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 롱런할까- 단기 급성장 따른 쏠림 우려 ‘솔솔’
롱숏펀드 롱런할까- 단기 급성장 따른 쏠림 우려 ‘솔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숏펀드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서만 8000억원 대의 자금을 빨아들이며 침체된 펀드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롱숏펀드의 인기몰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롱숏은 강세가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하고 약세를 보일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 등을 통해 매도(숏)하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주가 흐름이 비슷한 두 종목을 이용하며 시장 변화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이른바 ‘대박’ 보다는 ‘중박’을 노린다.
‘대박’ 보다는 ‘중박’ 노려국내 설정된 32개의 롱숏펀드의 설정액은 3월 26일 현재 2조4055억원 규모다. 롱숏펀드 규모는 지난해 초 2000억원을 밑돌았지만 1년여 만에 10배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신규로 설정된 롱숏펀드도 전체의 22% 수준인 7개에 달한다. 3월 12일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롱숏펀드에는 출시 후 1주일도 되지 않아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수익률도 짭짤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 1년 간 롱숏펀드의 전체 수익률은 7.2%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2.07%과 크게 대비된다. 가장 덩치가 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펀드’는 최근 2년 수익률이 18.69%나 된다. 특히 올 들어선 대신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헤지펀드 운용 역량을 강화한 운용사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러스트자산운용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다시피 하는 시장에 판도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연초 이후 롱숏펀드 유형 가운데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대신자산운용이 운용중인 ‘대신멀티롱숏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형)으로 7.10%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유형 평균 마이너스 1.66% 대비 탁월한 성적이다. 대신자산운용은 작년 하반기 재야고수를 헤지펀드그룹장으로 영입해 절대수익 운용 능력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부진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덱스헤지증권투자회사’도 연초 이후 성과가 크게 개선됐다. 이 펀드는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현물을 보유하는 동시에 코스피 200 선물을 매도하는 전략으로 주식시장의 리스크를 헤지한다. 미래에셋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향후 롱숏펀드 신흥강자로 입지를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지금 시장의 최강자는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순자산이 1조2552억원(시장점유율 49.5%)에 달한다. 그 다음은 마이다스자산운용(8071억원, 31.8%), 미래에셋자산운용(1262억원, 5.0%), 삼성자산운용(885억원, 3.5%) 등의 순이다.
롱숏펀드는 두 얼굴의 금융상품이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서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대안제시는 긍정적 측면이다. 롱숏 상관관계를 가진 종목의 매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위험도 낮추는 분산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이익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면서 미래가 좋아 보이는 종목과 여전히 불투명한 종목이 공존하는 시장상황이 롱숏펀드를 자라게 하는 토양이다.
국내 주식 및 주식 관련 파생상품은 비과세라는 점도 한 몫 한다.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절세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매차익 비과세로 인해 과표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이 상품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헤지펀드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이해하기 쉽고, 신속하게 성과요인을 분석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지식이 별로 없는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롱숏펀드가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강세장에서는 숏을 치면 시장위험을 줄이는 헤지작용으로 인해 성과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롱숏펀드는 박스권이나 하락장에서 유리하다. 바닥을 기다가 회복하는 장세에서 롱숏펀드에 가입했다간 배 아픈 나날을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롱숏 포지션의 동시구축에 따른 거래비용 증가도 필연적이다.
단기 급성장에 따른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쏠림현상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 이러다 보니 예전 중국펀드, 인사이트펀드, 랩어카운트 등에서 빚어졌던 거품현상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들 펀드에도 단기간에 거액이 몰렸지만, 결국 엄청난 손실을 냈고 투자자들은 혼쭐이 났다.
롱숏펀드는 특성상 운용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롱숏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공룡펀드로 부상한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펀드의 수익률은 올 들어 0.9%를 기록 중이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은 ‘마이다스거북이90’ 펀드를 일시적으로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 중단)했다. 펀드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져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올 들어 전체 롱숏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3월 18일 기준 0.79%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1.64%, 1.8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롱숏펀드 쏟아지면서 전문인력 태부족어두운 그림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롱숏펀드 상품을 출시하면서 부실 운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아픈 대목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 자산운용사 사이에서는 운용 인력 모셔가기 경쟁도 벌어졌다.
김주형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AI본부장이 올 초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경험 있는 롱숏펀드 매니저가 부족해 일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던 인력을 배치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들은 롱숏펀드가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이란 시각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가 아물어 롱숏펀드는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과거 일본은 경제 거품 붕괴에 따른 증시 불황 속에서 롱숏펀드 등 헤지펀드가 대안투자로 자리를 잡았다”며 “우리나라 증시도 상당 기간 불확실성에 시달릴 것으로 보여 롱숏펀드의 인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가 1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2조원의 롱숏펀드가 포화상태라고 보기는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해외 롱숏펀드에 진출하는 자산운용사가 늘고 있어 국내 시장의 과열조짐이 곧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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