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ANDAL - 섹서사이즈 외교

도널드 무어는 2010~13년 나폴리 주재 미국 총영사를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다. 나폴리에 있을 때 그는 영사관저 옥상에서 수탉 6마리를 길렀다. 그에게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지붕에 수탉 한두 마리쯤 기르는 건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무어는 부하 직원이 그 수탉들이 낳은 달걀을 훔쳤다고 비난했다.
수탉에게서 달걀을 기대한 것이 그가 나폴리 총영사 시절 보여준 이상한 행동의 전부였다면 그저 재미있는 기억으로 웃어넘길 법도 하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 한 명의 소송과 그의 전 부하직원 여러 명, 그리고 현지 이탈리아인 직원들에 따르면 무어는 총영사 재임 당시 관저를 자신의 개인 매음굴로 만들었다.
매춘부로 의심되는 여성들이 관저 맨 위층에 있는 그의 침실에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그들은 옆문과 ‘보안 암호’가 필요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직원들은 매우 불안했다.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의 밀입국자가 대다수인 나폴리의 매춘부들은 대체로 현지 마피아 조직 ‘카모라’의 관리를 받는데 이 조직이 미국의 기밀을 훔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전 영사관 직원에 따르면 청소 직원이 무어의 밀회를 위해 그의 침대 시트를 하룻밤에 세 번이나 갈아야 할 때도 종종 있었다. 무어는 그것을 ‘섹스 운동’라고 불렀다. “여자는 사탕과 같다. 먹다가 싫증이 나면 버리도록 만들어졌다.” 무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 부하직원 케리 하워드는 무어가 이렇게 떠벌리고 다녔고 말했다. “정말 역겨웠다.”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전 영사관 직원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맡았던 일 중 가장 역겨운 일이었다.”
무어는 또 영사관에서 고용한 이탈리아어 강사와도 “은밀한 관계”를 맺었다. 하워드가 제기한 성차별 소송에 따르면 무어는 이 강사가 임신을 하자 “강제로 낙태를 하도록 만들었다.” 하워드는 당시 나폴리 영사관에 근무하던 또 다른 미국 외교관의 부인으로 영사관에서 직원의 사기 진작을 책임지는 현지 연락관으로 시간제 근무를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그 이탈리아어 강사는 지금도 나폴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한다. 뉴스위크는 그녀를 인터뷰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영사관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된 모든 질문을 미 국무부 공보실로 하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무어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면서 법정에서 이 소송에 맞서 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모두가 하워드의 주장일 뿐이며 법정에서 사실인정을 받은 사안이 아니다”고 국무부 대변인 마리 하프가 말했다.
미 해군 제6함대 모항에 위치한 이 영사관은 이란인의 망명 요청을 포함해 외국인의 미국 비자 신청을 처리하는 민감한 기관이다. 영사관저는 파시스트 정권 시절 이탈리아 건축 양식을 따른 6층짜리 건물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기 쉬운 곳이다.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테러 공격을 받자 나폴리 영사관의 보안담당관이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영사관이 공격을 받을 경우 맨 위층에 있는 무어의 거주 공간을 직원들의 ‘대피소’로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하워드와 익명을 요구한 전 영사관 직원들에 따르면 무어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있고, 아무튼 절대 안 된다.’ 충격적이었다.” 하워드가 말했다. “보안담당관이 두세 번 요청을 했지만 그의 대답은 같았다.” 나폴리 영사관의 또 다른 전 직원 한 명은 “그는 누구든 자신이 사생활을 가질 필요성이나 그와 관련된 자신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면 화를 냈다”고 말했다.

하워드의 고소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도널드 무어는 케리 하워드의 얼굴에 침이 튈 정도로 얼굴을 바싹 들이대면서 말을 했다. 그는 케리 하워드가 쓸모없는 여자라고 고함을 지르곤 했다.” 나폴리 영사관의 또 다른 전 직원 한 명은 무어의 비난이 여직원만 표적으로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권위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화를 내고 고함을 질렀다.”
하워드 등 영사관 직원들은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의 상관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고위 관리들이 직원들에게 무어와 하워드 부부의 갈등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상관으로부터 그 문제에 끼어들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 여자 직원이 말했다. 하지만 무어는 하워드 부부를 염탐하라고 그 여직원을 “들볶았다”.
무어를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 무어는 플로리다주에서 주 검찰관과 군 법무관을 지낸 뒤 1992년 외교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워드와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다른 외교관들에 따르면 무어는 밀라노 영사와 아이티 총영사로 재임할 당시 업무 수행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를 받았다.
2012년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의 형식적인 조사가 끝난 뒤 하워드는 사임했다. 하워드는 그녀가 상관들에게 무어에 관한 비난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신이 사임한 뒤에도 무어의 괴롭힘은 계속됐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영사관의 누군가가 나폴리의 한 병원에 연락해 “내 의료 기록에 책 잡힐 만한 정보가 있는지 물었다”고 하워드가 말했다. 한편 로마 주재 미국 영사관의 2인자인 더글러스 헹얼 부대사는 그녀의 남편을 나폴리 영사관에서 쫓아내려 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무어는 2013년 미 공군에서 운영하는 공군대학원(알래스카주 몽고메리 소재)으로 전근 발령을 받았다. [공군대학원에 무어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하워드와 다른 외교 소식통들은 이 상황을 가톨릭 교회가 소아성애 성직자를 은폐하고 다루기 힘든 성직자를 다른 지역으로 전근 발령하는 관행에 비유했다.
“그것은 무어의 비정상적이고 범죄적인 행위를 은폐하려는 시도다. 매춘부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은 영사관의 모든 직원을 적대적인 작업 환경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영사관의 보안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하워드는 대사관의 결정에 이렇게 반응했다.
“헹얼이 무어의 부적절하고 범죄적인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엄연히 있었던 일이 없는 게 되지는 않는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헹얼과 데이비드 손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두 사람 다 무어의 현재와 과거의 행동들을 알고 있었다. 10년 전 밀라노에서도 똑 같은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많은 직원과 남부 이탈리아에서 미국 정부의 명예를 희생시켜가면서 그 문제를 덮어뒀다.”
하워드는 국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을 피고로 지목하고 자신이 “불법적인 차별로 사임하지 않았을 경우” 마땅히 받았어야 할 급여 및 수당 소급분과 복직, 그리고 손해배상금 30만 달러를 요구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혐의를 철저하게 조사 중이다.” 하프 국무부 대변인이 뉴스위크의 질문에 답변했다. “국무부 직원 어느 한 명이라도 관련 혐의를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완전히 틀린 말이다.” 하프는 이렇게 덧붙였다. “국무부는 법정에서 자기 변호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계류 중인 소송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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