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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텅텅 빈 일본항, 붐비는 부산항

Management - 텅텅 빈 일본항, 붐비는 부산항

日 방만한 관료주의로 경쟁력 잃어... 도요타는 시베리아 철도 활용 추진
1월 30일 밤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선적·하역 작업이 한창인 부산항 신선대부두(앞쪽)와 감만부두(뒤쪽).
1995년 1월 지진으로 함몰되고 산산조각 난 일본 고베항 제방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대학 내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일 간 항만도시의 국제경쟁력을 비교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요코하마와 부산의 항만능력을 비교했는데, 부산의 압승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 배후에는 제조업 역전 과정에서 노출된 일본의 문제점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어 일본인 동료가 큰 한숨을 쉰 기억이 난다. 이번 호에서는 당시의 취재노트를 중심으로 그 일부를 전하고자 한다. 키워드는 컨테이너·국제항만전략·도요타이다.



세계 5위 항만으로 부상한 부산항우선 컨테이너 이야기부터. 최근 30년간 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다음의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1980년 세계 1위의 컨테이너항은 뉴욕이었다. 처리 규모는 195만 개(TEU)에 불과했었다. 2010년 1위는 상해로 2907만 개를 처리했다. 30년 만에 15배 정도 성장한 셈인이다. 성장의 혜택은 대부분 아시아에 귀속된다.

최근 미국정부는 컨테이너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정비나 IT투자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도 확장공사를 시작하고 있는데 셰일 가스를 실은 대형LNG선의 통과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본론은 지금부터다. 필자가 가장 놀란 사실은 부산항이 세계 5위인데 비해 일본의 주요항구는 겨우 3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3등 규모의 일본경제를 생각하면 이 순위는 뭘 의미할까? 과거에는 경쟁력이 있었으나 부산항의 대두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일본이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구조적 요인이 항만에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략 부재, 자원의 산만한 투입, 지지부진한 의사결정 등 소위 ‘일본 문제(Japanese Problem)’가 컨테이너항의 경쟁력을 좀 먹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불운도 있다. 일본의 고베항은 1995년 1월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에서는 세계 4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70년대는 일본경제의 기적적인 성장을 배경으로 세계1, 2위를 다퉜다.지진으로 항구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세계적인 해운회사들은 대체 항만을 찾아 나섰는데 여기에 부산항이 낙점된 것이다. 일본 국내의 많은 항만을 물리치고 부산항이 대체항으로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은 현재 1500만 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매년 처리하면서 세계 5위의 지위를 최근 몇 년간 유지하고 있다. 상위그룹인 상하이·싱가폴·홍콩과는 처리개수에 있어서 차이가 크지만 구항 기준으로 10만평도 안 되는 열악한 조건에서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부산항의 매력을 부산항만공사(BPA)를 방문해 들어보니 양호한 입지요인도 있으나 명확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 경영혁신도 돋보인다.

첫째는 위치가 좋다. 일본·중국·러시아의 중심에 있고 국제간선항로(Main Trunk Route)상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행은 출발지고 미국행은 마지막 기항지이기에 허브항으로도 유리하다. 둘째는, 일본(60개 항구), 중국(40개 항구), 러시아(5개 항구) 항구와 좋은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 허브항구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은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서 나날이 대형화하는데 그만큼 수심도 깊어야 한다. 1만2000개를 적재한 배라면 최소한 18m 이상의 수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코하마는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이 16m 정도로 대형 선박이 접안하기 어렵다. 그러나 부산항은 그 이상의 수심도 확보하고 있다. 수심이 얕은 일본이나 중국·러시아의 항구에서 작은 배(피더라고 불림)로 컨테이너를 싣고 와서 부산항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에 옮겨 싣는다. 이를 환적이라고 하는데 부산항은 처리 컨테이너의 절반을 환적을 통해서 확보하고 있다.

셋째는 기상조건이 좋다. 태풍이 잘 오지않고, 짙은 안개도 없기에 연중 조업시간이 가장 길다. 해운선사들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정기선 중심이기 때문에 날씨나 지진으로 인한 조업차질에 극단적으로 민감하다. 넷째는 역시 경영혁신능력이다. 우선 BPA 조직이 일본과는 달리 반쯤 민영화된 반관반민이다. 정부는 출자만 하고 경영은 독자적으로 이뤄지는데, 양자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민간기업으로는 어려운 대형투자가 가능하고 민간기업에 못지 않는 경영의 적극성이 엿보인다. 일본에서의 마케팅 활동이나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 과감한 IT자 동화 투자 등을 보면 반쯤 민영화의 장점이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가 가장 큰 경쟁상대인데, 현재 코스트면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한다. 인건비 등의 불리함을 직원들의 숙련도나 어학능력, 소프트웨어능력으로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밝힌 네 가지 우위는, 하지만 그렇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이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본격적인 투자를 한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우선 일본은 자체 물량이 많다. 환적 물량에 기대지 않아도 대형 컨테이너선 수요에 맞출 수 있다. 도쿄나 요코하마도 간선 항로상에 있고 태풍이 매일 오는 것은 아니다. 수심도 준설작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인건비 등 코스트가 높다고 하지만 일본 특유의 개선이나 경영혁신 능력을 발휘하면 적어도 부산항에는 대항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손을 놓고 있다. 문제는 답을 알면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소위 ‘일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요인은 뭐니해도 선택과 집중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정부에서 지정한 중요 항만이 128개에 달한다. 모두가 세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물론 전략항만을 키우기 위해서 일본 정부가 무척 노력을 해왔다. 몇 년 전에는 동경권·나고야권·오사카권을 중추적인 항만으로 키우고자하는 계획이 수립돼 기대를 모았었는데 그 이후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 계획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항만의 반발과 다국적 선사들의 비협조가 계획을 좌절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선사들조차도 “일본을 의식해 본적은 없다. 국제물류는 완전한 자유경쟁의 세계가 되었다”고 하면서 이 계획에 반대했다. 사실 지방소재의 기업 입장에서는 동경·나고야·오사카보다는 부산항이 보다 경제적일수도 있다. 예를 들면 키타큐슈의 기업은 부산을 통해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낚시터’라고 조롱받는 일본 항만둘째, 일본의 항만조직은 순수한 관료조직이기에 민간의 논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소위 관료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몇 군데 방문해보니 마케팅 노력이나 코스트 의식이 전혀 없었다. 항만 전체의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인재도 없을 뿐 아니라 관할이 다른 부서와의 수평적인 연계도 기대할 수 없다고 한탄하는 직원도 있었다. 일본 제조업이 빠진 수직구조의 폐해 즉, 사업부 우선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문제점이다.

