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ysler korea CEO Pablo Rosso - 합병 효과 예열 끝내고 본격 속도 낸다
- chrysler korea CEO Pablo Rosso - 합병 효과 예열 끝내고 본격 속도 낸다

새해 벽두부터 박근혜정부는 한국의 미래는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겨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통일 경제로 재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어떤 구체적인 플랜이 나온 게 없지만 온 국민을 설레게 한 것이 박근혜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다.
통일이 된다면 침체에 빠진 건설업부터 각종 소비재와 내구재 산업까지 약 3000만명의 거대 소비 시장이 생겨난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휘파람·뻐꾸기·삼천리라는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차량의 기본 모델은 1970년대 피아트의 소형차 차체를 이용한다.
지난해 15년 만에 피아트 브랜드를 한국에 재진출 시킨 크라이슬러 코리아 파블로 로쏘(44) 사장을 만났다. 그는 이탈리아 피아트 본사 출신이다. 그는 통일 이후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 소비자의 소비력은 한계가 있어 당장 자동차 구매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북한 소비자는 한국과 달리 소비력에서 격차가 커 수입차보다는 국내에 공장을 가진 현대·기아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전망에 대해선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국제적으로 변수가 너무 많아 현재 피아트는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은 미국 크라이슬러의 주식 잔여 지분(41.5%)을 모두 인수하면서 2009년 인수계약에 사인한 뒤 5년 만에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그룹 이름도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로 새로 지었다. 이에 따라 피아트그룹의 5개 브랜드인 피아트·알파 로메오·란치아·아바스·피아트 프로페셔널과 크라이슬러그룹의 크라이슬러·지프·닷지·램·SRT·모파 등 총 11개 브랜드에서 연간 43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세계 7위의 자동차업체가 됐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올해 하반기 출시할 지프 체로키가 수입 SUV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제 한국 재진출 1년된 피아트는 인지도 상승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를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합병 시너지가 극대화하는 원년으로 꼽는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인수 합병은 ‘악마의 유혹’과 비슷했다.
서로 간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며 수많은 인수합병이 이뤄졌지만 제대로 성과를 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1990년대 이후부터는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 조원씩 까먹은 뒤에 10년도 안 돼 갈라섰다. 다임러 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 BMW의 영국 로버 인수가 대표 사례다. 또 GM의 사브 인수, 포드의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인수 역시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재매각됐다. 2005년 중국 상하이차의 쌍용자동차 인수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가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다.
그래서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형차 위주의 피아트그룹이 2009년 대형차와 SUV가 강점인 크라이슬러그룹 인수를 시작할 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흑자로 전환하며 피아트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로쏘 사장은 두 회사의 합병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시너지 효과가 커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때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론이 대세라 ‘규모가 작으면 망한다’는 사고가 기본이었다”며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기본부터 다르다 ”고 강조한다.
그는 다섯 가지 시너지 효과를 꼽았다. 첫 째는 400만대 넘는 규모의 경제효과다. 부품 구매에 있어 매년 수천억원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로 겹치지 않는 모델 라인-업이다. 소형차부터 대형차, 스포티부터 럭셔리까지 겹치는 세그먼트가 없어 모든 소비자를 커버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생산기지 공유와 기술 시너지 효과다. 피아트 그룹의 소형차 차체 및 설계기술과 디젤·수동변속기의 노하우, 크라이슬러 그룹의 대형차 섀시와 가솔린·자동변속기의 노하우가 결합됐다. 판매에서도 시너지가 나온다. 두 회사의 딜러 네트워크를 병행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너지는 피아트의 한국 진출에서 증명됐다. 기존 크라이슬러코리아의 딜러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해 큰 투자 없이 피아트 출시가 가능했다.
피아트 법인도 세우지 않고 기존 법인에 피아트 담당 5명을 추가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은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신차 개발비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플랫폼(차체) 공유다. 크라이슬러는 2012년 준중형 세단 200C를 개발하면서 알파 로메오의 준중형차인 줄리에타 플랫폼을 그대로 적용했다.

한국에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너지 효과는.
과거 한국에서 크라이슬러 판매는 호조였다. 대표적으로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대형세단 300C다. 하지만 현재 크라이슬러 브랜드로는 300C 모델 하나라 성장이 어렵다. 우선 차 종류를 늘리겠다. 2월 초 7인승 다목적차 그랜드 보이져를 출시했고 연말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토쇼에 출품된 200C 세단을 내놓을 것이다.
