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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ilm - 우리를 소름 돋게 만드는 공포 영화 10선

culture film - 우리를 소름 돋게 만드는 공포 영화 10선

‘섬뜩한 계곡’ 이론으로 풀어본 오싹함의 요소 …인간을 닮은 캐릭터들이 우리를 무섭게 만든다
‘커스 오브 처키’의 한 장면.



도끼를 든 살인광을 왜 무서워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으리라. 하지만 경직된 미소를 띤 얼굴이나 똑같이 생긴 아이들을 볼 때 드는 섬뜩함은? 그 오싹한 느낌과 관련된 한 가지 학설이 있다. ‘섬뜩한 계곡(The Uncanny Valley)’으로 불리는 이론이다. 일부 가장 상징적인 공포 영화의 캐릭터들이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는 이유를 설명한다.

1970년 로봇공학 교수 모리 마사히로가 사람들이 로봇에 느끼는 호감도를 보여주는 차트를 개발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장치로부터 가장 인간을 닮은 로봇까지 망라했다. 로봇이 인간적 특성을 갖더라도 로봇임이 분명할 때는 사람들이 아무런 거부감을 갖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귀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봇들이 상당히 많은 인간적 특성을 갖춰 섬뜩하게 약간 모자란 인간처럼 여겨지면서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불편함 나아가 혐오감을 드러낸 그래프상의 ‘계곡’이다. 모리는 이 같은 혐오감을 ‘섬뜩한 계곡(Uncanny Valley)’으로 칭했다.

에른스트 옌츠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섬뜩함(das unheimliche)’ 이론에서 따온 이름이다. 익숙하지 않은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이론이다. 모리가 그 용어를 고안한 뒤로 ‘섬뜩한 계곡’이라는 용어가 로봇공학뿐아니라 3-D 애니메이션, 성형수술, 영화연구에서도 통용되게 됐다.

“ ‘섬뜩함’ 즉 자신 또는 인간 형태를 가진 오싹한 닮은꼴과의 만남이란 개념은 많은 공포 심리의 분석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뉴욕시에 있는 페이스대의 영화·영상학과 캐서린 짐머 조교수가 말했다. “호러 영화의 ‘괴물’은 보통사람의 억압된 요소를 상징한다. 바로 괴물이 우리에게 불안감을 주는 까닭이다. 괴물이 정말로 무시무시해지려면 보는 사람이 동일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

스테파니 레이는 영국 개방대학(Open University) 심리학과에서 ‘섬뜩한 계곡’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그 으스스한 존재를 “인간에 근접한 대리인”으로 부른다. 그들이 우리와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 정말로 공포스러워진다고 그녀는 분석한다. “오싹해지는 인형, 조잡하게 제작된 컴퓨터그래픽 캐릭터들, 느리게 반응하는 인조인간”은 우리를 소름 돋게 만든다고 그녀가 말했다. “물체와 사람의 경계에 머물기 때문”이다.

‘폴라 익스프레스(Polar Express)’의 제작자들은 캐릭터들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실물에 가깝게 만들려 노력했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 라이브액션(애니메이션의 반대 개념인 인간의 행동) 동작 캡처 기법을 이용해 대다수 인간 캐릭터들을 애니메이션화 했다.

그 결과 캐릭터들이 섬뜩할 정도로 실물 같은 모습을 갖게 됐다. 평론가들이 소름 끼치는 좀비같다고 평했다. 캐나다인 영화 평론가 제프 페브르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이렇게 평했다. “내가 어린이였다면 악몽을 꾸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실제로 꾸었다.” ‘섬뜩한 계곡’을 대표하는 10대 터줏대감을 소개한다.



1 저주받은 도시 - Village of the Damned, 1960‘오멘(The Omen, 1976)’과 ‘악마의 씨(Rosemary’s Baby, 1968)’는 어떤 어른 괴물보다 어린이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저주받은 도시’가 그보다 먼저 백색 금발의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아이들로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들 잉글랜드 미드위치의 아이들은 모두 불가해하게 같은 날 태어났다. 초자연적인 마인드 콘트롤 능력과 염력을 지닌다. 놀라운 외모와 기이한 정서를 가진 이들은 섬뜩한 계곡의 거북한 구역에 거주한다.



2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이 원조 좀비 영화에서 바버라와 남동생 조니는 차를 몰아 아빠가 묻혀 있는 공동묘지로 찾아간다. 살아 움직이는 흉포한 시체들이 아버지 시신의 피를 모두 빨아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좀비들은 ‘섬뜩한 계곡’의 전형적인 존재다.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시체처럼 몸을 질질 끌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인간의 살코기에 대한 충족되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갖고 있다. 아 참, 죽은 시체라는 말을 했던가?



3 지금 보면 안돼 - Don’t Look Now, 1973니콜라스 로에그 감독의 이 영화 도입부에서 두 자매가 등장한다. 그중 한 명은 시각장애인이지만 천리안을 갖고 있다. 자매는 최근 세상을 떠난 딸을 애도하는 부부(도널드 서덜랜드와 줄리 크리스티)에게 경고를 한다.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남편이 베네치아를 떠나야 한다고. 대프니 듀 모리에의 으스스한 단편소설을 토대로 한 이 영화는 섬뜩함의 상징으로 가득하다. 닮은꼴, 유령, 붕괴되는 중세 도시 등. 영화는 빨간 옷을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 계곡에 들어선다. 서덜랜드의 캐릭터가 마침내 그녀를 따라잡는데….



