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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energy - 멕시코의 새 오일 러시

FEATURES energy - 멕시코의 새 오일 러시

방대한 규모의 석유개발 산업 대외 개방하는 에너지 개혁법으로 경쟁체제 도입 추진



세계에서 가장 끈질긴 독점체제 중 하나를 끝내고 그 과정에서 경제를 개혁하려는 멕시코 정부의 영웅적인 투쟁이 중대 국면을 맞았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수익성 높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개발 에너지원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하는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 개혁조치로 멕시코 경제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성 높은 석유·가스 시추계약을 원한다고 니에토 정부는 내다본다.

그러나 페냐 니에토는 먼저 좌파 정치인들이 계속 그의 앞길에 던져 놓는 여러가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여론조사를 믿는다면 프로젝트 전체를 침몰시킬 수 있는 국민투표 가능성이다.

페냐 니에토는 앞날을 낙관한다. 멕시코 상원은 2013년 12월 입법의 첫 단추를 꿰었다. 그뒤 이 법안은 상·하원의 승인을 거쳐 32개 주의회로부터 과반의 찬성을 얻어냈다. 그리고 12월 20일 페냐 니에토가 새 에너지개혁법안에 서명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1938년 라사로 카르데나스 대통령이 석유산업을 국유화했을 때 만들어진 헌법 규정이 무효화된다. 새 규정은 또한 멕시코의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외부에 개방해 국영 석유 독점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법제화하게 된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 개혁 시도가 멕시코에 절실히 필요한 대형 에너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할까? 그것은 전적으로 마지막 세부사항에 달려 있다고 석유 애널리스트와 멕시코 정치인들은 말한다.

페냐 니에토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정치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멕시코 외무장관 출신으로 일찍부터 에너지 시장 자유화 정책을 지지해온 뉴욕대 호르헤 카스타녜다가 말했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대형 석유회사들을 쫓아버릴지 모르는 잠재적인 정치적 함정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새 법안을 무효화할 수 있는 국민투표 가능성이다.

정부는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3년 뒤에는 이런 일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갈 것”이라고 멕시코 정부의 한 당국자가 말했다.

멕시코의 석유 독점기업 페멕스는 부패, 정치적 특혜, 노조의 과도한 요구, 노후한 기술에 발목 잡혔다. 이들은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에너지 강국 멕시코를 2류 산유국으로 전락시켰다. 1984년에는 하루 원유생산량이 340만 배럴이었다. 올해엔 250만 배럴을 약간 웃돈다.

수압파쇄(fracking) 기술 혁명은 멕시코를 거의 비껴 지나갔으며 심해시추 기술은 크게 뒤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멕시코가 곧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북극권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미개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면서도 말이다.

페멕스 CEO 에밀리오 로요사는 구미의 여러 다국적기업을 거친 빈틈없는 베테랑 기업인이다. 멕시코가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외부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멕시코의 생산량을 늘리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 가지 방법은 다른 기업들이 페멕스와 함께 투자하는 것이다.” 그가 지난 11월 멕시코 의회에서 말했다.

페멕스의 추산에 따르면 멕시코가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연간 6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액을 지금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에너지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1%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추산한다.

엑손모빌, 셰브론, 로얄더치셸을 비롯해 방대한 매장량과 상당한 수익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다른 대형 에너지 업체들이 멕시코의 정치 드라마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면 대통령이 먼저 그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자신의 법안에 따르는 수익성이 충분히 클 뿐 아니라 훗날 그들의 투자를 위협할 수 있는 함정이 숨겨져 있지 않다고 말이다.

법안의 통과는 “대단히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멕시코를 전문으로 하는 휴스턴의 에너지산업 분석가 조지 베이커가 말했다. 그러나 세부사항이 모두 알려지기 전에는 그 법안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지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부가 이익의 60%를 차지하고 투자자들에게 40%를 배분한다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90 대 10의 배분 비율은 매력적이지 않다.”

에너지 개혁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자.
멕시코시티에서 활동하는 독립적인 에너지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쉴즈는 “관련 법규가 제정되어 첫 프로젝트들의 입찰이 실시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첫 프로젝트가 낙찰되고 첫 계약이 체결되려면 1년이나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잠재적인 투자자들은 입찰하기 전에 분명 멕시코의 조건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다고 그가 말했다.

지난 8월 니에토 대통령은 좌파의 지원을 받아 에너지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 애썼다. 당시 그에게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석유시추 이익을 정부와 공유하도록 허용한다는 구상뿐이었다. 하지만 12월 들어 법안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시장지향적인 국민행동당(PAN)과 연합한 뒤였다. 생산권 나아가 ‘채굴권’의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이다. 외국기업들이 일정량의 석유자산을 소유하고 그 대가로 정부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집권 제도혁명당(PRI) 의원들은 좌파 정당들의 반응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들은 석유산업 개혁을 완전히 중단시키기 위해 가두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주도해왔다.

160만 명의 서명을 받을 경우 주요 이슈에 관한 국민투표를 승인하는 법안이 12월 중순 하원에서 통과됐다. 좌파 의원들은 페냐 니에토의 새 법을 저지하기에 충분한 서명을 확보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론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국민의 최대 60%가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전 좌파 대통령 후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최근 여러 대형 석유회사에 서한을 보냈다. 국민투표에서 석유산업개혁법이 무효화될 경우 외국인들이 그때까지 멕시코에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게 되리라는 경고장이었다.

에너지 생산은 감소세에 있다. 정부의 석유독점 체제 종식은 정부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땅 속에 묻힌 멕시코의 보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뜨겁다. 이번 개혁안이 멕시코 정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까닭이다. 2000년, 71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직을 내놓았을 때도 PRI는 PAN의 개혁시도를 저지할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 시장지향적인 신세대 PRI 지도자를 대표하는 페냐 니에토가 2012년 대통령 자리를 되찾아온 뒤에야 석유산업 개혁 구상이 가능해졌다.

1938년 멕시코는 석유산업을 국유화하며 국제적 석유 대기업들의 이익을 몰수해 그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그 장본인이 PRI의 중진이었던 카르데나스였다. 상당한 이익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외부 투자자들이 멕시코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여전히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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