”

요즘처럼 터키가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던 적이 있었을까? 인기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인기 배우들이 터키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대중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터키 여행이 방영된 날에는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터키가 나타나기도 했다.
사실 터키를 향한 한국인의 관심은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때도 그랬다. 한국이 아쉽게 4강전에서 패배해 터키와 3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을 때, 한국 응원단은 한국과 터키 양국 국기를 모두 들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는 말도 이때 널리 알려졌다.
항공기로도 10시간은 가야 닿을 수 있는 먼 나라 터키에 대한 감정이 이처럼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11월 28일 주한 터키대사관에서 만난 나지 사르바쉬 주한 터키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척과 재회한 느낌이었다.”
한국인에게 터키가 특별하듯, 터키인에게도 한국은 아주 가깝고 친밀한 나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터키가 ‘피를 나눈 형제국가(Bloodbrother)’라고 부르는 나라는 오직 한국 뿐이다. 터키에 가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한국을 향한 터키인들의 사랑은 놀라울 정도다.”
사르바쉬는 한국과 터키가 문화적으로 많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터키인들은 집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 어른을 공경하며 가족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다. 언어 역시 같은 우랄 알타이 계통이어서 문법이 같고 배우기 쉽다.” 심지어 한국어와 똑같은 단어도 있다고 사르바쉬는 말했다. “우리는 물을 ‘수’라고 말하는데, 한국어 물 수(水)와 같다. ‘보자기’는 발음뿐 아니라 쓰임새까지 똑같다. 터키인 역시 선물을 보자기에 싸서 주는 풍습이 있다.” 사르바쉬는 전통놀이 말뚝박기를 터키에서도 똑같이 즐
긴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정서적으로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실질적인 협력은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 한국과 터키는 2011년에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2013년 5월에는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지만 아직 상품 분야에만 한정된 ‘반쪽’ FTA다. 심각한 무역불균형도 문제다. 사르바쉬는 “한국과 터키의 무역 규모는 70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중 한국의 대터키 수출이 65억 달러로 거의 대부분”이라며 터키의 무역적자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망은 밝은 편이다. 사르바쉬는 한-터키 FTA가 무역 분야에서 숨통을 틔워주리라고 기대한다. “한국은 여러 국가와 FTA를 맺었다. 가령 유럽연합(EU)같은 경우 FTA 덕분에 한국에 아주 적은 관세를 내고 물품을 수출하지만 터키는 그렇지 못해 그동안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사르바쉬는 향후 2년 동안 한-터키 무역규모가 적어도 100억 달러로 증가하리라고 내다봤다. “FTA가 서비스와 투자 분야까지 확장되면 터키의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 이 부분은 현재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터키 FTA 서비스·투자분야 협정은 2013년 11월 18일 제5차 협상을 통해 가시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 협정이 통과될 경우 터키는 한국의 수출 전진기지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사르바쉬는 “한국의 해외 투자액은 1600억 달러에 달하지만 대 터키 투자는 고작 10억 달러에 그친다”며 “형제 국가이자 전략적 동반자라는 양국 관계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평했다. “터키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교차점에 위치했다. 3시간이면 56개 국가에 도달 가능한 전략적 요충지다.”
터키의 지리적 이점은 관광 분야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매년 터키를 찾는 관광객은 3200만 명으로 세계 6위, 관광수익으로는 세계 9위의 관광대국이다. 터키 자체가 인기 관광지일 뿐 아니라 그리스, 이집트, 크로아티아 등 다른 인기 여행지와 인접해 있어 경유지로 삼기에도 좋다. 이스탄불을 기점으로 인근 어느 국가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이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터키를 찾는 한국 관광객은 1만5000명 정도로 2013년 기준 해외관광객 1373만 명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사르바쉬는 “현재 한국과 터키를 잇는 항공편은 총 18개 노선이지만 2014년 초 22개 노선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며 관광 분야에서도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관광객을 늘리려면 그 나라를 알리는 것이 필수다. 사르바쉬는 터키에서 한류 열풍이 불듯이 한국에서도 “터키류”를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부임 이후 많은 문화 행사를 통해 터키를 알렸다. 2012 여수엑스포와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터키관에 가장 많은 관객을 유치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터키대사관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에서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사르바쉬는 “터키에 한국 문화 팬클럽이 있듯이, 한국에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터키 팬클럽을 조직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 젊은이들 간의 관계가 증진됐으면 한다.”
사르바쉬는 터키 공화국을 수립한 ‘조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언급했다. “아타튀르크는 터키의 미래가 젊은이들의 손에 달렸다고 강조하고 교육을 매우 중시했다. 나 역시 양국 관계의 미래는 젊은 세대에 달렸다고 믿는다.” 터키는 이미 한 차례 한국 젊은 세대를 구해준 경험이 있다.
6·25 전쟁에 참전한 터키군은 전쟁 중에 수원시에 학교를 세우고 가족을 잃은 아이들을 데려다 숙식을 제공하며 가르쳤다. 약 700명의 어린이가 교육을 받았으며, 그중 40명은 아직도 살아서 특별한 날이면 터키대사관을 찾는다고 사르바쉬는 전했다.
당시 앙카라 학교가 있었던 터(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앞을 지나는 도로에는 2012년 11월 ‘앙카라 길’이란 이름이 붙었고, 2013년 6월에는 인근 공원을 ‘앙카라 학교 공원’으로 개장했다. 수원역에서 약 15분 남짓한 도심 한복판에 한-터키 협력을 상징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당시 터키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한강의 기적’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사르바쉬는 말한다. 아타튀르크의 가르침이 머나먼 타지에서 실현된 셈이다. 터키인들이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내 땅에 들어선 공설묘지, 분묘 이전은 누구에게?[판례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우승 위해 떠난 게 아닌 남은 선수’ SON 향해 현지 매체도 찬사 “벽화로 기려져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렇게 얇은 폰은 처음!"…갤S25 엣지, 슬림폰 열풍 일으킬까[잇써봐]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모태펀드 존속 불확실성 해소될까…이재명 공약에 업계 주목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단독]지투지바이오, 특허무효심판 피소…상장 영향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