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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 성공 밑거름 되는 분위기 조성

실패도 성공 밑거름 되는 분위기 조성

올 6조4900억원 예산 분배 사령탑 …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 지원 확대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은 “1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존 기술과 결합해 1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목표”라고 말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시켜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키워내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이 경제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강조해왔다. 12월 12일 미래창조과학부 내에 창조경제조정관이 신설됐다.

관련 정책을 생산, 추진하면서 예산을 분배하고, 부처 간 업무 영역을 조정하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다. 12월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박항식(56) 창조경제조정관을 만났다. 1982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박 조정관은 과학기술부 국장,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조정관, 국립중앙과학관장 등을 거쳤다.

창조경제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크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다는 국민도 많다.

“어느 날 싱크대 하수구가 굳은 식용유 때문에 막힌 걸 발견한 주부 이가연씨는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폐식용유를 제대로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식용유 정제기를 개발했다.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해외 수출까지 하는 중소기업 사장님이 됐다.

산업경제 시대에 노동과 자본이 성장의 원천이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성과 혁신적 기술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1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존 기술과 결합해 1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목표다.”

누구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순 있지만 시장에서 인정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 그래서 이걸 더 쉽게 하자는 게 창조경제의 취지다. 창조경제는 정부나 대기업에서 엄청난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서 억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다. 국민 하나하나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생태계와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규제 개혁이 대표적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물 경제에 적용시키려면 왜곡된 금융 관행이나 환경 관련 규제 등을 바꾸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등 인프라 측면에서 할 일이 많다. 수소연료전지차량은 개발해 놓고도 충전소 확충이 늦어져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금속 재료로 만든 충전기만 쓰도록 규정한 탓에 값싸고 질 좋은 복합소재를 쓸 수 없어서다. 이런 것부터 바꿔야 한다.”

2013년 6월 5일 정부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7개월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6개 전략, 24개 중점과제, 217개 세부 추진 과제를 설정해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생태계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기초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제3자 연대보증 폐지를 제2 금융권으로 확대한 것과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KONEX를 개설한 것 등이다. 9월 30일에 개설한 ‘창조경제타운’에는 벌써 45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제출됐다. 현재 2900여명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데 제안된 아이디어가 특허 출원, 시제품 제작 등을 거쳐 제품과 서비스로 구체화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2013년 1~11월 사이 벤처기업 숫자는 직전 5년 평균보다 29% 늘었고, 벤처투자액도 2012년보다 19% 증가했다. 엔젤 투자자 역시 2012년 2608명에서 2013년 11월 4683명으로 늘었고, 이들의 매칭펀드도 약 2배로 커졌다. 대학생 창업 동아리가 2012년 대비 50% 증가하는 등 창업 활성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SK텔레콤·삼성전자 등 민간의 자발적 참여도 활발하다.”

2014년에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미래부 장관과 경제 5단체장으로 구성된 ‘창조경제 민관협의회’를 조만간 8개 부처와 8개 경제단체로 확대, 개편하고 1월경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중앙-지역 간 협조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2013년 11월 17개 광역시도별 창조경제담당관을 지정했고, 곧 미래부와 광역자치단체간 ‘지역 창조경제협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창업자 연대보증제도 개선, 창업 네트워킹 확대, 스톡옵션 제도 개선, 청년 창업가 병역특례 개선 등 핵심 과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무한상상실, 창업공작소 등 오프라인 교류 공간도 잘 다듬어 나가겠다.”

창조경제조정관이 새로 설치됐다. 기능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지금까지는 국장급 창조경제기획관이 부처별 창조경제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조정력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추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했다고 보면 된다. 과학기술 업무를 총괄하던 과학기술조정관을 창조경제조정관으로 바꾸고, 창조경제 총괄 부서장을 기존 국장급에서 1급으로 격상해 힘을 실어줬다.

그 아래 창조경제기획국과 부처별 과학기술 업무를 다루는 3개국(과학기술정책국·연구개발조정국·성과평가국)을 두도록 했다. 올해 정부 창조경제 관련 예산이 6조4909억원인데, 이 중 연구개발조정국에서 배분하는 연구개발예산이 64%인 4조1634억원에 이른다.”

과학기술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았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적자폭은 2001년 약 20억 달러에서, 2011년 약 59억 달러로 오히려 확대됐다. 핵심 기술의 상당 부분이 해외기업 소유인 탓에 상품 수출이 늘어날수록 기술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무엇보다 선도형 전략으로 조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나 산업계에 아직도 추격형 관행이 남아있는데 이는 신산업 창출에 장애가 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도전적인 연구를 피한다. 결과가 안 나오면 다음 연구 수행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논문 수, 피인용 수, 특허출원 수 등 양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질적 평가에 힘이 실려야 한다. 이를 위해 5대 분야 136개 질적 지표를 새로 도입했는데 3~5년 동안 정착 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생각이다. 꼭 필요한 연구라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줘야 한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 육성도 중요하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7월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7월)하고,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전 정부에 비해 양적으로 투자도 늘었지만(63조원→92조4000억원) 연구개발중심에서 기술 창업 등 경제 부흥과 건강·안전, 환경, 주거·교통 등 사회문제 해결로 영역을 넓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정부연구개발 예산의 연 평균 증가율이 5%를 넘지 못할 전망이지만 창조경제 분야만큼은 확대 기조를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 비중은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연구성과를 사업화와 창업으로 연결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5개 특성화대학에 공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대학과 기업이 연계된 벤처 자회사를 만들고, 스탠포드식 기술창업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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