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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ORGANIZED CRIME - 마피아 피자 드릴까요?

FEATURES ORGANIZED CRIME - 마피아 피자 드릴까요?

이탈리아 범죄조직이 로마의 음식점들을 접수한다
로마의 음식점등 합법적인 사업체가 불법자금 세탁채널로 이용됐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 한복판에 있는 그림같은 레스토랑 피자 치로. 전성기 때 유명했던 화려한 타일과 고대 나폴리 풍경화 모방 작품들이 아직도 걸려 있다. 스페인 계단(스페인 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트레비 분수 사이에 자리잡은 이 피자 가게는 굶주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맛집이었다.

하지만 이젠 옛 추억일 뿐이다. 최근의 어느 평일 점심시간, 손님이라곤 일본인 관광객 4명뿐이었다. 나폴리의 포크음악에 이끌려 들어온 듯했다. 일본 여성들은 텅 빈 홀 안의 작동하지 않는 대형 평면 스크린 TV 바로 아래 앉아, 피자를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 이들의 얼굴 표정이 금방 굳어버릴 듯하다.

10년 넘게 영업을 하던 그 피자 가게가 지난 1월 이탈리아 당국에 압류됐다. 로마 중심부의 다른 26개 음식점 및 카페도 함께 걸렸다. 경찰이 대대적인 마피아 일제단속을 벌였다. 90명을 체포하고 3억5000만 유로 상당의 자산을 압류했다. 범죄조직 소유로 알려진 피자 가게들도 포함됐다. 그들은 마약밀매·갈취·고리대금업으로 얻은 불법 자금을 피자점에서 세탁했다.

하지만 치로를 포함한 자산뿐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까지 다시 범죄조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자산들은 현재로선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동결된 상태다. 일본여성 4명이 낸 피자 값이 언젠가 카모라 조직 범죄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카모라는 무자비한 나폴리판 마피아다.

시칠리아의 원조 마피아, 은드란게타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범죄조직으로 손꼽힌다. 은드란게타는 이탈리아 서남단에 근거를 둔 칼라브리아 범죄 조직이다. 이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긁어 모은다. 그중 많은 돈이 로마의 합법적인 사업체에서 세탁된다고 검사들은 말한다. 사업체 중 일부는 의회와 정부 청사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미켈레 프레스티피노는 마피아 잡는 베테랑 검사다. 2006년 시칠리아 마피아의 보스 중 보스인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의 체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월의 일제 단속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본지에 말했다. 카모라의 새 사업방식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카모라 조직은 이제껏 유령 회사와 바지사장을 내세웠다. 마피아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요즘엔 건전하고 흑자를 내며 합법적인 사업체와 은밀하게 제휴를 맺는다. 이들 합법적인 사업체들이 마피아의 대규모 금융거래를 정당화할 수 있다.



문어발 사업“로마에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사업주 가족과 나폴리의 가장 막강한 카모라 가문 하나 간의 상징적인 연합이 이번 피자 가게 일제단속에서 드러났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로마 검찰청의 프레스티피노 차장검사가 인터뷰에서 말했다. 프레스티피노에 따르면 로마에 뿌리내린 마피아의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 로마에는 범죄조직들과 간접적으로 연계된 자산이 상당히 많다”고 그가 말했다.

사브리나 알폰시 로마 중앙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로마 상가지구에 있는 음식점과 술집의 70% 가까이를 조직범죄가 장악했다고 여겨진다.” 마피아 조직들이 로마 사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이 연간 10억 유로 즉 1조4600억 원을 넘는다. 로마에 있는 LUISS 대학의 통계다.

마르코 제노베세는 반마피아 비정부단체 리베라의 지역 대표다. 경찰의 이번 일제단속으로 로마가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로마의 마피아 관련 자산 압류에서 가장 큰 성과는 그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마피아에게 피자를 주문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가능성이 있다. 마피아의 광범위한 영향력은 그들을 가리켜 부르는 이탈리아인들의 완곡표현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라 피오브라, 넓게 멀리까지 발을 뻗는 대형 문어다.

