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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경제의 합병과 분할

부부 경제의 합병과 분할

재무상태·금융거래 투명하게 공개해야 … 결혼 기간 길수록 분배 비율 높아져



결혼은 두 사람이 인생을 함께 한다는 서약인 동시에 각자 운용하던 경제권이 한 집 살림으로 통합되는 과정이다. 기업 경영으로 치면 두 회사가 합병하며 매출과 손익을 합치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각자 월급과 통장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미혼일 때 생활하던 습관을 굳이 바꾸려니 번거롭기도 하고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부부가 수입과 지출을 일원화하는 것이 저축과 재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결혼을 한 이상 몸은 둘일 지라도 지갑은 하나로 통일하라는 것이다. 각자 따로 관리를 하다 보면 가정의 재무구조 전체를 조망하기가 어려워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짜여 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부부가 모두 위험성이 큰 주식형 펀드에 각자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재무목표 실현을 위해 투자상품이나 저축을 적절한 비중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제대로 의논도 하지 않은 채 비효율적인 재무구조를 방치하는 셈이다. 또 배우자의 감시 아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미혼 시절 방만하게 지출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서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중복 없도록 자산 포트폴리오 다시 짜야두 사람의 통장을 합병하기 이전에 먼저 서로 수입과 지출 내용, 저축과 투자상품, 보험까지 모든 재무 내역과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상여금이나 경조사비 등 잡다하게 지출하는 내역까지 가급적 세세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재무 설계를 효율적으로 다시 짜볼 수 있다.

중복 투자하고 있는 상품은 없는지, 유사한 보험상품은 없는지 살펴보고 해지할 것과 유지할 것을 정하는 것이다. 남편이 결혼 전 차량을 구입해 할부금을 갚고 있다면 높은 이율 부담을 덜기 위해 부인이 가진 적금을 해약하고 먼저 갚아버리는 식으로 자금 운용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조성만 팀장은 “각자 명의의 월급통장은 유지하더라도 자산 포트폴리오 배분은 해야 한다”며 “특히 자금의 용도별· 목표별로 맞는 금융 상품을 적절하게 나눠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5년 후 내 집 마련 종자돈을 위해 5년 만기 적금을 들고 일부는 5년 가입유지를 하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에 넣는 식이다. 이 외에 자녀 학자금, 은퇴 후 노후자금 등 목적별로 자산을 나눠 관리하는 것이 좋다.

조 팀장은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도 재무설계를 꼼꼼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혼부부가 합병으로 인한 재무개선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수단에도 서로 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실한 결혼생활을 서약한 것과 같이 재무목표도 함께 이루기로 맹세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면 재무설계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결혼 후 두 사람의 재산을 합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어떻게 불려나갈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된다. 그러나 이혼 과정에서 재산을 나누는 것은 그야말로 고통스럽고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한쪽은 덜 주려 하고 다른 한쪽은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하려 들기 때문에 치열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당한 자기 몫의 재산을 나눠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한 공을 들여야 한다.

부부가 이혼하기로 합의하는 협의이혼이라면 재산 나누는 방법도 서로 의견 일치를 보면 된다. 재판을 통한 이혼 소송의 경우 법원 판결을 통해 재산분할을 한다. 부부가 협력해 쌓은 재산의 액수는 물론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 가사노동의 가치, 혼인생활의 기간, 이혼 후 자립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법원이 판단을 내린다.

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의 장승규 변호사는 “분할할 대상인 재산이 얼마인지, 재산 증식에 나의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당사자가 입증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자동차 등 등록된 재산은 재산명시제도와 재산조회제도로 법원을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소장한 미술품·보석·골프장 회원권 등 조회가 안 되는 재산이 문제다.

영수증을 챙기거나 하다 못해 사진을 찍고 전문가에게 가격 감정을 받아 분할할 재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남편이 벌어온 월급을 잘 투자해 재산을 불린 가정주부의 경우 자신이 투자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있어야 법원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 “이혼을 하려거든 냉정하게 준비하라”는 조언이 나올 법도 하다.

소송이 시작되고 상대방이 자산을 감추기 시작하면 이를 찾아내고 기여도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분할을 피하려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할 수도 있다. 이혼 소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부동산을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소송과 함께 재산에 대한 가압류과 가처분 신청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결혼 기간이 길수록 분배 비율이 높아지는데 평범한 중산층의 경우 결혼생활 1~5년은 30%, 15년 이상은 50% 정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나누는 것이 재산분할이라면, 위자료는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에게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다. 배우자로 인해 결혼생활의 유지가 힘들었다는 점을 입증할수록 그 액수가 커진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애매한 것도 있다.

결혼 전 남편이 월급으로 마련한 집, 남편의 부모가 증여한 재산 등 자신의 기여가 전혀 없는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YK법률사무소 이효은 변호사는 “특유재산이라 해도 유지와 증식에 기여한 점이 인정되면 이 또한 분할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무도 퇴직연금도 분할 가능빚도 분할 대상이 될까? 예전 판례는 채무를 분할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는데, 얼마 전 부부 중 한쪽이 진 빚도 가정 생활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혼 후에도 부부가 함께 갚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퇴직연금도 아리송하다. 1998년 판결에서는 액수가 확정되지 않은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최근 판결은 달랐다.

아내의 내조 덕에 공무원으로 근무할 수 있었는데 일시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한다는 이유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연금 중 일부를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배우자가 이혼 후 생계가 어려운 사정이라면 통상적인 재산분할 비율보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예전 판례를 보면 전업주부인 50대 부인과 60대 공무원의 이혼 소송에서 부인이 재산의 70%를 받아야 한다며 “퇴직연금을 받는 남편과 달리 부인은 암 수술을 받은 딸과 대입을 앞둔 아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해 이혼 소송이 끝나고 나서야 재산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에는 별도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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