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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경제 어디로 - 쑥쑥 크는 페루, 쪼그라드는 아르헨티나

중남미 경제 어디로 - 쑥쑥 크는 페루, 쪼그라드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환전소 앞에서 한 시민이 환율을 살펴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중남미 지역에 큰 기대를 걸었다. 중국이나 인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중남미는 여전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멕시코·칠레·콜롬비아·페루 등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성장을 주도하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경제는 영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과도한 대미 수출의존도와 에너지·원자재 산업 비중을 줄여야 하는 건 중남미 모든 국가의 과제다. 중남미 개별 국가의 경제 상황을 짚어봤다.



브라질 잘 나가던 큰형, 수출 정체에 휘청골드먼삭스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 따르면 개최국 브라질의 우승 확률은 무려 48.5%다. 2위 아르헨티나(14.1%), 3위 독일(11.4%)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축구만큼 경제도 잘 나가면 좋으련만 상황은 탐탁지 않다. ‘중남미의 큰형’ 브라질이 월드컵이란 대형 호재를 앞두고도 신바람을 낼 수 없는 이유다.

브라질은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경기장 건설 등에 약 11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에 미칠 영향은 0.2%(로이터 통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률이 정체된 상태에서 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2010년 7.5%를 기록한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0.9%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2.4%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전망치도 2% 정도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적자폭도 해마다 늘고 있다. 무역수지가 나빠진 게 가장 컸다. 브라질의 주요 수익원은 원자재다. 총 수출에서 원자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데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 중남미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연쇄 타격을 입었다.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도 크게 줄었다. 여전히 중국 다음으로 외국인 투자가 많은 나라지만 지난해부터 선진국 자본이 빠르게 유출되기 시작했다.

단점인 취약한 인프라와 낮은 노동생산성 역시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올 들어 산업 생산과 투자가 성장세로 전환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난해 2분기까지 39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며 브라질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가계소비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고용 증가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 요인이다.

빈부 격차 확대도 부담스럽다. 10년 간 꾸준한 성장으로 약 4000만명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허리는 빈약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국민이 “경기장 지을 돈을 우리에게 쓰라”며 거리로 나섰다. 정치 리스크도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다. 호세프 대통령의 정부 주도형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60%에 육박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한 상태다. 10월에 열리는 대선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경제 대표팀엔 ‘메시’가 없다최근 아르헨티나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지속적인 환율 상승, 외환보유액 감소, 인플레이션 등 악재만 쌓여있다. 지난해 달러당 6.3페소 정도였던 환율은 8페소까지 치솟았고, 외채를 갚느라 외환보유액은 급감하고 있다. 한때 550억 달러에 육박했던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28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도 30~40%에 달해, 베네수엘라 못지 않은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3%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6%였다. 당분간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2005년에야 외환위기에서 탈출했다. 지금 상황이 여러 면에서 2001년 위기와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도한 채무가 가장 부담스럽다. 세계 최대 농업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최근 곡물 대금을 받아 채무를 갚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액이 GDP 대비 절반 정도로 아직 위험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정부 통계 자체가 국제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그대로 믿긴 어렵다.

도를 넘은 포퓰리즘 정치 역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떻게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퇴직연금 인상, 교육복지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을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30%대에 머문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빈곤층 확대와 불안한 치안 등에 대한 불만도 거세다. 현지에서는 내년 10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선 금지 원칙에 따라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곱씹어보면 아르헨티나는 정권 교체 시기에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겪었다.

1980년대 엄청난 하이퍼플레이션, 2001년 디폴트 등을 겪으면서도 곧잘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지만 5~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100년 전 세계 10대 부국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기름만 싼 나라?’ 물가상승률 50%↑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기름값이 가장 싼 나라다. 갤런당 0.04달러에 불과하다. 6.65 달러인 우리나라나 가장 비싸다는 노르웨이(9.79 달러) 등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다. 이 나라엔 ‘싼 건 기름뿐’이란 재미난 농담이 있는데 사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GDP의 4.3%에 달하는 재정적자와 연간 누적 50%를 넘는 물가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다.

2002년부터 시행된 외환·가격통제 등으로 인해 모든 분야에서 물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 물품부족지수는 21.22%에 달하는데 생필품마저 살 곳이 없어 국민적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반정부 단체의 사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강력한 가격규제에 따른 제조업 침체다. 부족한 외환 역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석유산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유가가 오르고, 매장량도 많지만 설비 노후화 및 유지관리 투자 부족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탓이다. 지난 3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조차 과도한 물가 상승과 생필품 부족, 성장세 하락 등을 인정했을 정도다.

