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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글로벌 코리안’ 전성시대

제약업계 ‘글로벌 코리안’ 전성시대

전략적 요충지 한국이 인재의 산실 … 본사 임원, 아시아 지사장 자리 꿰차



외국계 제약사들이 한국 출신 인재를 글로벌 무대에 적극 발탁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제약 시장의 위상이 높아지면서다. 이에 따라 국내 인재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는 추세다. 한국 법인을 거쳐 해외의 법인장, 또는 본사로 진출하거나 글로벌 지역의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사례로 늘었다.

화이자제약은 올해 초 한국 법인의 오동욱 부사장을 백신사업 부문 아시아 클러스터 대표로 선임했다. 아시아 11개국의 백신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오 부사장은 화이자와 와이어스가 합병한 후부터 한국화이자의 스페셜티케어 부문을 맡아왔다.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내는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해 본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화이자는 이 외에도 이동수 대표, 박성렬 전무, 김은주 전무 등을 글로벌 임원으로 발탁한 바 있다.



한국인 인재 중국·동남아 진출 때 활용지난해에는 한국MSD의 김상표 상무가 MSD의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GHH그룹의 다이버시파이드 사업부 마케팅전략기획 상무로 낙점됐다. 미국 본사에서 해당 사업부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한다. 김 상무는 당뇨·심혈관계 사업본부의 마케팅 부문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최용범 전무가 글로벌 마케팅 영업부에서 순환기 분야 마케팅을 총괄하는 글로벌 브랜드 디렉터를 맡고 있다. 최 전무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처음으로 배출한 본사 임원이다. 이 밖에도 한국다케다제약에서는 김봉준·호현순 상무가 역량을 인정 받아 각각 글로벌 수출 책임자와 북아시아 전략마케팅 총괄로 임명되는 등 여러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한국 인재들을 글로벌 임원으로 배치하고 있다.

한국 법인을 거쳐간 임원을 해외 법인장으로 발탁하는 사례도 늘었다.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다우케미칼·일라이릴리 등이 동남아 지역의 법인장으로 한국인을 앉혔다. 노바티스는 2012년 5월 김은영씨를 싱가포르 지사장으로 임명했다. 노바티스의 첫 한국 해외 지사장이다.

지난해에는 다우케미칼의 강상호 상무가 베트남 법인장으로, 일라이릴리의 함태진 부사장과 먼디파마의 김한상 상무는 각자 말레이시아 법인장으로 발령 받았다. 이 밖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코리아 김진호 사장은 영국 본사의 수석부사장과 북아시아 총괄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이들이 요직을 맡은 배경에는 한국 제약시장의 비중 확대와 성장하는 시장에서 실적에 대한 평가가 깔려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핵심 신흥시장 중 하나인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해 한국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인재를 아시아 전반을 총괄하는 요직에 선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한 한국 임원들을 중국·동남아 진출 때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시장 진출 초기에는 본사 사람을 현지 경영자로 배치한다. 본사의 전략과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진출할 때도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가 단독 법인을 세우는 과정에서 자국 본사 인력을 법인장으로 임명했다.

시간이 흘러 점차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한국인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능력을 보이면서 국내 법인장은 한국인이 맡게 됐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해외 법인장과 해외 업무, 특히 아시아 마케팅 총괄에 한국인이 득세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임원 자리를 쉽게 얻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제약사의 특성상 의약계열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최근 발령 받은 많은 제약사 임원들이 의약계열 전공이거나 학위를 갖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연구직처럼 전문 지식만 있어서도 안된다. 영업·마케팅 등 실무 경험을 쌓아야 인정을 받는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제약사 임원은 “외국계 제약사에서는 영어 능력과 영업 경험, MBA 자격증이 승진의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의약계열 대학을 졸업하고 제약사에 취업해 일찍부터 외국계 제약사의 임원을 노리는 직원도 늘고 있다. 현재 중간관리자에 위치한 직원들도 부족한 외국어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영어 학원을 다니거나 MBA 과정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업직을 경험해봐야 승진에 유리하다는 제약사 특성상 영업활동을 수 년 간 체험한 뒤 MBA 또는 일반대학원에 진학하곤 한다”고 말했다.





오동욱 화이자제약 아시아 클러스터 백신사업 부문 대표 -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인 역할 커질 것”

오동욱 화이자제약 부사장은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 부는 ‘글로벌 코리안’의 대표 사례다. 그는 올해 초부터 아시아 11개 나라의 백신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화이자제약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백신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하는 분야다. 아스트라제네카·한국MSD 등에서 경험을 쌓았고, 화이자와 와이어스 합병 때부터 스페셜티케어 부문을 맡아왔다. 이후 두 회사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탁월한 실적을 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최근에는 ‘프리베나13’이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으로 선정되는 등 영업적인 성과도 보였다. 그는 “국내 제약시장의 성장세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봤을 때 한국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제약사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우선 제약산업에서의 한국인의 역량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뛰어나다. 일에 진취적이고 열정적이어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다. 국내 시장에서 이런 몇몇 사례가 나오자 해외 본사에서도 한국 직원들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한국 제약시장의 빠른 성장도 영향을 미쳤나?

“물론이다. 현재 국내 제약시장의 크기는 세계 13위다. 고령화로 인해 성장성도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또한 한국은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동남아 제약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런 덕에 많은 한국인이 글로벌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글로벌 코리안이 앞으로도 늘어날까.

“화이자제약만 하더라도 ‘글로벌 아시아 얼라이언스’ 같은 아시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직 시장 규모와 성장성에 비해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하는 아시아인을 발굴해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인들에게 글로벌 리더로서의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아시아와 마케팅에 국한돼있지만 지금부터 한국인들의 레코드가 쌓인다면 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여러 지역을 총괄하는데 어떤 노하우가 필요한가.

“업무적 능력은 부족함이 없다. 다만 다양한 환경과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소화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이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 또 여러 지역을 관리하면 해당 지역에 상주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의사소통 할 시간이 적다. 따라서 각 지역에 믿을 만한 사람을 선임하고 자율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최근 아시아 제약시장이 뜨고 있다. 각 시장의 전략을 어떻게 세웠나.

“제약산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접근법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소득 수준과 인구 구조에 민감하다. 우리나라는 출생률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성인 백신에 집중한다. 반대로 인구 대비 신생아 수가 많은 필리핀 같은 지역에서는 영유아 백신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세계 3위 규모지만 소득 수준이 떨어진다. 수요는 많지만 정부의 보건 보조금 예산이 많지 않아 한계가 있다. 이 경우엔 소득계층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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