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모종혁의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⑦ 충칭(重慶)시의 ‘시선 태백(詩仙 太白)’
Travel | 모종혁의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⑦ 충칭(重慶)시의 ‘시선 태백(詩仙 太白)’
![](/data/ecn/image/2021/02/24/ecn07145938.jpg)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충칭(重慶)은 우리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충칭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1세기 한족과 전혀 다른 문화를 지녔던 파(巴)족은 충칭을 수도로 파국을 세웠다. 청두에 자리 잡았던 촉(蜀)국과 서로 겨루며 성장했던 파국은 진시황의 군대에 의해 멸망 당하기 전까지 호전적이고 선이 굵은 문화와 풍습을 발전시켰다.
그 뒤 충칭은 여러 이름을 거쳤다가 수나라 때부터 위저우라 불렸다. 남송 때인 1189년 위저우의 왕으로 봉해진 조돈이 한달 만에 황제로 오르자, ‘경사가 겹친다(雙重嘉慶)’란 뜻에서 충칭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중·일전쟁 시기에는 전시 수도로 중국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당시 번영의 흔적과 임정 요인들의 발자취는 지금도 충칭 곳곳에 남아있다.
1949년 사회주의정권 수립 후 충칭은 직할시로 지정됐으나 1954년 쓰촨으로 편입돼 오랫동안 개발이 정체됐다. 이런 충칭이 주목을 받은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마오쩌둥의 주창 아래 미국과 소련의 핵 공격을 피해 연해지역(1선)의 군수산업 시설을 중부지역(2선)보다 훨씬 깊숙이 자리한 내륙지역(3선)으로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data/ecn/image/2021/02/24/ecn07150204.jpg)
서부개발의 전초기지인 세계 최대 도시중국 4대 직할시가 된 충칭은 중국 내륙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가 됐다. 지난해 지역내총생산(GRDP)은 1조2656억 위안(약 22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나 늘어났다. 특히 수출입 총액은 68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1%나 증가해 5년 연속 25% 이상의 성장률을 구현했다. 이와 같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만5216위안(약 441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8%나 늘어났다. 충칭은 전체 면적이 8만2402㎢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2012년 말 인구는 3343만4000명인 세계 최대의 도시다.
충칭을 대표하는 술은 흥미롭게도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 받는 이백을 차용한 ‘시선(詩仙) 태백(太白)’이다. 이백은 현종의 부름을 받아 궁정에 들어갔으나, 호방한 성격과 기행으로 고관의 미움을 사서 쫓겨났다. 안사의 난 때는 영왕의 막료로 일했으나, 영왕이 숙종에게 살해되면서 역모자로 몰려 죽을 뻔 했다. 정치적으로 불우했던 이백은 음주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달래고자 했다. 수많은 술 예찬시 중 ‘술을 권하며(將進酒)’와 ‘월하독작(月下獨酌)’은 백미로 손꼽힌다.
양쯔강 일대를 주유했던 이백은 충칭의 완저우를 세 차례나 찾았다. 수려한 풍광의 시산 암벽 밑에서 술을 마시고 바둑을 뒀다. 어느 날 ‘서산 암벽에서 크게 취해 바둑 한판을 두니, 신선이 웃으며 금빛 봉황을 타고 가네’라는 시를 남겼다. 훗날 중국인들은 이 시구를 인용해 이백을 ‘시선’이라 불렀고, 암벽은 ‘태백암’이라 지어 많은 시구를 새겨놓았다.
바이주(白酒) 시선태백은 1917년 상인 바오녠룽이 쓰촨성 루저우에 가서 온영성조방의 양조법과 재료 일체를 사오면서 시작됐다. 바오는 완저우에 화림춘주방을 차리고 쌀·옥수수·찹쌀·밀·녹두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원료로 술을 빚었다. 최고의 원료만을 골라 독특한 발효기법으로 빚은 술은 얼마 안 되어 충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회주의정권 수립 후 국영기업으로 탈바꿈해 완저우술공장으로 불리다가, 개혁개방 후 시선태백주업그룹으로 이름을 고쳤다. 시선태백은 1988년 국가주류대회에서 은장을 받고 충칭 명주의 칭호도 얻어 충칭의 대표하는 술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2002년부터 중국 바이주 100대 기업에 선정됐고, 2012년에는 총판매액이 20억 위안(약 3500억원)을 돌파했다.
뒤끝이 강렬한 시선태백에 어울리는 음식은 ‘훠궈(火鍋)’다. 훠궈는 탁자 중간에 구멍을 꿇고 냄비를 놓아 불로 끓여 먹는 탕이다. 세숫대야 만한 냄비 가운데를 보통 일(一)자나 십(十)자로 나눈다. 뜨거운 땅에소 천엽, 오리 창자, 돼지고기, 미꾸라지, 야채 등을 익혀 먹는다. 겉보기에는 샤브샤브와 비슷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훠궈의 육수는 아주 맵다.
충칭에는 미인이 많다. 충칭 미인은 백옥같이 희고 탄력 있는 피부와 날씬하고 다리가 긴 몸매가 특징이다. 충칭은 산과 구릉, 언덕이 많다. 산비탈에 기대어 가옥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어 ‘산의 도시’로 불린다.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산간을 오르내리며 아름다운 몸매를 가꿔왔다. 외모와 달리 충칭 여성들은 성격이 직설적이고 화끈하며 열정적이다. 다른 지방 여성과 달리 술을 즐겨 마시고 놀기 좋아한다. 월 수입의 50% 이상을 외모 가꾸기에 쓸 만큼 소비성향도 강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전동킥보드 ‘싹쓸이 견인’에…“서울시, 행정 편의 위한 과잉 단속”
2코인원, 이성현 COO 공동대표로 선임
3‘기타맨’ 제작자 “故 김새론, 복귀 의지 강했다”
4농심, 네덜란드 판매법인 신설...“2030년 유럽매출 4배로 키운다”
5hy, 국내 최초 위 건강 이중제형 ‘윌 작약’ 출시
6서울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속도낸다…"통합심의 적극 추진"
7“타는 냄새”…공덕역 연기 발생해 무정차 통과 중
8 권영세 “尹 하야,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옳은 방법 아냐”
9서울 아파트 평당 매매가 4천만원 붕괴…전월 대비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