피자 치로는 메르세데 거리의 정부 청사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있다. 그 앞을 끈질기게 배회하는 기자를 본 웨이터가 입구 쪽으로 다가왔다.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그가 걱정스러운 투로 그리고 다소 사과조로 정중하게 말했다. 치로는 로마에 세 곳, 나폴리에 한 곳을 포함해 총 4개 지점이 있다. 모든 웨이터와 요리사가 조직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검사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웨이터들을 비롯한 직원들의 움직임은 직업적이고 분주했다. 하지만 과거 피자 치로에서 식사했던 사람들이 묘사한 분위기는 달랐다.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곤 했는데 직원들의 행동이 직업적이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웨이터들이 허둥지둥 서빙을 하는 모습이 전혀 웨이터로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한 기자가 말했다(안전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웨이터와 범죄자피자 치로의 이야기는 지난 1월 압류된 다른 피자 가게들과 비슷하다. 푸마롤라 드링크, 수고, 자마 자 등 이들의 나폴리 방언 이름은 원래 그 도시의 피자 요리 전통을 떠올리게 하려는 취지다. 대신 최근 수십 년 사이 마약시장을 확고히 장악하면서 부상한 범죄 가문들의 세력 확장을 연상케 한다. 이들 피자점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마피아 조직들이 어떻게 전통적인 근거지를 벗어났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이탈리아 각지로 촉수를 뻗어 로마의 소매 상거래 중 상당한 몫을 집어삼켰다.

“로마의 방대한 사업활동 덕분에 마피아 단체들의 존재를 위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로마에는 대규모의 현금 흐름을 합법화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프레스티피노가 말했다. 이들 기업은 대단히 효율적으로 손쉽게 돈 세탁하는 방법을 범죄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누가 악당인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착한 기업들이 있으며, 완전히 마피아 그룹의 수중에 들어간 나쁜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그 중간쯤에 위치한 기업도 있다”고 프레스티피노가 덧붙였다.

마피아 담당 검사들은 도시의 상당수 상점과 상업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급속도로 주인이 바뀐 곳들이다. 새 주인은 주로 이탈리아 남부 출신이다. 다수가 곧바로 직원과 납품업자들을 자기 지역 출신들로 교체한다. 그뒤 친척들 또는 범죄가문 측근들을 고용한다. 종종 그들을 합법적인 사업주인 양 내세우기도 한다.

치로를 통해 돈세탁한 혐의를 받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달랐다. “나폴리의 대단히 막강한 카모라 그룹이 로마의 어느 사업가 가문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허수아비가 아니라 로마 식품시장에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진짜 사업가들”이라고 프레스티피노가 말했다.

이들 리기스 가문은 오랫동안 로마의 수익성 높은 식품산업 분야에서 전문으로 활동해 왔다. 이들이 콘티니 카모라 가문의 실질적인 파트너가 됐다고 알려졌다. 식품산업은 매년 로마를 방문하는 수백 만 명을 대상으로 호황을 구가하는 사업이다. 그 시장에 관한 지식과 투자 기회를 카모라 가문에 제공했다. 그 대가로 리기스 가문은 보호, 무노조 인력, 그리고 종종 불법적인 식자재 조달의 혜택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면 카모라가 장악한 나폴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등이다.

관광객들은 마피아에게 피자를 주문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로마의 스페인 계단.





상류층 마피아들의 해외 진출마피아들이 이탈리아 남부에선 난폭한 폭력범죄를 자행하지만 로마에선 그와 정반대로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자세를 낮춘다. 당국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다. 일부 범죄조직은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조약을 맺었다고 전해진다. 역시 눈길을 끌어 득 될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그들은 전통적인 돈세탁 전략에서 탈피했다. 더는 교외의 담배 연기 자욱한 술집, 싸구려 호텔, 또는 퇴락한 스트립 클럽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사업체는 돈을 벌기보다는 비축해두기에 좋았다. 요즘 마피아들은 갈수록 돈벌이가 예상되는 고급 요지와 근사한 음식점들을 선택하는 추세다.

검찰 조사 결과 콘티니 가문이 간접 소유한 피자점들이 상원 바로 코 앞에 있었다. 심지어 전국 마피아 단속 검찰 본부 가까운 곳에 마치 놀리듯이 자리잡은 매장도 있었다. 이들의 배후에 정말 누가 있는지 몰랐다고 탓할 수는 없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피자 치로의 입구에 아직도 사진이 걸려 있는 부자와 유명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몰랐다. 그 중에는 여배우, 축구선수, 심지어 마리오 몬티 전 총리, 마피아 검거로 유명한 안토니오 인그로이아 검사도 있었다.

