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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의 사람들 - ‘올레KT’ 빼고 ‘원래KT’ 중용

황창규의 사람들 - ‘올레KT’ 빼고 ‘원래KT’ 중용

황창규식 조직 개편 90일 … 임원 임기 보장하되 실적 엄격히 따져



황창규 KT 회장이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취임 직후 단행한 본사 주요 임원 인사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발표했다. 숨 가쁘게 진행된 황 회장의 인사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이석채 전 KT 회장 관련 인사의 퇴출, KT맨의 부활, 그리고 실무형 인재의 중용이다.

황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되자 곧장 새로운 조직 구상을 시작했다. 그는 취임 전 40여일 간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을 운영하며 수시로 KT 주요 임원을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직속 조직인 윤리경영실장에 임명된 박정태 부사장도 두 차례 불려갔다. 그에게 황 회장은 “지난 5년 간 조직이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가?”라며 개탄했다. KT 계열사는 이 전 회장 재임 기간에 30개에서 53개로 늘었지만 계열사 절반 가량이 적자를 기록했다.



취임 전 40여일 간 경쟁력 강화 TF 운영방만한 조직, 약해진 통신사업 경쟁력, 바닥에 떨어진 직원 사기, 연이은 사고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 취임 직후 KT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인사 개편의 배경이다. 황 회장은 1월 27일 취임식 자리에서 “전체 임원 150여명 가운데 27%를 내보내겠다”고 밝혔고 다음날 실행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고 이 전 회장의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이 전 회장 시절 KT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 표현명 T&C부문장, 서유열 커스터머부문장, 김홍진 G&E 부문장 등 사장급 부문장들과 옛 정보통신부 출신인 서홍석 대외협력실장, MBC 출신 윤정식 CR본부장과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정보화기획단장 출신인 송정희 부사장, 오 전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 MB정부 행정관 출신 장치암 상무가 옷을 벗었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인 2월 4일 황 회장은 이 전 회장 시절에 임명된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해임을 통보했다. 이강태 BC카드 사장,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이희수 KT렌탈 사장, 이상홍 KT파워텔 대표 등 10여개 계열사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이들의 공석 대부분을 삼성 출신으로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예상과 달리 삼성 출신의 영입은 적었다. KT 계열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업체 KT에스테이트의 신임 대표이사로 최일성 전 삼성물산 상무를 임명했다. 금융계열사 BC카드 신임 대표이사로 서준희 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영입했다. 4월 7일에는 삼성생명 상무 출신인 최성식 전무를 경영진단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삼성 출신 인사 가운데에서는 재무실장으로 영입된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가 주목 받았다.

1월 단행한 황 회장의 첫 번째 인사 개편에 이름이 오르자 삼성 출신의 본격적인 영입이 시작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황 회장의 선택은 KT 출신의 중용으로 나타났다. KT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삼성 출신 인사 이야기가 나오자 황 회장은 새로 시작하는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며 “정말 필요한 인재가 아니면 삼성 출신은 피하자 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KT 출신 임원으로 조직을 구성하기로 정한 황 회장은 이 전 회장 시절 좋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회사를 떠난 인재를 따로 파악했다. 그리고 KT 내 지인을 통해 연락해서 직접 만나 복귀를 권유했다. 옛 KT 출신 임원들이 속속 복귀해 황 회장 주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KT 본사의 황 회장 직속 기구는 모두 4개 실과 9개 사업 부문이다.

회장 직속기구인 9개 사업 부문은 부사장급이 이끈다. 이 가운데 8곳을 KT 출신이 차지했다. SK텔레콤 출신의 신규식 글로벌앤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은 3년 전 KT로 영입된 인물이다. 그는 SK브로드밴드 기업영업단장을 지낸 통신 전문가다. 사업부문장 가운데 주목할 인물은 한훈 경영기획부문장, 임헌문 커스터머 부문장, 전인성 CR부문장이다.

이들은 퇴사했거나 자회사로 발령 났다가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특히 한훈 부문장과 임헌문 부문장은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임명됐다. KT의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인물들이기에 황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얻지 않고는 사내이사에 오를 수 없다”며 “황 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번 인사를 설명했다.



