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뒤바뀐 세계 남자골프 랭킹 1위 - 우즈의 시대는 저무는가
Golf | 뒤바뀐 세계 남자골프 랭킹 1위 - 우즈의 시대는 저무는가
아담 스콧이 드디어 세계 골프랭킹 1위에 올랐다. 세계 랭킹 시스템이 만들어진 지 28년 만에 17번째의 1인자가 등장한 것이다. 그렉 노먼에 이어 호주인으로는 두 번째다. 하지만 아담이 제위를 차지하기 위해 쿠데타를 한 것도 병사를 키운 것도 아니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16위 이내에 들면 자신의 힘으로 1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 대회에서 그는 38위에 그쳤다. 그리고는 소리소문 없이 몰래 결혼한 스웨덴 신부와 꿀 같은 신혼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우승을 한 것도 아니지만 포인트 규정에 의해 1위로 올라섰다.
역대 기간별 1위는 우즈>노먼>팔도남자골프 세계랭킹은 1986년 마스터스 개최 전주에 처음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의 마크 맥코맥 회장이 비공식 랭킹을 1968년부터 집계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쏟아지면서 정교한 랭킹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세계골프연맹에서 별도의 홈페이지(www.owgr.com)를 두고 운영하는 이 랭킹은 최근 2년 간의 6대 투어인 미국·유럽·일본·남아공·아시아·호주투어의 성적으로 측정한다. 각각의 투어 성적을 합산, 출전 대회 수로 나눠 각종 대회가 끝난 매주 월요일에 발표한다.
대회마다 선수에게 주어지는 포인트가 다르다. 4대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100포인트,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은 80포인트, 유러피언투어 메이저 대회인 BMW챔피언십에는 64포인트가 주어진다.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과 호주오픈, 남아공오픈챔피언은 32~62점, 미국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우승자는 24~30점을 얻는다. 아시안투어와 PGA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는 20~22점, 호주투어와 일본투어에 16~18점이 주어진다.
국내 남자 프로골프투어(KGT)도 2011년부터 포인트를 받고 있다. 포인트 배점은 최근 2년 간 성적을 바탕으로 하지만 최근의 성적일수록 가산점이 부여된다. 최근 13주는 포인트가 두 배고 이후 14주부터 26주까지는 포인트가 1.75배로 줄어든다. 출전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순위가 줄어드는 구조다.
타이거 우즈가 1위를 내주고 아담이 올라선 것은 포인트 제도 때문이다. 병가를 내고 투어를 쉬고 있는 우즈는 매주 0.2 포인트씩 까먹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셋째 주에 아무 일이 없었으나 아담은 랭킹 포인트 7.9936으로 1위에 올랐고, 우즈는 7.8495가 되어 2위로 내려갔다. 우즈의 랭킹은 앞으로 계속 더 내려갈 것이다.
역대 최장 기간 세계랭킹 1위는 우즈로 무려 683주였다. 햇수로 치면 12년이 넘는 기간이다. 2위는 그렉노먼으로 331주, 닉 팔도가 98주,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61주로 뒤를 잇는다.
프로 데뷔 이듬해인 1997년 6월15일에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던 타이거 우즈는 일주일 뒤 어니 엘스에게 넘겨준 뒤로 다시 복귀하는 등 지금까지 무려 11번이나 정상을 탈환했다.
우즈 다음의 장기 집권자인 그렉 노먼은 PGA투어에서 20승을 기록하면서 331주간 세계 1위에 올랐다. 1986년 9월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뒤 노먼은 1998년 10월 1일까지 12년간 11번이나 제위를 탈환했다.
우즈는 1997년 이후 꾸준하게 남자 골프계를 지배했으며 1위를 놓친 기간에 두 번의 휴지기를 거쳤다. 첫 번째 휴지기는 2004년 9월 피지의 비제이 싱이 우즈의 264주에 걸친 장기 집권을 끝낸 때였다. 이 무렵 우즈의 인생엔 큰 변화가 있었다.
2004년 10월에 결혼을 했고, 이듬해 평생의 스승이던 부친 얼 우즈가 암에 걸려 1년간 투병하다 사망했다. 그래서 2005년 6월까지 비제이 싱과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1위 쟁탈전이 세번 있었다.
우즈가 마스터즈 16번 홀에서 그림 같은 칩인 버디를 하면서 그린재킷을 차지하고 US오픈을 우승하던 2005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281주간은 랭킹 집계상 최장기 1위 유지 기간이다. 그 뒤가 두 번째 휴지기다. 섹스 스캔들로 인해 한동안 투어에 나오지 않았고, 복귀한 뒤로도 우승 없이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스캔들 이후 우즈가 빠진 투어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던 이들은 유럽 전사들이다. 잉글랜드의 리 웨스트우드(1위 유지 기간 22주)와 루크 도널드(56주), 북아일랜드의 로리 맥길로이(39주), 독일의 마틴 카이머(8주)에 의한 군웅할거 시대가 펼쳐졌다. 어느 누구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하던 시기다. 그러다 지난해 3월 25일 우즈가 제위를 탈환했고, 한 시즌에 6승을 거두면서 59주간 정상을 지켜냈다.
우즈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 휴지기다. 우즈는 ‘디스크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재활이 잘 진행되어 여름까지는 복귀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건 미지수다. 또한 무릎 부상과 달리 ‘추간판 팽창증’이라는 허리 디스크는 원상태로 복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US오픈 불참에 이어 브리티시오픈의 출전 여부까지 불투명해졌다. 어쩌면 38세의 우즈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 번째의 휴지기는 새로운 황제가 등장하는 서막일 수 있다. 이제 막 등장하는 새 황제는 이전에 한 번도 1위에 올라보지 못한 선수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 랭킹 1위라는 것은 여느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정상에 서 있는 이가 갈 곳은 내리막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상에 올랐던 선수들은 그 짧은 시간을 엄청난 압박감으로 여기고 몹시 불안해했다. 지금은 시니어 투어에서 뛰는 톰 레먼은 단 일주일 간 세계 1위에 올랐는데 ‘당시에 극도로 초조하고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마틴 카이머는 8주간 1위에 있었지만 그 뒤로 오랜 기간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다.
이와 달리 정상이 주는 날카로운 위기감을 즐겼던 이들은 롱런하는 골프 황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 경기력에 카리스마가 더해지면서 더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원조 골프황제 니클러스는 ‘위기 상황을 즐겨야 한다’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멘털 전문가는 그걸 심리적인 문제로 접근하지만, 아니다. 아무나 정상에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건 ‘황제만이 가지는 기운’이라고 해야 옳다. 익혀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2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3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4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
5연간 1000억? 영풍 환경개선 투자비 논란 커져
6 야당, '예산 감액안' 예결위 예산소위서 강행 처리
7‘시총 2800억’ 현대차증권, 2000억원 유증…주가 폭락에 뿔난 주주들
8삼성카드, 대표이사에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 추천
9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서포터즈 '업투' 3기 수료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