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 우주 생명체 기원 바이러스로 탐색

당신이 지구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외계인이라고 하자. 당신은 약간의 대표적 샘플을 가지고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말은 당신이 이 ‘희미한 푸른 점(pale blue dot, 지구)’에서 약간의 바닷물을 채취해 갈 것이라는 뜻이다.
바닷물 한 웅큼에는 약 1000만개의 바이러스와 100만 마리 가까운 미생물이 들어있다. 사실 바이러스는 생명체가 서식하는 모든 장소에서 발견된다. 세포를 지닌 모든 생명체에는 바이러스가 공존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만일 외계 행성에서 생명을 찾아낸다면 그곳에는 바이러스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세포를 지닌 모든 생명체에 바이러스 공존‘잊혀진 외계인: 우주의 바이러스를 찾아 나서자’.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신년호에 실린 기고문의 제목이다. 저자는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극한환경 생명체 센터’의 켄 스티드먼 교수. 그는 2003년 ‘미 항공우주국(NASA) 바이러스 포커스 그룹’을 창립했다.
공동 창립자는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루크 블럼버그다. 그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했으며 NASA 우주생물학 연구소를 창립했다. 바이러스 포커스 그룹은 우주 생물학에서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위치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다. 우주생물학이란 우주에서 생명의 기원·진화·분포·미래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이 그룹에서 논의된 연구 분야가 바이러스의 탐지 문제다.
그렇다면 NASA와 유럽우주국이 다른 행성에서 바이러스를 찾아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와 에이즈가 언론의 머리 기사로 가끔 보도되기는 하지만 우리는 환경 속의 수많은 바이러스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지구상의 바이러스 숫자는 세포를 지닌 생물의 10배가 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3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바이러스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과학자들이 합의하는 정의는 없다. 대체로 말해서 바이러스란 핵산, 즉 유전정보를 단백질 껍질로 감싼 분자를 말한다. 스스로 물질대사나 자기복제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생명체와 다르다.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세포에 삽입해 복제공장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 때 숙주가 되는 세포나 생명체 중 일부는 병에 걸린다. 일부 바이러스는 숙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공생하며 일부는 이익을 주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대양의 영양성분이 재순환되도록 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감염시킨 미생물을 죽이고 터뜨린다. 이를 통해 물속의 유기물 농도를 높인다. 죽은 미생물에게서 방출된 영양 성분은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며, 생선과 사람을 포함하는 먹이사슬 전체를 유지시켜 준다.
그뿐 아니다. 생명체의 진화는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감염시키는 생물에 새 유전자를 주입한다. 포유동물에게서 태반이 발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그런 예다. 모든 태반 포유류의 선조가 한 차례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결과로 출현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태반을 통한 출산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만일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이 됐을까. 지난해 미국미생물학아카데미 콜로키엄에서 바이러스 학자 24명이 논의한 주제다. 결론은? 생명체라고는 전혀 없다는 의견부터 지표면을 몇 킬로미터 두께로 덮고 있는 진흙 같은 더께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모든 주장의 공통점은 우리가 아는 그런 형태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구의 오래된 바위에서 바이러스 흔적 찾기바이러스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왜 그렇게 적은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너무나 많은 변종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연구하기가 원체 까다롭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결정입자인 비리온은 독특한 기하학적 대칭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이런 형태를 특징 삼아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대형 바이러스 20만개를 차례로 쌓는다 해도 그 높이는 1㎜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의 형태는 전자현미경에서만 볼 수 있다. 이런 거대 장비를 우주선에 싣고 갈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하다.
좀 더 유망한 탐지 방법은 바이러스의 잔해를 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생물의 화석은 30억년 넘는 것이 있지만 바이러스의 화석은 보고된 일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화석은 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무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스티드먼 교수팀은 바로 이런 화석의 탐지 방법을 연구 중이다. 뜨거운 온천과 비슷한 조건 하에서 바이러스에 이산화규소, 즉 실리카가 코팅될 수 있다는 것을 연구팀은 보여주었다. 이것은 화석화의 첫 단계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독특한 결정 형태는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흐릿해졌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실리카 퇴적물에서 바이러스 조각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려주는 명백한 징표를 개발 중이다. 이것은 바위 속에 남아있을 수 있다. 징표 개발은 멸종된 바이러스를 찾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지구 안에서든 바깥에서든 말이다.
또한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핵심 의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러스는 비교적 최근에 진화한 것인가, 아니면 생명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것인가. 지구의 오래된 바위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는 기술은 앞으로 1년 남짓이면 개발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현재까지 알려진 화성 운석을 조사하는 것이다. 화성에서 날아온 것으로 확인된 운석은 거의 100kg에 이른다. 그리고 앞으로 20~30년 내에 화성에 간 우주선이 샘플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어떤 샘플을 가져올 것인가, 어떤 기술로 이를 분석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나사 포커스 그룹이 참여하기를 스티드먼 교수는 희망한다.
화성의 샘플에서 바이러스의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생명체가 있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만일 생명체가 존재했지만 바이러스는 되지 않는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최초의 증거는 바이러스에서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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