셋째, 항만에는 일본식 경영의 마이너스적인 측면, 즉 ‘우리가 남인가’하는 ‘끼리끼리 문화’가 판치고 있었다. 강력한 노조, 업자 간의 유착 구조, 외국인 채용금지. 세계에서 제일 비싼 항만 비용의 명세서다. 영어가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 항만도 많다. 수백억 엔의 세금을 투입해서 컨테이너항의 구색은 갖췄지만 배는 1주일에 한 척 올까 말까다. ‘낚시터로 딱 좋다’는 조롱이 나오는 지경이다.

매년 엄청난 금액의 적자를 세금이 메우고 있다. 이런 항만이 일본 전역에 128개가 있는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공항도 98개가 있고 하니 방만한 관료주의의 폐해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다. 항만이나 공항은 지역구정치가와 밀착돼 있어 해결이 쉽지않은 모양이다.

경영부실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일본항공(JAL)이 쿄세라의 이나모리 카즈오 회장의 진두지휘로 경영 재건에 성공한 사례는 한국에서도 주목 받았다. 여러 비법 중에서 필자가 납득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적자 노선을 없앤 것. 국내선의 90%가 적자노선이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9개나 있는 노조를 1개로 통합한 것. 따지고 보면 기업경영의 탈정치화를 단행한 것이다. 주인 없는 일본항공은 일부 정치가와 분열된 노조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던 것이다. 이 관계가 정리되면서 일본항공은 흑자경영으로 돌아섰고 오늘도 힘차게 하늘을 날고 있다.

부산항은 현재 신항으로 이사 중이다. 대형 컨테이너선 30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진정한 동북아 허브항만이 기대된다. 배후지에 수출가공구를 설치해서 단순한 중계기지가 아니라 조립·가공·라벨링을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거점이 되었으면 한다. 환적 수수료만으로는 이익창출이 어렵다. 허브항을 노린 일본기업의 직접투자도 기대된다. 여러모로 장래가 밝다.

그러나 불안요인도 있다.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항만·공항의 한국 의존에 따른 위기감이다. ‘물류의 안전보장’이란 논리이다. 부산 경유가 경제적으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한·일 간 대립으로 부산항을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야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최근 까지 숨어있었던 논리인데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큰 이슈다. 어떤식으로 부산항이 대항논리를 펼지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항만·공항을 포함하는 국제물류는 대단히 중요한 경영학의 이슈다. 기업의 경영자원 가운데 눈에 보이는 부분, 즉 원재료·부품·완성품의 흐름을 총괄하는 것이 물류이기 때문이다. 군대용어였던 로지스틱스(Logistics:병참)는 1980년대 이후 경영용어로 정착했다. 물류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장 내의 생산시스템은 기업 간 평준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그러나 공장 밖의 물류는 차이가 매우 크다. 앞으론 물류를 제패하는 기업이 세계를 제패하게 될 것이다.

취재중에 도요타의 준비경영에 또 한번 감동한 적이 있었다. 도요타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아직 생산대수가 많지 않기에 대부분의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하고 있는데, 그 수입경로의 검토가 대단히 과학적이고 실험적이다. 비용과 납기 면에서 가장 유리한 경로를 신중하게 하나하나 짚어가고 있는 것이다.

해상수송은 45일이 소요된다. 나고야에서 유럽항로를 이용해서 하역항인 핀란드 항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러시아항구는 너무 오래되어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거기에 핀란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의 트럭 수송 기간이 더해진다. ‘JIT(Just In Time)’의 도요타에는 이 ‘45일+α’는 너무 길다. 그래서 검토하고 있는 게 시베리아 철도라고 한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컨테이너열차로 1만km를 달리는 것이다. 소요기간은 절반 이하라고 한다. 더 큰 매력은 환적이 필요 없고 공장 내까지 컨테이너가 직접 들어간다는 점이다. 전문용어로는 ‘이음매 없는 수송(Seamless)’이라 하는데 비용·납기에 매우 유리하다.

도요타는 이미 나고야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수송실험을 4번 정도 마쳤다고 한다. 시베리아 철도에 맞는 독자적인 포장방법의 연구까지 끝난 상태라고 하니 그 발 빠른 모습에 감탄할 따름이다. 본격적인 이용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준비경영은 도요타의 가장 큰 경쟁력일 것이다. 올해 3월 결산 경상이익은 2조4000억엔(약 25조3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할 거라고 한다. 물론 엔저만의 효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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