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ECURITY - 쥐도 새도 모르고 물샐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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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초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고급 빌라.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방배역 사이 서리풀공원을 병풍 삼아 자리 잡은 이 빌라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내부는커녕 외관도 전체를 보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하나뿐인 입구에서는 경비원들이 모든 출입자를 확인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 트라움하우스 5차다. 2003년 4월 준공됐으며, 정부가 공시가격 발표를 시작한 2006년부터 8년째 부동의 1위다. 3개동 18가구로 구성됐으며 전용면적은 226~273㎡로 복층 구조다. 지난해 4월 발표 기준 공시지가는 54억4000만원(전용면적 273㎡·82평)이지만 시세는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근 명성공인중개소 사장은 “내부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호가 120억원이라는 말도 있지만 거래가 거의 없다”면서 “비공개적으로 거래되는 데다 실내 인테리어가 모두 달라 이 집이 얼마다 이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규모 7.0 강진에도 버티는 면진구조이곳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김근수 퍼스텍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곽정환 코웰이홀딩스 대표, 최철종 삼풍건설 회장 등 기업 오너와 CEO가 소유하고 있다. 최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채상환을 위해 집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명성공인중개소 사장은 “나머지 입주자들도 대부분 대기업 임원이거나 병원장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30분 남짓 출입하는 차량을 보니 주로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뉴S클래스, 아우디 A6, 에쿠스 등 프리미엄급 세단이었다.
이 빌라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것은 바로 ‘사생활 보장’과 ‘철저한 보안’ 때문이다. 트라움하우스는 개별 보안 카드가 있어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고 중간에 다른 층에 서지 않도록 설계돼 이웃 간에 서로 얼굴 마주칠 일이 없다. 집안에서 서빙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도 따로 있고, 일하는 사람이 머무는 메이드룸도 만들어 놓았다. 가구당 차량은 개별공간에 6대까지 주차할 수 있다.
트라움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지하 4층에 있는 핵 대피시설이다. 핵 피해 시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벙커(화생방 방공호)로, 2개의 방폭문을 지나야 한다. 방폭문은 강화 콘크리트를 덧발라 무게가 1t이 넘는다. 1m 높이에서 300t의 압력을 가해도 견딜 수 있는 구조다. 대피소 내 방폭벽 역시 두께가 일반 벽(18cm)의 4배가 넘는 80㎝로 핵 폭풍에 따른 열과 압력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150㎡(45평) 남짓의 이 벙커에는 3층짜리 간이침대 20여 개와 화장실 3칸, 식량 창고 등이 준비돼 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해 발전기도 구비했다. 벽체 곳곳에는 방사능 오염물질과 핵먼지(낙진) 등을 걸러내는 가스필터와 공기순환 시설을 설치해 대피 시설 전체가 방독면을 쓰고 있는 효과를 낸다.
트라움하우스 최초 분양 당시 시공사인 대신주택 측은 “이 벙커에는 빌라 입주민 50여 명이 한 달간 핵폭발을 피해 생활할 수 있다”며 “필터의 경우 수명이 5년 이상이기 때문에 식량만 조달되면 더 이상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진에서 견딜 수 있는 면진구조도 갖췄다. 규모 7.0 이상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적층고무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건물과 지면 사이나 건물 층간에 면진 고무장치를 설치해 지진파의 에너지를 감소시켜 지진 발생 시 흔들림의 강도를 최소화하고 건축물의 붕괴를 방지할 수 있는 내진 설계다. 주택에 반영된 사례가 거의 없는 최신 공법으로 희소성이 높다는 게 주택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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