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그야말로 떳다, 우리 동네
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그야말로 떳다, 우리 동네
동네가 들썩인다. 대문을 열고 몇 걸음만 나가면, 마치 서울의 ‘핫 스폿(hot spot)’에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동네 작은 카페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커피를 마신다. 골목엔 작고 예쁜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다. 평범했던 우리 동네가 ‘관광 명소’로 거듭나는 일이 이젠 좀처럼 낯설지 않다. 우리 동네가 그야말로 ‘떳다’.
동네가 유명지로 뜬 현상은 ‘분당 정자마을’나 ‘판교 카페거리’가 유명해진 2000년대 후반 즈음부터로 추정된다. 홍대처럼 술집·카페가 즐비한 태생적인 상업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동네’를 중심으로 하나 둘 커뮤니티가 형성되더니 곧 명소로 거듭났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이젠 그러한 동네가 서울 안에서만 여러 군데로 분화됐다.
북촌·서촌·부암동 북적북적최근에 떠오르는 동네는 몇 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주택가 골목이다. 대표적인 곳이 북촌과 서촌, 그리고 부암동이 해당된다. 한옥으로 유명한 북촌과 서촌은 한국인·외국인 할 것 없이 유명한 관광명소가 됐다. 서울시가 발표한 북촌 관광객은 2010년 1만7000명에서 2012년 4만9000명, 2013년에는 약 8만명으로 추산된다. 북촌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최근에는 보다 한적한 서촌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부암동도 마찬가지다. 2007년 방송된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으로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탔는데, 여전히 오래된 골목길과 낡은 가게들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떠오르는 동네 두 번째 사례는, 상업화되기 전 홍대를 닮은예술가들의 거리를 꼽을 수 있다. 초기엔 가난한 예술쟁이들이 모여들어 가게가 생기더니, 급기야 관광명소가 된 동네다. 이러한 동네에 가면, 액세서리·소품숍, 문화예술을 만드는 공방·작업실·전시공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들을 반긴다. 카페와 결합한 복합 공간과 생활소품 전체를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숍‘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장소를 꼽는다면 독산동 ‘금천예술공장’을 들 수 있다.
몇몇 예술가들과 운동가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오던 ‘커뮤니티 아트’가 지역구의 도움을 받아 점점 그 규모가 커진 사례다.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한 창작공간에서 시각예술, 설치·영상, 공연·실험예술, 이론·비평·과학·인문학, 도시·자연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의 ‘방배 사이길’도 최근 인기다. 아트갤러리와 공방이 자리 잡으면서 최근엔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인위적으로 유명해진 동네도 있다. 호반건설이 프랑스 파리의 분위기를 담아 만든 판교의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입소문을 탔다. 이색적인 조형물을 설치해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동네에 외부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동네를 만들어나갔다는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서울에서 판교, 분당으로 역(逆)관광을 나서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흔하디 흔한 ‘동네’가 ‘명소’로 거듭난 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골목 위주로 발전하다 보니 자동차로 다니기엔 불편한 거리란 점이다. 무엇보다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다. 대신 걷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관광지가 바로 ‘우리 동네’다. 지도는 필수다. 원래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안내하는 ‘도슨트’와 함께 동네와 지역을 돌며 거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실제로 동네 주민들이 ‘길 안내자’를 자처한다. 이 같은 활동은 지역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착을 기르고, 외지인들에게는 이색적 관광을 경험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범죄 줄어들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또 다른 특징으로 지역민들의 일상생활과 외지인들의 관광이 공존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덕분에 ‘오전 10시부터 일몰까지’만 관광을 즐겨달라는 표지판이 세워진다. 인위적으로 구획화되거나 계획에 의해 형성된 동네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거리다 보니 건물도 옛모습 그대로다. 반지하에 가게가 들어서기도 하고, 두 개 건물 사이 공간을 다른 상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있기에 대문에 붙여놓은 빛 바랜 포스터는 일부러 떼지 않고 붙여둔다.
이곳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그저 ‘바라보는’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인가 배우는 ‘체험형’ 관광을 한다는 것은 마지막 공통점이다. 이른바 뜬 동네에 꼭 존재하는 상점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숍’이다. 이런 가게는 보통 ‘가구 만들기’나 ‘그릇빚기’ 혹은 ‘요리강좌’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그래서 가게 한 편에선 물건을 사는 손님과, 다른 한 편에서는 그걸 만드는 다른 손님이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이러한 ‘동네 가게’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우리 동네’가 뜨는 현상은, 작게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이면서, 크게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가령 사람들이 거창한 관광·여행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형 ‘경험사회’로 전진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즉, 소득이 많고 적고에 상관없이 삶의 일정 부분을 ‘경험과 체험’에 할당해야 사람들은 ‘내가 삶을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온다. 행정권 중심이 아니라, 동네 중심으로 발전해 소속감과 애착심이 생겨날 수 있다. 도시화로 인한 개인화와 그로 인한 불안함에 대해선 소극적이 나마 작은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마을을 살렸더니 범죄가 감소했다는 사례로 수시로 보고된다.
좁고 어두운 동네에 벽화를 그려 넣고 길을 가꾸어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E.D)’가 바로 그러한 사례다. 동네가 관광지화되면서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 마을로 몰려든 예술가들 덕분에 지역의 이미지도 세련되게 변한다. 지역보다 작은 단위, ‘떳다, 우리 동네’에 주목해보자. 커피>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
2카드사들, 후불 기후동행카드 사전 신청받는다…사용은 30일부터
3카카오페이증권, 간편하고 편리한 연금 관리 솔루션 출시
4한화투자증권, ‘증권업 최초’ 공공 마이데이터 활용 서비스 출시
5메리츠證 Super365, 국내·미국 주식 거래수수료 완전 무료화
6케이뱅크, 경남 지역 소상공인 금융 지원 나서
7"'시세차익 실현되면 폭락 가능성도"...비트코인, 10만달러 앞두고 '멈칫'
8주총 시즌 97.2% 상장사, 열흘 동안 밀집…“참석·의견 내기 어려워”
9"김장체험부터 전통주까지" 안동시, '2024 풍산장터 김장축제'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