2010년 당국이 카페 드 파리를 압류했다. 한때 화려한 번화가 베네토 거리에서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상징했으며 프랭크 시나트라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단골로 드나들던 곳이었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 이곳을 25만 유로에 새로 인수한 사람이 칼라브리아 출신 헤어드레서였다. 알바로-팔라마라 은드란게타 가문의 일원으로 의심됐다. 지금은 말레이시아 억만장자 로버트 궉의 소유로 넘어갔으며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있다. 마피아 스캔들 때문에 고객들이 아직도 기피하기 때문이다.

2년 뒤엔 경찰이 ‘안티코 카페 치기’를 압류했다. 로마 한복판 이탈리아 정부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주점이다. 정치인·경찰관·기자, 치안 당국자들이 정기적으로 어울렸던 곳이다. 하지만 은드란게타와 관련된 사람들 소유로 밝혀지면서 운이 다했다. 카페 드 파리나 피자 치로와는 달리 스캔들과 부실경영으로 문을 닫았다. 간판이 내려지고 지금은 먼지, 종이조각, 쓰레기만 나뒹구는 버려진 공간이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마피아의 돈 세탁을 돕게 되는 일이 반드시 이탈리아에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마피아 조직은 가장 힘세고 세계적으로 다른 유사 조직들과 가장 많이 연계된 편에 속한다. 이탈리아 소매업계 로비단체 콘페세르센티가 2012년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마피아 단체들의 연간 매출액이 1400억 유로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탈리아 경제 전체 규모 중 10분의 1에 가깝다. 현금 보유액은 650억 유로에 달하며 세계 각지에 자산을 보유한다.



공급이 수요를 만나다이탈리아 부채 위기와 2년간의 불황은 사업체들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었다. 그로인해 조직범죄의 침투가 더 쉬워졌다고 당국자들은 말한다. 콘페세르센티에 따르면 2013년 1~9월 417개 주점과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도산 직전의 사업체들은 때로는 이미 고리대금업의 피해자이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릿세를 내야 했다. 카모라나 은드란게타의 수중에 쉽게 넘어갔다. 두 조직뿐 아니라 더 유명한 시칠리아 마피아 그리고 로마 토박이 범죄조직 반다 데야 마글리아나는 세탁해야 할 현금을 잔뜩 쌓아두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만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경제 위기 중 마피아들은 호황을 만났다.

이탈리아의 마피아범죄수사국은 마피아 조직과 싸우는 주요 기구다. 1992년 창설 이후 140억 유로 이상의 자산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압류 자산 중에는 상업용 부동산, 호텔, 은행계좌, 고급맨션, 심지어 성도 있다. 같은 기간 동안 5000개 이상의 사업체를 모니터했으며 어림잡아 9000명에 대해 검거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일단 압류된 자산이라도 매각되는 시점에 다시 마피아의 수중에 들어갈 수 있다. 범죄자들이 대리 입찰자를 내세우는 수법을 쓰는 식이다. 그와 같은 악순환이 처음부터 다시 반복된다.

압류자산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에 “개혁이 필요하다.” 의회의 마피아 척결 위원회 의장인 이탈리아 정치인 로시 빈디가 최근 말했다. 그녀는 관료주의적인 지연과 신뢰할 만한 데이터베이스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 기관을 이끄는 책임자 주세페 카루소는 일부 당국자가 압류자산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천문학적인 수수료”를 챙겼다고 시인했다. 압류된 업체의 이사 자리에 앉아 “감독과 피감독 기관” 행세를 했다.

그러나 로마의 마피아 관련 음식점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런 배경을 전혀 모른다. 마르게리타 파이 위에 얹힌 치즈가 카모라 소유의 낙농장에서 공급됐을 가능성이나, 또는 서빙을 하는 청년이 실제론 웨이터로 부업을 하는 범죄조직 가문의 행동대원일 가능성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다.

피자 치로의 스피커에선 나폴리 포크송이 울려 퍼진다. 그 가사는 많은 이탈리아인들의 완벽하고 애처롭게 아이로니컬한 자화상을 묘사하는 듯이 들린다. 범죄조직이 자신들의 나라를 사들이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면하려 하지 않는 이탈리아인들의 모습이다. “과거는 잊자! 우리는 나폴리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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