최근 외환시장을 통제한 지 11년만에 민간, 금융권, 공공기관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외환시장(SICAD II)을 다시 개장했지만 기대는 크지않다. 투자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건 대통령이다. 차베스의 유산을 물려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경제를 살려달라’는 시위대의 외침에 “단단히 각오하라, 지금 간다”며 도리어 압박했다. 올해 베네수엘라는 1%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브라질 등 중남미 주요국에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왼쪽부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멕시코 태평양연합의 리더, 후퇴냐 반등이냐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멕시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경제위원회(CEPAL)와 멕시코 재무부 역시 각각 3.5%에서 3.0%, 3.9%에서 2.7%로 내렸다. 대미 수출회복세가 더딘 점을 반영한 결과다. 연이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으로 멕시코 정부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15만~20만 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닿은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 미국 경제 의존도가 가장 크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전체 수출의 78%에 달할 정도다. 단기적으로 성장률은 소폭 하락할 전망이지만 반대로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가장 큰 수혜를 볼 나라기도 하다.

최근 몇 년 간 침체를 겪었던 멕시코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는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금융회사는 대체로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회복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조세 개혁 등의 정책이 기업과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지난 3월 멕시코 산업생산 증가율이 최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 등을 들어 회복이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같은 달 멕시코의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월 대비 6.8% 늘었다. 자동차 생산량도 늘고 있어 멕시코의 강점인 제조업에서 회복이 시작되면 전 산업 분야로 효과가 퍼져나가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멕시코 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1분기 공공부문 지출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나 늘리면서 경기 부양을 노리고 있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역시 저금리(3.5%)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4월 발표한 ‘2014~2018 국가 인프라 프로그램(PNI)’도 멕시코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비용은 약 5900억 달러에 달하는데 63%는 정부자금, 37%는 민간투자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에너지, 도시발전, 교통·통신, 관광, 보건 인프라 개선 등에 투자할 방침인데 멕시코 정부는 이 프로그램의 효과로 2018년 경제성장률이 2% 가량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롬비아 IMF “내년 남미 2위 경제국 될 것”중남미 지역 4위 산유국인 콜롬비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3%였다. 중남미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는 성장률이다. 제조업(-1.2%)을 제외하면 산업 전 분야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물가상승률(1.9%), 소비증가율(4.7%), 외국인투자 증가율(8%), 실업률(9.6%) 등 대부분의 거시경제 지표가 긍정적이었다.

콜롬비아 100대 기업의 총 매출은 15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7% 증가한 수치다. 여전히 광업 및 에너지 산업이 콜롬비아 경제의 중요한 축이지만 유통·서비스·식품·통신 등으로 다각화가 진행 중인 게 고무적이다. 지난해 콜롬비아 유통·서비스업은 전년 대비 6.6% 매출이 늘었다. 수퍼마켓·백화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최근 IMF는 내년 중 콜롬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남미 2위 경제국(멕시코 포함 때 3위)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구(4800만명)를 보유한 데다, 2000년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한 개방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올 1분기에도 무난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어서 올해도 4%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건 걱정거리다. 콜롬비아의 제조업 성장률은 2년 연속 후퇴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해 미국·EU 등 여러 나라들과 적극적인 FTA 협정을 맺고 있어 콜롬비아 내에서는 외국 제조업체에 의한 시장 잠식 우려가 크다.



칠레 ‘남미의 모범국가’ 잘 나가다 멈칫최근 몇 년 간 칠레는 남미의 ‘모범 국가’로 불렸다. 피네라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10∼2013년 사이 칠레 경제는 연 평균 5.3% 성장했다. 실업률은 5∼6%대를 유지했고, 물가상승률도 3% 이내로 잡았다. 브라질과 멕시코에 이어 중남미에서 3번째로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고, 신규 고용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주춤하는 분위기다. 칠레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5%에 머물렀다. 올해는 3.5∼3.8%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예상대로 1분기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성장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리 수출 비중이 큰 칠레에게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도 컸다.

최근 정치 리스크가 부각된 점도 부담스럽다. 올해 3월 미첼바첼레트가 새 대통령으로서 취임했다.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정책 기조를 띄고 있기 때문에 침체된 경제에 개선의 기회를 주지 못하리란 분석이 많다. 실레로 바첼레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칠레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불평등’을 꼽으면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시장 실패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장 중심의 경제 성장을 추구해왔던 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정부 역할을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다만 칠레는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외환보유액 등이 안정적인 편이어서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예측도 많다.



페루 성장률 남미 1위, 펀더멘털 탄탄페루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남미 국가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페루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5.6%로 남미 평균인 3.3%를 훨씬 웃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6~9% 정도의 고성장을 이어왔다. 정치 불안정 탓에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페루는 1990년대 들어 적극적인 시장친화정책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페루는 은·아연·주석 등 천연자원 매장량이 세계 3위권이다.

광물 가격이 상승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늘면서 전 산업에 걸쳐 돈이 돌기 시작했다. 소득의 증가로 서비스업 발전 속도도 가파르다. 노동생산성 개선 속도 역시 빨랐다. 2003~2013년 사이 페루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중남미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 무역 개방 및 시장다각화, 해외 직접투자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노동생산성 향상은 중남미 국가의 핵심적 장기 과제 중 하나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페루 경제는 지난해 미국의 통화 정책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가가 대폭 하락하고,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탄탄한 펀더멘털 덕분에 빠르게 회복에 성공했고, 오히려 적정 환율로 복귀한 덕분에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자재 최대 수출 지역인 중국의 성장 둔화는 장기적으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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