황창규 회장이 직접 복귀 권유회장 직속기관인 비서실·미래융합전략실·윤리경영실·홍보실 인사에도 관심이 쏠렸다. 황 회장의 지근 거리에서 일하는 자리다. 특히 권한이 대폭 강화된 비서실과 새로 신설된 미래융합전략실을 놓고 황 회장이 조직을 삼성식으로 이끄는 것 아닌가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화된 비서실은 구현모 실장이 이끈다. 과거 KT 비서실은 상무급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실무진 몇이 있었다. 이번 개편으로 비서실장이 전략을 담당하고 상무급 팀장이 재무, 그룹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로 변했다.

구 실장은 통신사업에서 다양한 전략을 세웠고, 한류 콘텐트 수출,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제휴를 이끌어 내며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와 호흡을 맞출 임원으로는 이대산 전무와 차재연 상무가 낙점됐다. 이 전무는 비서실에서 그룹업무를 담당하고 차 상무는 재무분야를 맡았다. 새로운 비서실은 그룹 경영전략부터 자금 흐름을 모두 관할하는 강력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전략·재무 등 그룹 핵심을 관리했던 과거 삼성의 구조조정본부를 연상시킨다.

CJ헬로비전 부사장으로 지내다 다시 KT로 돌아온 윤경림 미래융합전략실장도 주목할 인물이다. 그는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 미디어본부장, 콘텐트 TF팀장, 서비스개발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0년 이 전 회장이 부임할 당시 회사를 떠났다 이번에 황 회장의 요청을 받고 친정으로 복귀했다. 윤 실장은 “정체된 통신시장의 틀을 깨고 차별화된 서비스와 미래 먹거리를 통해 1등 KT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 실장과 호흡을 맞출 인물로는 김성훈 상무와 송재훈 상무가 발탁됐다.

삼성 출신의 김 상무는 일진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총괄하다 지난해 KT에 입사했다. KT스마트그리드 단장을 역임했다. 송 상무는 BTO(민간 투자사업) 본부장을 맡아 상품 및 서비스 혁신, 단말 출시 등을 담당했다. 미래융합전략실 관계자는 “조직은 모두 5개 팀으로 구성되는데 지금은 3곳만 정해진 상태”라며 “조만간 2개 팀의 새로운 팀장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KT 기존 사업과 연계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경영실장에 임명된 박정태 부사장도 황 회장의 사람으로 꼽힌다. 황 회장이 경쟁력 강화 TF팀을 운영할 당시 보고 내용이 깔끔하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신설된 조직인 윤리경영실 경영진단센터장에는 삼성생명 출신의 최성식 전무가 등용됐다. 황 회장은 윤리경영실에도 많은 힘을 실어줬다. KT 관계자는 “기존의 윤리경영실은 크게 법무팀과 윤리경영 업무로 나뉘었지만 조직 개편 이후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됐다”며 “그룹 내성과 없는 프로젝트, 과도한 투자 등을 조사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업무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KT에 아직 공석인 자리가 있다. 4월 18일 현재 황 회장의 ‘입’ 역할을 할 홍보실장 자리가 아직 비어있다. 홍보실은 그동안 서민우 상무가 부실장으로 홍보실을 이끌어 왔으나, 이번에 오영호 상무를 홍보실 부실장 겸 실장 직무대리로 인사발령 냈다. 기존 홍보실 부실장을 맡았던 서 상무는 서울대로 파견 발령했다.

KT 홍보실을 이끌게 된 오 상무는 KTF에서 홍보부장을 역임했고, KT 부동산 회사인 에스테이트에서 신사옥 단장을 맡았다. 홍보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수장 자리가 공석인 점을 놓고 KT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홍보실에서 새로운 실장이 나올지, 외부 인사가 등장할지 다양한 예측이 있지만 지금은 모두 황 회장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KT 내부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취임 후 90일간 황 회장이 벌인 인사에 대해 KT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황 회장이 KT 임직원의 의견을 고루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를 비꼬는 ‘올레KT’ 인물이 대거퇴진하고 KT에서 경험을 쌓은 ‘원래KT’ 출신들이 중용되며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회사 실무를 담당하는 차·부장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던 임원을 등용했고, 삼성 출신 낙하산 인사를 자제한 점도 내부 호응이 높은 이유다. 인사를 통해 황 회장은 KT 출신 임원에게 기회를 주며 확실한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KT 계열사 사장의 임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그리고 실적을 평가해 수시로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은 “임기 동안 새로운 경영진에게 기회를 보장하고, 실적엔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한 황창규호의 올해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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