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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한국의 전망대 ⑦ 끝·경기도 시흥 갯골전망대

Travel | 한국의 전망대 ⑦ 끝·경기도 시흥 갯골전망대

폐염전 터에 만든 높이 22m 전망대, 관광용 염전, 갯벌 체험도
전망대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본 모습. 갯골 오른쪽으로 공원 잔디밭과 산책로가 세련됐다. 중앙 정면 멀리 아파트단지 옆에 시흥시청이 있다.



갈대밭은 그 자체로 서정적이다. 사람은 물론 심지어 자동차도 갈대밭을 배경으로 서면 낭만적인 여운을 남긴다.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가녀림, 훅 불면 흩어지는 꽃술, 서걱거리며 황금빛 몸을 서로 비비는 소리…. 비슷한 모양의 억새가 산에서 자란다면 갈대는 물가에서 피어난다. 키 작고 여린 줄기의 억새는 외딴 산기슭에서 고적하다면, 키 크고 곧은 갈대는 물가의 들판에서 정겹다. 그래서 억새밭은 혼자가 어울리고, 갈대밭은 다분히 연인들의 무대다.

서울 근교에서 가장 광활하고 특별한 갈대밭은 인천 소래포구 동쪽의 시흥갯골생태공원 일대에 있다.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문 500만㎡(약 145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 원래는 염전이 있던 터다. 바다에서 꽤 떨어진 이곳에 염전이 자리 잡은 것은 갯골 때문이다. ‘갯골’은 갯벌에 생성된 골짜기라는 뜻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드나드는 물줄기를 말한다. 이곳처럼 조수가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내만(內灣) 갯골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다. 이 갯골이 바닷물을 대줘서 이곳에도 염전을 조성할 수 있었다.

한때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 이곳 ‘소래염전’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때 처음 개발됐다. 빛 바랜 사진으로만 남은 수인선 협궤열차도 수원역~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소금을 반출하던 길목이었다. 한때 전국 소금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던 소래염전도 천일염 수입자유화 후 사양길을 걷다가 1996년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폐허로 버려진 염전은 자연스럽게 갈대밭으로 변해갔다. 곳곳에 줄지어 있던 소금창고는 함석지붕이 녹슬고 벽은 뜯겨나가 앙상하게 낡아갔다. 지금도 쓰러지기 직전의 소금창고가 노역의 땀과 세월의 추억을 새긴 채 간신히 몇 동 버티고 섰다.

2. 시흥갯골생태공원 내에 있는 갯골전망대. 높이 22m, 6층의 목조 건물로 나선형 계단이 독특하다. 3. 밀물이면 바닷물이 올라오는 갯골. 4. 갯골전망대 정상 조망. 높이가 22m에 불과하지만 고도감이 대단하고, 사방 전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5. 전망대 서쪽 풍경. 뱀처럼 흐르는 갯골 옆으로 갈대밭이 무성하다. 아득하게 뻗은 흙길 오른쪽으로 폐염전의 흔적이 아련하다. 멀리 보이는 고층건물 왼편에 소래포구가 있다.
한동안 버려져 있던 폐염전의 일부는 2005년 이후 생태공원으로 개발됐다. 소래포구가 가까운 서쪽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시흥 쪽인 동편에는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조성된 것이다. 이들 생태공원에는 예전의 천일염전이 관광용으로 복원됐고 갯벌 체험시설도 마련됐다.

갯골전망대는 2012년 시흥갯골생태공원에 조성된 6층의 목조 전망대다. 마치 전설의 바벨탑처럼 나선형 계단이 휘감아 오른다. 높이는 22m에 불과하지만 사방이 광활한 평지여서 이 정도 높이에서도 고도감이 대단하고, 전망이 탁 트인다. 서쪽으로는 멀리 소래포구 주위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하늘을 찌르고 동쪽으로는 생태공원 너머로 하중리 들판이 널찍하다.

갯골은 갈대밭 사이를 스멀대는 거대한 뱀처럼 짙은 잿빛으로 구불거린다. 갯골 양 옆으로는 호젓한 둑길이 끝 간 데 없이 뻗어 있다.

이 흙길은 시흥의 트레킹 코스인 ‘늠내길’에도 포함된다. 이 둑길은 갈대밭과 갯골을 감상하며 천천히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더없이 좋다.

부담 없이 4㎞ 남짓 떨어진 소래포구를 휘적휘적 다녀오면 딱 적당한 거리다. 시간은 포구 위로 노을이 질 때쯤이 좋겠고, 시절은 갯골축제로 왁자한 9월보다 한가로운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지금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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