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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경쟁력 내리막길

한국경제 경쟁력 내리막길



경쟁력이란 모든 걸 아우르는 단어다. 경제전쟁 시대에 한 나라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대체로 비례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1741개 기업 중 35%가 지난해 3분기에 번 돈(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이 평균 91%라고 하니 과도한 빚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성장을 이어가려면 돈이 될 만한 곳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국내외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 확대를 바라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축소경영을 하는 기업이 많다. 한 기업이 지출을 줄이면 다른 기업이 따라 하고, 그 여파가 곧 업계 전반으로 번져 내수시장이 위축된다. 이런 국면에선 부자도 사회적 분위기에 눌려 지갑을 못 연다.

글로벌 환경이 한국경제에 유리하게 바뀌는 게 제일 좋다. 일본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거나 미국이나 중국의 시장 여건이 좋아져 우리의 수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경기를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앞으로 복지 부문에 나갈 돈을 생각하면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래도 이건 정부의 의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연히 외부 환경 개선을 기대하는 것보단 낫다. 성장을 외면하곤 재정수입 확대도 바랄 수 없다고 보면 적극적 재정정책은 유사시 꺼내야 할 카드다.

이도 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기업 스스로 난국을 타개하는 것이다. 이때 정부는 기업을 적극 도와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취업하기 힘들면 노동생산성은 높아져야 할 것 같은데 이것도 거꾸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2.3달러로 미국(67.3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인 그리스에도 밀린 세계 30위였다. 노동생산성은 근로자 한 사람이 일정기간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말한다. 과거 우리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싱가포르(41.5달러)·홍콩(41.3달러)·대만(40.0달러)에 모두 밀렸다. 근로자들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불만이지만 이런 수치를 보고 월급 올려주고 싶은 CEO가 있을까 싶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너무 낮아 전체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이 돈 좀 번다 하면 그냥 따라 하는 장사로는 생산성을 제고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이 경제민주화 구호에 발목 잡혀 하향평준화로 가는 건 아닌지도 곱씹어 볼 문제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며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한 것이 한 예다. 경쟁력 없는 작은 가게를 보호해 그 분야의 평균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걸 포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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