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김세원의 비교문화경영 - 한국형 플레잉카드로 카지노산업 도전?
Management | 김세원의 비교문화경영 - 한국형 플레잉카드로 카지노산업 도전?
최근 인천 영종도에 외국계 카지노 자본 리포&시저스(LOCZ)의 진출이 허용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미국계 합작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은 2018년까지 7437억원을 들여 영종도 미단시티에 카지노와 호텔 등 복합리조트를 완공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복합리조트 건설을 계기로 8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8900억원에 이르는 관광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6년 개봉된 ‘007 카지노 로얄’은 긴장감 넘치는 도박의 세계를 보여준다. 영국 MI6의 비밀요원 제임스 본드는 도박으로 대규모 테러자금을 모으려는 포커광 르시프르를 잡기 위해 몬테카를로의 호화 카지노에서 거액이 걸린 포커판에 뛰어든다. 포커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9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통설이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이 포커게임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법정을 중심으로 전파됐고, 이후 1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미군에 의해 세계 각국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카드 자체는 동양에서 만들어져 서양으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Trump)’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플레잉카드(Playing Card)’이며 트럼프는 상표명으로 ‘으뜸패’라는 의미가 있다.
1차 세계대전 때 포커게임 세계로 전파카드의 유래에 대해 중국·인도·이집트 등 다양한 설이 있으나 아랍에서 만들어져 11~13세기 십자군전쟁 당시 사라센인과 십자군, 집시에 의해 유럽으로 전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타로(Tarot)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카드로 15세기 전반 이탈리아 북부지방에서 제작됐다는 기록이 최초로 등장한다. 당시는 화가가 직접 그려 희귀하고 가격도 비싸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16세기 이후 목판화로 대량 제작되면서 유럽 전반으로 널리 보급됐다. 현재 사용되는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Major Arcana)와 56장의 마이너 아르카나(Minor Arcana)로 구성된 총 78장의 타로카드 형태는 18세기 무렵부터 등장했다. 주 생산지의 이름을 따서 마르세유 타로라고 불린다. 메이저 아르카나는 태양, 달, 마법사, 불타는 탑 등 22장의 그림카드로 구성돼 있다.
마이너 아르카나는 금화·검·성배·곤봉 등 4개의 상징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상징은 1~10의 숫자와 K, Q, N, P 등 네 명의 인물카드로 이뤄져 있다. 금화·검·성배·곤봉은 각각 상인, 귀족(또는 기사), 성직자, 농민 계급을 의미한다. 타로카드는 18세기 말엽부터 신비주의자나 심령주의자들에 의해 점술의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마이너 아르카나는 플레잉카드로 진화해 각종 게임에 사용돼 왔다.
타로가 플레잉카드로 발전하면서 네 개의 상징은 재물을 상징하는 붉은 색 다이아몬드(◆), 권력과 명예를 상징하는 검은색 스페이드(♠), 사랑을 상징하는 붉은 색 하트(♥), 행운을 상징하는 검은색 클로버(♣)로 각각 바뀌었다. 플레잉 카드는 이처럼 네가지 문양(Suit)으로 구성돼 있다. 각 문양마다 1~10의 숫자에 K(킹), Q(퀸), J(잭) 등 3명의 인물을 더해 13장씩 총 52장에 19세기 후반 조커(Joker)가 추가되면서 현재와 같은 54장이 됐다.
조커가 광대모양인 것은 타로의 어릿광대(Fool) 카드의 영향을 받아서다. 플레잉카드의 인물들은 실제 모델이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킹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퀸은 성서에 나오는 야곱의 둘째 부인 라헬, 잭은 샤를마뉴대제의 12기사 중 첫 번째 기사인 롤랑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놀이 도구인 화투(花鬪)는 월별로 각각 4매씩 총 4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월은 송학(松鶴), 2월은 매조(梅鳥), 3월은 벚꽃, 4월은 흑싸리, 5월은 난초(蘭草), 6월은 모란(牡丹), 7월은 홍싸리, 8월은 공산(空山), 9월은 국진(菊樽), 10월은 단풍(丹楓), 11월은 오동(梧桐), 12월은 비(雨)이다.
화투는 19세기 후반 구한 말 쓰시마섬과 부산을 왕래하던 일본 상인들에 의해 전해진 하나후다(花札)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후다는 16세기경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왔을 때 가져온 ‘카르타(carta, 카드의 포르투갈어)’에 기원에 두고 있다. 일찍부터 도박에 사용돼 에도시대(1603~1868)에는 자주 금지됐다고 한다. 화투는 한국에 들어온 후 전통오락이었던 투전을 대체하며 급속히 전파됐으나 놀이 방법이나 용어는 투전에서 빌려온 것이 많았다.
화투는 에도시대의 신분계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섯 개의 광(光)은 당시 각 봉(封)의 영주를 나타낸다. 동물이 그려진 일곱 개의 열끗은 사무라이(무사) 계급을 나타나며 열 개의 오점짜리 띠는 관리, 점수가 없는 스물 여섯장의 피(皮)는 평민을 나타낸다. 다섯 개의 ‘광(光)’은 일본의 대표적 명절이 들어있는 1월, 3월, 8월, 11월, 12월에 배치했다. 십끗짜리는 비(雨)를 제외하고는 모두 광이 없는 달에 배치했다. 이는 영주가 없는 지역에는 사무라이가 직접 통치한 당시의 관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무사를 관리보다 위에 배치를 한 것을 보면, 당시 일본은 일반 관리보다도 무사들의 지위가 더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을 방문한 적이 있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스튜어트 컬린(1858~1929)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서양 플레잉카드의 뿌리가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투전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투전은 동물·벌레 등의 그림이나 글귀를 그려 넣은 길쭉한 종이패를 뽑아 패의 끗수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구한말 화투가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대중오락이었다.
삼국시대의 투전이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에 알려진 뒤 플레잉카드로 발전했고, 이게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16세기 일본으로 전래돼 일본식 놀이패 ‘하나후다’로 변형돼 한반도에 역수입된 것이 화투라는 것이다. 화투(花鬪)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의 ‘투전’과 일본어의 ‘화찰(花札)’을 결합하여 만들어진 조어(造語)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화투의 유래는 한국의 병풍그림?일각에서는 화투가 한국의 병풍그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전통 병풍은 화투의 12개월처럼 열 두 폭에 각각 동물과 초목의 자연 풍경이 어우러진 그림을 담았다. 특히 해·산·소나무·달·학·사슴 등의 십장생(十長生)이나 ‘화조도(花鳥圖)’, 사‘ 군자도(四君子圖)’ 등의 전통 병풍 그림은 해와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1월 송학, 2월 매조, 4월 흑싸리, 6월 목단과 나비, 10월 단풍과 사슴의 이미지와 비슷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3분의 2가 여가 시간에 화투를 즐긴다고 한다. 정작 화투를 만든 일본에서는 5% 미만이 1년에 한 두 번 즐기는 퇴물놀이로 전락한 것이 흥미롭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2010년 1176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카지노 산업은 2015년 182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 평균 9.2%의 성장세다. 이를 견인하는 것이 아시아 시장이고, 고객의 국적으로 따지면 중국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에 적극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인 마카오는 이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7배에 달하는 카지노 매출을 기록 중이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경쟁적으로 복합리조트를 건설 중이다. 세계 카지노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이웃 중국인들이라는데 한·중 공통의 병풍그림을 리디자인한 한국형 플레잉카드와 놀이방법을 개발, 보급한다면 아시아의 카지노를 석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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