지난해 시작한 피아트는 모델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인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수 십년 걸려 지프가 한국에서 브랜드가 정착된 것처럼 피아트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에는 500의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고 내년부터 4도어 미니밴 500L, 소형SUV인 500X 같은 다양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올해 1, 2월 디젤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피아트 디젤 모델은 언제 나오나.
디젤 열풍은 한국 시장의 예외적인 특징이다. 미국과 중국은 가솔린 엔진에 자동변속기 시장이다. 유럽은 디젤과 수동변속기가 주류다. 한국은 디젤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선호하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이다. 결국 한국에 맞는 동력장치(파워트레인)를 개발해야 하는 데 많은 투자비가 필요하다. 수입차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봤을 때 아직 미미한 규모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당장 내년까진 맞추기 어려울 듯 하다.
이탈리아 자동차를 대표하는 피아트는 이탈리아적 감수성을 담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특히 소형차에서 강세다. 대표 소형차인 500은 BMW그룹의 미니, 폴크스바겐의 폴로와 함께 유럽 소형차 시장의 3대 모델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80개국에서 50만대가 넘게 팔렸다. 국내에서도 이런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500에 대한 상당한 수요가 기대됐었다.
하지만 부진을 면치 못한다. 이유는 예상을 넘어선 비싼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가장 저렴한 모델인 ‘500 팝’을 2690만원에 내놓자 소비자들이 아예 장바구니에서 500을 빼버렸다. 신차 효과도 없이 월 50대도 팔지 못하자 결국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올해 2월 2270만원으로 420만원 가격을 내렸다. 그랬더니 소비자들이 500에 눈길을 준다. 3월 판매가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프는 미국 브랜드로 유일하게 한국에서 개성이 강한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성공했다. 피아트의 타깃 고객은 누구인가.
한국전쟁에 등장해 유명해졌던 지프가 수입차로 정착해 성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매년 우리는 한국에서 지프만의 고유의 가치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피아트도 소비자에게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피아트는 이탈리아 자동차의 상징이다. 이탈리아의 문화와 열정·패션·디자인·컬러와 개성이 녹아 있다.
피아트는 생각이 젊은 사람들, 즉 삶을 어떠한 형태로든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주고객이다. 피아트 500은 20, 30대의 첫차 또는 50대의 세컨드 카로 적합하다. 7인승 SUV 프리몬트는 가족과 함께 삶을 즐기려는 40대 가장이 구매층이다. 앞으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령대의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한국의 젊은 층은 이탈리아 문화와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이런 소비자에게 피아트 공략은 어떤가.
피아트는 소형차 전문으로 역사가 깊다. 1970년대 한국에 피아트가 판매됐지만 차종이 한 두 개에 불과했다. 대형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강하지만 피아트는 젊은 층에 매력적인 다양한 소형차로 공략할 것이다. 대신 대형차는 크라이슬러가 적당하다. 고성능 스포츠카로는 피아트 계열의 페라리·마세라티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소형 스포츠카로 명성을 날렸던 알파 로메오 브랜드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한국의 여러 대기업에서 입질을 한다고 들었다. 한국 진출 계획은.
12년 전 피아트그룹에서 맡은 첫 일이 알파 로메오다. 알파 로메오(Alfa Romeo)의 진정한 팬이다. 개인적으로 알파 로메오는 한국에서 잠재성이 크다고 본다. 조만간 그룹내 알파 로메오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확정된다. 이후 한국에 맞는 모델을 검토할 것이다. 현재 알파 로메오의 주력 차종은 소형 디젤 엔진에 수동변속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 진출하려면 자동변속기 개발이 우선이다. 유럽에서 알파로메오 159 세단은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와 경쟁하지만 노후 모델이라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 소형차 줄리에타가 있지만 해치백인 게 문제다. 소형 쿠페 미토는 피아트 소형차와 중복돼 현재 모델로는 시기상조다.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회장은 일벌레로 유명하다. 로쏘 사장도 비슷하다는 소문이 나온다.
마르키오네 회장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주말까지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한 경제 잡지에서는 마르키오네 회장이 주 70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보도했다. 휴대폰만 6개를 들고 다닌다.) 나는 평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지만 주말은 쉬려고 노력한다. 피아트에서 12년간 일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크라이슬러를 맡아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이제 적응기간이 끝났다. 일하는 양이나 질을 따져보면 마르키오네 회장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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