4 엑소시스트 - The Exorcist, 1973월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소규모의 집단 히스테리가 발생했다. 시사회 중 극장 안에서 사람들이 졸도했을 뿐 아니라 극장 밖에선 성직자들이 줄을 서는 사람들을 붙잡고 경고했다. 영화에서 악마에 사로잡힌 12세 소녀 리건(린다 블레어)이 ‘섬뜩한 계곡’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머리를 360도 회전시키고 죽은 엄마의 목소리로 신부에게 말을 하는 등 분명 인간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은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편집한 버전)에만 나온다. 몸을 뒤집은 채 거미처럼 네 발로 계단을 기어 내려가며 입으로는 기괴하게 긴 혀를 도마뱀처럼 날름거린다.

‘판의 미로’ 주인공 오필리아.





5 할로윈 - Halloween, 1978존 카펜터 감독의 고전적인 슬래셔 영화(slasher movie, 끔찍한 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다. 영화에서 마이클은 6세 때 누나를 흉기로 찔러 죽인 뒤 지난 15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다. 할로윈(10월 31일 밤의 서양 풍속 행사) 하루 전 날 정신병원을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간 뒤 동네의 한 십대 소녀(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무지의 하얀 마스크를 쓰고 그녀를 쫓아다닌다. 흰 마스크를 쓴 마이클의 무표정한 얼굴과 스토킹하고 살인하고자 하는 사이코패스적인 집착이 그를 섬뜩한 계곡의 산물로 만든다.



6 브루드 - The Brood, 1979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 영화에선 빨간 코트를 입은 정체 불명의 어린이 무리가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할 래글란 박사(아트 힌들)는 이혼한 남자다. 어느 날 그의 전처를 따라 치료를 받는 데 따라 갔던 아이가 이유 없이 멍들고 긁힌 상처를 입은 채 돌아왔다. 그뒤 그는 문제의 치료 기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그의 딸을 해친 악마 아이들의 비밀에 접근할수록 괴물들의 수가 불어나면서 더 날뛰며 흉포해진다. 마침내 그 괴물들의 얼굴이 드러날 때 섬뜩한 계곡 속 그들의 특별한 자리가 끔찍하고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7 매직 - Magic, 1978영화에서 41세의 코키(앤서니 홉킨스)는 마술사다. 그의 복화술 인형 패츠가 그의 일(그리고 그의 삶)을 빼앗는다. 패츠는 처음에는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소품으로 사용됐다. 갈수록 당혹스러운 독립성을 드러내더니 나중에는 그를 지배하려 든다. 뉴욕억양에 멍한 표정 그리고 살인적인 분노를 가진 패츠는 사람을 너무나도 닮았다. ‘섬뜩한 계곡’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인형이다.



4 로스트 하이웨이 - Lost Highway, 1997‘섬뜩한 계곡’에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전용 화물차 휴게소가 있다. ‘블루 벨벳(Blue Velvet)’ 같은 영화에선 미국의 목가적인 교외지역에서 가장 괴이한 그림자를 찾아내 그 비틀림과 폭력성을 보여준다. 그는 익숙한 것을 이상하고 위협적으로 만들며(섬뜩함의 속성) 억눌린 것에 빛을 비춘다. ‘로스트 하이웨이’는 유령, 뒤바뀐 신분, 혼란스러운 모순의 이야기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 빌 풀만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LA의 한 파티에서 이상하게 생긴 한 남자(로버트 블레이크)를 만난다. 하얗게 얼굴 메이크업을 하고 검은 눈화장을 했다. “우리 전에 당신 집에서 만났었지, 기억 안 나오?” 그 낯선 남자가 말한다. “사실 지금 당신 집에 있소. 전화 주시오.” 그는 전화를 건다. 그리고 그가 집에 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풀만이 말한다.



9 링 - 1998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이 일본 호러 영화에서 수수께끼 같은 비디오테이프가 나돌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한 주 이내에 죽음을 맞는다. 그 비디오 속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젊은 여자에게 무서운 비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소름끼치는 좀비 같은 걸음걸이와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외모를 보면 섬뜩한 계곡 깊숙한 곳의 우물 밑바닥에서 튀어나온 듯이 느껴진다.



10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 Pan’s Labyrinth, 2006스페인 내전 당시를 배경으로 한 길예르모델 토르 감독의 동화 판타지다. 오필리아라는 이름의 소녀가 마법을 가진 판이라는 요정을 만난다. 그는 소녀를 자신의 지하왕국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3개의 위험한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한 과업에선 페일맨의 연회장에 들어가 황금 검을 가져와야 한다.

눈이 없는 페일맨이 식탁에 미동도 않고 앉아 있다. 쟁반 위에 그의 눈동자가 놓여 있다. 아무 것도 먹지 말라는 판의 지시를 오필리아가 어기자 페일맨이 살아난다. 손이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손끝이 발톱처럼 생기고 빨간 색이다. 양 손바닥의 빈 구멍 속으로 눈알들을 천천히 집어넣는다. 눈이 있어야 할 얼굴 쪽으로 손바닥을 들어올려 사방을 둘러본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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